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원격 시험’이 대학가에 적용되면서 대학생들의 부정행위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국민대‧인덕대학교 등은 학생들의 시험 상황을 녹화하고 안면인식 기술을 일부 시험에 적용하며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교육 실험에 돌입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은 물론 대면 시험도 치르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시험을 진행했는데, 감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자 이를 틈 탄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인하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성균관대 학생들이 모여서 문제를 풀거나 SNS로 답안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시험 부정행위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온라인으로 시험이 진행될 때 사용할 수 있는 부정행위 수법이 공유되고 있다. 서울 A대 재학생 B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말 시험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 키보드 앞에 두면 (부정행위가)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고 밝혔다. 같은 대학의 또 다른 재학생 C씨 역시 “시험 도중 몰래 옆에 책을 놓고 본다면 걸리지 않을 것이라거나, 시험을 볼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면 시험을 선택하고 있다. 시험 부정행위가 드러난 인하대는 물론 고려대‧경희대‧한양대 등은 결국 대면 시험을 실시했고, 한국외대 등도 대면 시험이나 비대면 시험 중 교수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6월 9일 한양대 학생들이 대면시험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6월 9일 한양대 학생들이 대면 시험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그러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시험을 비대면으로 치러야 한다며 대면 시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높다. 한양대에서는 6월 9일 대면 시험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피켓시위가 한양대 대학본부 앞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한밭대 역시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비대면 시험을 진행하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과학기술대학교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SNS 등으로 대면 시험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대전과학기술대학교의 A 교수는 “코로나19가 퍼지고 있어 대면 시험을 반대한다는 학생 의견이 있지만 시험 부정행위를 막지 못할 경우 공정한 성적 산출이 어렵고, 선의로 노력한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대학으로서도 뾰족한 수를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원격 시험의 부정행위를 방지하려는 대학들의 주목할 만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한 인덕대와 시험 상황을 녹화하는 국민대다.

인덕대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안면인식 기술. 사용자가 화면이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자 시험 화면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부정행위를 경고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인덕대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안면인식 기술. 사용자가 화면이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자 시험 화면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부정행위를 경고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인덕대는 1학기 기말고사에서 일부 학과에 한해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시험을 실시했다. 인덕대가 채택한 시스템은 AI 영상 분석 전문 업체 엠텍비전(주)과 리녹스(주)가 공동 개발한 AI기반 온라인 강의 및 시험 감독 인증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시험을 보는 사람의 얼굴 표정과 자세, 시선을 인식하고,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해 이상현상을 감지한다. 즉 시험화면이 아닌 다른 곳에 일정 시간 이상 시선이 머문다거나, 사용자의 모습이 화면을 이탈한 경우를 감지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만약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시험자의 모니터에 경고 화면이 뜬다. 또한 이상 현상이 있었다는 기록을 서버에 저장하고, 동시에 대학의 시험 담당자와 담당 교수에게 해당 사실이 전달된다. 음성인식도 가능해, 다른 사람이 옆에서 답안을 불러주는 부정행위도 막을 수 있다.

강문상 인덕대 교육혁신원장은 “시험의 부정행위 방지는 공정성 문제와 직결된다. 이번 기술 도입으로 공정성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1학기 시범도입 후 학생들의 반응 데이터와 분석 자료를 축적해 2021학년도부터 전면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시스템을 LMS와 연동해 출결 관리에도 적용하고, 동영상 강의 몰입도를 파악해 원격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도 전했다.

국민대가 그렙(주)의 온라인 시험감독 시스템을 도입해 기말고사를 보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감독하고 있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국민대가 그렙(주)의 온라인 시험감독 시스템을 도입해 기말고사를 보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감독하고 있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국민대는 이번 학기 기말고사에서 소프트웨어학부, 경제학과, 전자과 등 일부 학과에 대해 실시간 감독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국민대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그렙의 온라인 시험 감독 서비스 ‘모니토’로, 학생이 시험을 보는 화면과 시험을 보는 영상을 동시 촬영해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인덕대가 사용하는 기술과 마찬가지로 음성이 동시에 저장된다.

국민대는 학생이 모니토 프로그램을 통해 시험 화면에 접속하면 시험을 보고 있는 화면 전체를 저장한다. 또한 시험 내내 학생이 소지한 개인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이용해 상반신과 손이 보이도록 촬영을 한다. 시험을 시작하기 직전에는 주변환경을 모두 촬영하도록 해 커닝을 할 수 있는 자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타인의 개입을 방지했다. 또한 실시간 감독 후에도 저장된 영상을 검토하며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한다. 실제로 국민대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부정행위를 적발해냈다. 학생이 시험을 보는 공간에서 음성을 통해 내용을 전달받은 경우나 인터넷 검색을 한 경우 등이 시험이 진행되던 중 발각됐다.

임성수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장은 “이번에는 80% 정도의 학과가 모니토를 적용했는데 향후 학교의 방침에 따라 확대할 예정”이라며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녹화하는 것과 달리 학생의 시험 화면과 시험을 보는 모습이 모두 저장돼, 부정행위 방지에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 분석을 통해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행동을 잡아내는 기술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대면 시험도, 비대면 시험도 비난을 예상하고 감행해야 하는 선택지가 됐다. 이런 때에 신기술을 적용해 원격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를 방지하려는 대학들의 자구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인덕대와 국민대의 실험적 시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 시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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