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근처 카페에서 원격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한국대학신문DB)
한 대학 근처 카페에서 원격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생 단체가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전문대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추가 예산이 소요됐다며 등록금 반환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교육의 질이나 양에 부족함을 느꼈다면 추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학생'다운 주장이 아니겠느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등록금 반환 주장이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대학별로 총학생회가 농성에 돌입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등록금 반환 소송을 추진한다. 또한 밖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대학 내에서 등록금 반환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A전문대 관계자는 “학교 게시판과 전화를 통해 학생, 학부모들의 등록금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대학들이 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뿐,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에서는 등록금 반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강민정 교육위원회 위원(열린민주당)은 “온라인 수업(원격수업)으로 학사 운영을 지속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며 “정부는 ‘교육받을 권리’ 보장 차원에서 대학 시설 미이용분에 대한 등록금 반환 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시선은 대학가에 쏠렸다. 여기에 건국대가 2학기 등록금 감면 형태를 통해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겠다고 나서면서 대학에 가해진 등록금 반환 압박은 더욱 가중됐다. 전문대 중에서도 등록금 반환 압박이 이어질 경우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반환 요구를 수용하려는 대학들이 나오고 있다.

충청지역 A전문대 기획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요구가 계속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주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B전문대 관계자 역시 같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등록금을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이 없을 뿐, 모두 내부적으로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등록금 반환 방안을 마련하려는 이유는 ‘입시’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A대 기획처장은 “계속해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이어지고, 건국대나 한성대처럼 요구에 응하는 대학이 늘어날수록 등록금을 반환하지 않는 대학은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학생 수가 줄어 가뜩이나 모집이 어려운데, 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면 더욱 모집이 힘들 것 같아 만약의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가진 대학들이 반환 방침을 선뜻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대학의 재정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의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매년 증가해 2015년 1384만4000원에서 2019년 1622만6000원 수준으로 약 238만원 가량 증가했다. 반면 대학 평균 등록금의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2016년 662만6000원에서 2019년 671만7000원으로, 9만1000원 오르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전문대의 경우 2019년 평균 등록금은 일반대의 87% 수준인 579만원으로 나타나, 대학 재정이 보다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을 초과하는 비용을 교육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본지는 전국 125개 사립 전문대의 교육비 환원율을 분석한 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8 회계연도 기준 평균 수치는 180.4%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벌어들인 등록금 수입을 모두 교육에 투자하고도 추가로 등록금 수입 80%에 해당하는 만큼의 비용을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더 썼다”고 보도했다. 전국 149개 사립 일반대의 교육비 환원율은 213.8%였다.(관련 기사: [데이터로 본 대학] ‘전문대학, 학생교육에 적극 투자’ 평균 교육비 환원율 180.4%)

코로나19 사태로 전염병 대비와 원격 수업을 위한 투자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대학 재정을 압박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삼육보건대학교 혁신지원사업단장)은 “전문대가 원격 수업을 위한 장비를 구입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관련 예산으로 5월 중 1억3000만원 이상 사용한 전문대도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첫 과제로 원격강의 콘텐츠 제작이 꼽히고 있다. LMS가 없는 대학은 당장 구축을 위해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용 지출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절감된 예산도 있지만, 전문가는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양한주 한국대학경쟁력연구원 재정운용분석센터장은 “코로나19로 시설 사용이 줄면서 청소에 드는 비용이나 수도세, 전기세 정도가 줄었지만, 그 금액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반환 주장의 근거로 ‘시설 미이용분’을 든 것에도 반박하고 나섰다. 양한주 센터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기존 시설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자면 대학은 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이라면 교육에 대한 불만을 ‘돈’이 아닌 ‘교육’으로 보상받으려는 접근을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대 C교수는 “1학기에 이뤄졌던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교육의 질을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대학 교육이 발전하는 것 아닌가”라며 “오히려 다음 학기에 강의 추가 신설이나 프로그램 추가 운영 등 추가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배우려는 입장’에선 더 합리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이야기는 불만족스러운 교육을 받은 데서 멈추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학이 ‘교육적 책임’을 다할 기회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 아쉽다”고 밝혔다.

대학가는 이번 논란이 한시적인 사건으로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2차 대유행이 올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대학의 코로나19 관련 예산 지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의 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당분간 투자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함께 2학기에도 같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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