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우리 청소년의 일부는,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시각에 더 신경을 쓰느라고 정작 필요한 것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견해가 다를 경우에 피해가 올 것이란 추정으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상담한 김 군도 같은 예다.

김 군은 이번 중간고사를 망쳤단다. 서울의 명문대학에 가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는데, 화학시험에서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틀렸단다. 이유는 문제의 조건은 상대적이라서 문제마다 조건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 문제는 그 조건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를 잡고 20여 분을 고민하다가 질문을 했단다. 선생님은 김 군의 질문을 받고 즉시 조건을 준 문제로 수정했다.

그러나 김 군은 이미 그 한 문제를 갖고 고민하고 의심하면서 매우 초조해졌다. 그리고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알아 더욱 긴장했고 제대로 풀지 못했단다. 그래서 모두 맞힐 수 있는 문제를 틀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선생님에 대해 분노하며 좌절하고 있었다.

필자가 김 군에게 물었다.

“너는 그 문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선생님께 바로 질문하지 않았니?”

김 군은 문제를 발견한 즉시 질문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바로 앞에 어떤 문제로 인해 다른 학생이 질문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냐는식으로 약간의 핀잔을 받았단다. 김 군은 선생님께 그런 핀잔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 질문을 바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말했다. “만약에 네가 일찍 질문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김 군이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겠지요.” 필자가 다시 물었다. “김 군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필자는 김 군에게 어떤 일에 닥쳤을 때, 안 될 수도 있지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했다. 그리고 안 될 경우에 받는 불이익보다 될 경우에 오는 유익이 더 크고 행복함을 인식시키려 애를 썼다. 길고 긴 인생에서 그런 일은 많이 있을 것이며, 그때마다 안 될 경우만을 먼저 생각한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도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김 군은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필자가 서울의 고등학교에 임용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김 군을 이해시켰다. 필자는 충청도의 한 도시에서 교직을 시작했는데 결혼하면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1년 겨울에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사 모집 광고가 나왔고 서류를 접수했다. 합격자 발표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학교로 전화를 했더니 교감 선생님이 받았다. 그래서 누구라고 소개했고, 결과를 알고 싶다고 했다. 교감 선생님은 이미 합격자가 있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교감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하고 나서,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불러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약 보름 후에 교장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면접하자는 것이었다. 면접하고 나니 바로 합격이라면서 서류를 준비하라고 했다. 나중에 1차에서 불합격했는데 왜 다시 불렀는가를 알게 됐다. 필자의 전화 한 통 때문에 불렀다는 것이다. 그냥 될 수 있다고 간단히 생각하고 한 말이 필자가 원하는 한 가지 목표를 이루게 했던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늘 부정적인 잣대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일부 청소년들에는 너무 심한 경우도 있다. 그들은 실패, 아니 실수를 두려워하고 정당한 자신의 의견이나 건의가 잘못된 것으로 이해하려 한다. 필자는 청소년들의 이런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다. 안될 수도 있지만, 잘될 수도 있으며 확률은 반반으로 같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잘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인생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합격자 발표 후에 전화한 것으로 필자는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 그러나 김 군은 선생님의 반응을 지레 무섭게 생각한 탓에 정당한 질문을 하지 못함으로 얻은 불이익이 크다. 이런 사소한 사례이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필자는 다시 청소년들에게 묻는다. “김 군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될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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