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등록금 반환 갈등, 대면시험 혼선, 온라인 부정행위, 멀어진 관계들. 대학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가득 남은 채 한 학기가 마무리됐다.

사람 만날 일이 적어 피곤함이 줄었다는 학생들,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전공이 너무 어렵다는 학생들, 아르바이트와 인턴까지 모두 뜬구름처럼 사라져버려 갈팡질팡하는 학생들.

각자의 이야기 속에 담긴 상황은 달랐지만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일상생활과 허공에 붕붕 떠도는 시간을 느끼는 점만은 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와는 상관없이 놀거리를 즐기고, 취업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여 씁쓸함을 마신다. 세상의 불확실함이 나의 신세와 노력을 한탄하게 하는 상황들은 꽤나 불편하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이 어떤 형태가 됐든 그 삶을 처음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일부터 좋은 기술과 편리함이 넘치는 날이 와도 익숙하고 소중한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대학의 상담센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상담센터의 상담실은 대체로 비좁고 매우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코로나19 이후에는 제대로 대면상담을 진행할 수 없다. 필자 역시 전화와 화상으로 학생들을 만나며 새 기술을 익히고 있지만 어색함과 미숙함은 아직 가실 줄을 모른다. 그러나 이를 견뎌주는 것은 학생들이었다. 자신의 성장과 고민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상담에 참여한 학생들이지만 필자를 도와주고 있다. 필요한 것을 기여할 수 있는 세상. 서로가 이렇게도 연결될 수 있다니, 감사한 마음이 내 자신을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가 시작됐고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화분을 가꾸며 집에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는데, 얼마 전 장미로 아름답게 마당을 꾸민 한 정원사의 집이 소개됐다. 그 중 세심하게 꽃을 관리하며 다듬는 정원사의 말이 유독 가슴에 남았다. 식물은 생각보다 강하다. 너무 겁내지 말고 과감하게 잘라주면 원하는 모양대로 자라게 할 수 있다.“

필자는 잎사귀 하나에도 과도하게 몰입해서 자르기 아깝다, 아플 것이다, 어떻게 자르냐 등 헛된 생각을 하고, 한편으로는 막상 화분을 만들고 나니 돌보기 귀찮고 짐이 되기도 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내 손 하나 가지 않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은 향기와 예쁜 모양을 공짜로 가져다주는 화분을 키우기 원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식물 자체가 엄청 약해서 관리할 수 없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정원사의 말에 용기를 얻어 덥수룩하게 번식하던 장미허브의 낡은 잎을 떼어줬다. 그 아래 무수히 자라난 아기 새 잎들을 봤다. 작은 화분을 보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이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봤다.

삶의 선택도 다할 수는 없다. 삶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선택하기를 선택해야 한다. 그럼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내 자신에게 질문하자.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물론 현재 세상은 혼란과 불편함으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실패와 좌절을 희망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희망할 수 있는 것을 희망해야 할 것이다. 희망은 주로 위를 향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기운은 솟아나는 것이고, 기분은 업(up)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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