[파워인터뷰] 조동성 인천대 총장 “혁신은 제품 아닌 ‘부품’과 같아… 결합으로 시너지 발생”
[파워인터뷰] 조동성 인천대 총장 “혁신은 제품 아닌 ‘부품’과 같아… 결합으로 시너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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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은 조직도·구성원 간 호칭부터 예산 지급 방식까지 바꿔
4차 산업혁명시대 이미 식상…대학6.0 시대로 나아가야
‘유일’을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WURI랭킹으로 증명
퇴임 후엔 혁신의 아이디어 국내 대학에서 나누고파
조동성 인천대 총장(사진= 한명섭 사진기자)
조동성 인천대 총장(사진= 한명섭 사진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조동성 인천대 총장을 만나기 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180도로 뒤집힌 조직도였다. 인천대 혁신의 상징으로 등장한 뒤집힌 조직도는 총장이 맨 아래, 교직원과 학생이 맨 위에 위치한다. “누군가는 ‘쇼(Show)’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솔직한 답변 뒤에는 “4년이 지난 후 쇼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자신감이 따라 붙었다. 그 말은 4년의 시간 동안 혁신에 공을 들였고, 그 성과를 이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추상적 개념인 ‘혁신’을 조동성 총장은 구체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추진해온 4년의 혁신 결과는 WURI랭킹(The 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Ranking 2020)으로 나타났다.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 공헌과 혁신성을 평가하는 WURI랭킹에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인천대는 국내 대학으로는 서울대(15위)에 이어 35위를 차지했다.

평생을 경영학자의 길만 걸어왔지만 4년의 총장 경험은 그를 교육학자로 변모시켰다. 교육에 대한 목표와 계획을 누구보다 치밀하게 그리고 추진해 온 조동성 총장의 4년이 보이는 듯 했다. 약 한 달 뒤면 캠퍼스를 떠나지만 조 총장은 퇴임 후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은 소망으로 들떠있었다.

- 퇴임 한 달여가 남았다. 소회가 어떤가.
“4년이란 시간을 지내오면서 비로소 혁신이라는 두 글자에 눈을 뜬 느낌이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 그룹의 구조개혁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혁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14년까지 강의했다. 4년 간 대학 혁신을 일궈오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새로움을 알게 됐다.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 총장이 걸어온 혁신의 네트워크를 보면 굉장히 구체적이다. 4년간 인천대에 혁신을 정착하는 데 한계는 없었나.
“경영은 코끼리와도 같다. 나는 경영을 계획-실행-평가라는 동태적 과정으로 접근하는데 계획하고 실행해서 좋은 평가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인천대에 오기 전과 후 혁신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혁신을 제품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부품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으로 보면 한 개의 혁신 프로젝트에서는 한 개의 효과가 나와야 한다. 부품은 하나의 효과가 아니라 여러 개의 부품이 결합돼 기능을 발휘한다. 취임 초기에는 혁신을 각 단과대 수에 맞춰 28개를 이루자고 했다. 혁신이 제품이 아닌 부품이라고 깨달은 뒤에는 총 76가지 혁신 프로젝트를 했다고 자평한다. 76가지 효과만 나온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모여 몇 가지 종합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
“조직도를 뒤집었다. 첫 반응은 새로 온 총장이 ‘쇼’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 상-하급자 간 이뤄지는 언어폭력을 없애기로 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 직원과 조교 뒤에도 선생님을 붙여 불렀고 공문에도 그렇게 썼다. 실제로 분위기가 좋아졌다. 또 다른 사례는 구성원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대학이란 본디 교육이 철철 흘러내리는 곳이 아닌가. 석·박사 과정에서 남는 정원을 활용해 직원들이 석·박사 학위과정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정 성적 이상을 받으면 장학금을 90% 지급했다. 또 일반대학원을 다니게 되면 근무시간이 겹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엔 공부를 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하니 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더라. 예산집행의 규정도 바꿨다. 공유가치라는 항목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예산을 편성할 때 ‘얼마나 교육·연구 효과가 있느냐’만 따졌다면 여기에 지역사회 봉사, 자연환경 개선 등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구하게 해 일종의 사회목적 점수를 추가했다. 이런 일련의 프로젝트를 실행한 실무자들이 사례를 쓰도록 해 책을 만들었다. 프로젝트의 지적소유권을 현장의 직원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대학을 이끄는 주체는 총장이나 본부의 몇몇 보직 교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이라는 인식과 자신감을 심어준 거다. 처음으로 돌아가 조직도를 바꾼 의도가 그렇게 스며들어갔다. 다만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를 거다. 혁신이라는 것은 하나의 레고 블록 피스와도 같은 부품이다. 목표를 더 정확히 세우고 했다면 시행착오가 지금보다 줄어들었겠지만 신이 아니다 보니 영점 조준을 해가면서 끌어왔다.”

-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은 현재 대학의 화두다. 취임 당시 ‘대학4.0’을 강조했는데.
“처음에는 4.0으로 시작했지만 이것이 대학이 가야할 종착역은 아니다. 2017년에 이미 4차 산업혁명은 잠깐 머물다 갈 것이라 예상했다. 지금은 어떤가? 벌써 식상한 느낌이다. 대학4.0이 인공지능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라면 한 발 더 나아가 대학5.0 그리고 종국에는 대학6.0으로 대학의 미래가 나아가야 한다. 대학5.0은 인공지능 이후에 인공지능이 침범하지 못하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는 것이다. 4년간 고전 100권을 읽어야 졸업할 수 있는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처럼 말이다. 대학6.0은 작년에 개발했다. 지역사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봉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가 문화 선진국이란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제는 대학이 이런 문화적 능력을 교육으로 체화시키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본다. 생각하는 모델은 전체 4년 8학기 중 한 학기는 학교를 떠나서 국·내외 현장에서 봉사를 하는 것이다. 비정부기구(NGO) 같은 기관에서 할 수도 있고, 사회나 자연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가능하다. 그게 대학6.0의 시작이다.”

- 머릿속에 그려진 계획들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실행에 장애물은 없었나.
​​​​​​“물론 초반에는 많았다. 교육의 범위를 좁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IPP라고 해서 6개월간 현장에서 일하고 오면 기업에서 돈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기업만이 직장은 아니다. NGO도 훌륭한 직장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지원이 되기 전까지는 대학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활동 경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 내용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교육부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최종적으로 이 안이 통과돼야 하겠지만 이게 시작이 돼 나눔과 봉사를 위해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기틀이 될 것으로 본다.”

-혁신을 추진하는 데 4년은 부족하지 않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4년은 적절했다고 본다. 군대에 있을 때 처음 총을 분해해서 조립하는데 10분을 해도 안 되더라. 계속 연습하니 그 다음부터는 24초가 걸렸다.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 24분 걸리는 일이 24초가 걸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을 했다면 지금 4년 이뤄놓은 것을 1년 만에 실행했을 수도 있다. 여기서 더 부족했다면 4년이 아닌 40년이 걸렸을지 모른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느냐, 평가하느냐의 문제지 물리적인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 인천대는 ‘Only(유일)’를 지향하는 전략을 택했다. 인천대 발전에 어떻게 작용했나.
“Only, 즉 유일은 연구 분야를 강조한 것이다. 교육에서 유일은 쉽지 않다. 인천대는 연구중심대학이 목적이다. 연구중심대학은 교수가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이론으로 학생을 교육하는 대학이다. 남의 이론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연구 결과를 교육시키는 대학이란 의미다. 서울대가 100년 후의 먹거리와 같은 장기적인 연구를 한다면 인천대는 5~10년 사이에 일어날 실용성 있는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유일’ 대학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또 하나는 남들이 안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면 획기적으로 특징적인 모델이 나온다. 인문대 교수가 바이오를 연구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안 나오는 연구가 나오게 되는 것처럼. 우리 대학의 예술문학을 전공하다가 화학생물학과로 돌아온 교수가 베트맨, 스파이더맨, 드라큘라 등 세계의 돌연변이들은 다 바이러스에 의해 돌연변이가 됐다는 내용으로 논문을 썼다. 어디에도 이런 논문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획기적인 발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 결과가 WURI 랭킹이다. 인천대를 세계 100대 대학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전세계 혁신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순위를 매기는 WURI(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랭킹 평가에서 전세계 35위 혁신대학으로 선정됐다.”

- 최근 대학과 지자체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인천은 대학과 함께 가야한다. 경인지역에는 29개 대학이 있는데 이들이 모여서 학교 간 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와는 명예박사를 제공하고 스마트 시티, 스마트 에너지를 함께 구상하기 위한 공동협약을 맺었다. 스마트 에너지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에너지를 20~30% 절약하게 되는데 건물이 많은 송도로 확장하면 더 많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해진다. 아직 계획이기는 하지만 해양청과 해양 물류대학을 만드는 것도 2030년을 목표로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인천의료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공공의료가 중요해졌는데 의·치과대학 병원을 설립해 경인지역 공공의료의 전진기지 역할을 차기 총장이 진행할 것으로도 예상한다.”

-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대학들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인천대는 원격수업 준비를 빨리 시작했다. 학생들 만족도도 지금은 90%까지 올라왔다. 코로나19로 사태로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심리 단계를 처음엔 충격, 2단계는 분노, 3단계는 체념, 4단계는 적응이라고 분석했는데 한국에는 5단계가 있더라. 그게 바로 혁신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줌(Zoom)을 그냥 쓴다. 한국인은 줌을 쓰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도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 등록금 환불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교육부의 입장이 옳다고 본다. 교육부가 나서는 순간 옥석 구별이 안 된다. 대학 별 상황이 다른데 똑같이 해결하려고 하면 차이가 없어지고, 정부의 간섭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3월 초 학생회장과 만나 비용 절감 부분에 대해 나누기로 논의했다. 한 학기가 끝나면 회계 장부를 100% 공개해 늘어나거나 줄은 부분을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 학교의 비용 중에 줄어든 것이 있다면 그만큼을 배분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등록금 반환 문제는 철학적 고민을 가져왔다고 본다. 학생들이 드디어 교육비용에 대한 효과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은 대학의 차이를 그냥 체념하고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낸 만큼의 이상의 효과를 따지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학생들의 기준에서 지불한 금액보다 서비스가 낮은 대학은 구조조정이 되고 그 속도는 더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 대학은 만족스러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코로나19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본다.”

- 재임 중에도 언론 인터뷰, 기고 등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해왔는데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이전에 근무했던 장강상학원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장강상학원은 마윈을 비롯한 중국의 기업 리더들이 많이 참여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대학이다. 이곳에서 창조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연구를 더 하고 싶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에서 창업하는 사람들과 연결을 해주고 싶다. 동시에 한국과 중국의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도 하려고 한다. 그 다음은 지금까지 해온 대학혁신의 경험으로 우리나라 대학에서 무상으로 봉사할 계획도 있다. 사회에 대한 봉사의 일환이다. 여기서의 경험을 다른 대학에 나눠줄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인천대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해달라.
“인천대에서 평생 꿈꿔온 대학의 혁신과 발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4년의 기간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지만 나에겐 제2의 고향, 제2의 대학이다. 곧 떠나가지만 인천대가 제공해 준 기회와 혜택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인천대가 언제든 나를 필요로 하면 봉사하려고 한다. 인천대의 멋진 문화, 철학과 가치관을 존경한다.”

■ 조동성 총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교무부처장 겸 기획부실장, 국제지역원장, 경영대학장 등을 거쳤다. 2014년 서울대 은퇴 후 중국 베이징에 있는 미국형 경영대학인 장강상학원에서 전략 전공 전임교수로 근무하다가 2016년 7월 인천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경영학회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장, 안중근의사기념관장 등을 역임했다. 핀란드 알토대 명예박사학위, 황조근정훈장, 핀란드 백장미 기사 1급 훈장을 받았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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