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조 동양미래대학교 교수

오상조 교수
오상조 교수

코로나19가 지금까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대학과 학생들에게 요구했고, 시간이 흘러 이제 벌써 대학과 학생들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평가할 시점이 됐다. 아직 이번 학기가 종료된 시점이 아니라 좀 빠른 감이 있지만, 지금 머릿속에는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대학들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교육 품질을 어느 정도나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학생들은 기대만큼 성장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대학으로 남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우리 대학의 경험을 – 다른 대학들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 공유하고 각각의 질문에 대한 잠정적인 해답을 찾아보도록 한다.

오프라인 캠퍼스 기반 사이버대학과 유사 형태로 변화
우리 대학은 교육부나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재택 수업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한참 전부터 이번 학기 수업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당연한 고민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발전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다양한 대안을 준비해야 했다.

대면수업을 진행하면서 주로 얼굴을 보며 학생들과 의사소통하던 교수님들께 원격수업용 콘텐츠를 개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온라인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하나하나가 모두 난제였다. 콘텐츠 개발, 제공, 그리고 온라인 상호작용. 실제 문제는 원격수업을 경험하지 못한 교수님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더 어려운 문제는 50% 내외의 강의는 강사와 겸임교원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겸임교원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서 일반적인 대면강의 이외의 것들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콘텐츠가 학생들에게 제공돼야 하는 정해진 수업 시간을 고려한다면 교수님들이 콘텐츠 개발 방법을 숙지하고 개발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짧았다. 강사와 겸임교원을 포함한 모든 교수님들께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단시간 내에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표준적인 콘텐츠 개발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고, 교수설계를 거친 후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절차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었다. 물론 표준적인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분들께는 그렇게 하도록 권장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학습관리시스템(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은 도입한 지 좀 오래돼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1400개 이상의 강좌를 한 학기 동안 운영하는 데는 몇 가지 준비만 하면 가능하다고 조사됐다. 10년 이상 동안 모든 정규 강좌를 LMS에 개설해 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적어도 교수님들의 수업자료 제공과 학생들의 과제 제출 용도로 꽤 오랜 동안 활용돼 사용자들의 접근성에도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학기 시작 직전 진행했던 서버 가상화 업그레이드 작업도 원격수업 운영에 필요한 LMS나 VOD 서버의 수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0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원격으로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많은 준비들이 필요했다. 네트워크 회선 증설, 서버 용량 확대, 스토리지 정리 등등을 통해서 많은 학생들이 LMS에 동시접속 가능하도록 조치했고 부족한 부분은 대학 외부의 CDN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했다.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LMS에 탑재된 기본 기능을 활용하면서,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 등의 외부 서비스도 사용하도록 했다. 실시간 수업이나 학생 지도에 Zoom이나 WebEx 등 원격 회의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때맞춰 Zoom에서는 일부 기능 제한은 있지만, 사용시간 제한을 풀어 주기도 해 많은 도움이 됐다. 한 교수님의 도움으로 Cisco로부터 3개월 동안 WebEx의 모든 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시험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했다.

이러한 준비는 불과 며칠 사이에 오프라인 캠퍼스 기반 대학을 사이버대학과 유사한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콘텐츠 개발 방법, 제공 방법,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방법 등에 대해 안내할 무수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제공했다. 매뉴얼을 통해서 해결이 어려운 부분들은 수업운영팀, 교수학습개발센터, 학과 사무실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했다. 수업운영에 필요한 여러 요구사항들을 –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 도구 - 수렴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학과의 요청을 받아 실험실습 재료를 학생들에게 배송하기도 했다.

수업운영팀, 교수학습개발센터 콜센터 방불···문제점 해결, 자원 제공
원격수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기 이전까지는 수업운영팀이나 교수학습개발센터는 발생 문제를 해결하고 요구사항을 수렴하느라 마치 콜센터를 방불케 했다. 또한 하루에도 몇 번씩 학과장들께 수업운영 상황에 대해 안내하고 부탁드리는 일들이 반복됐다. 최대한 빨리 문제점을 해결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으나, 교수님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추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한편, 학생들에게도 수업 진행에 대해 최대한 빨리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학기말까지 비대면수업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하기 이전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불과 1, 2주 후의 수업 진행에 대해서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쉽지 않았다. 최대한 노력했으나, 결정을 늦출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했고, 그에 대해 학생들은 항상 불만을 토로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는 고비용 저효율의 학기다. 교수님들은 갑작스레 비대면 수업에 맞춰 강의 방식을 변경해야 했고 콘텐츠 개발과 제공, 학생들과의 온라인 상호작용 등 익숙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습득하고 적용해야만 했다. 학생들 역시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하면 될 것을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면서 출석을 인정받기 위한 수많은 과제를 해내야 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 힘은 힘대로 들고, 얻은 것은 적은 고비용 저효율의 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 운영 경험은 다음 학기에도 대면 수업이 불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점점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늦었지만 그간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의심해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대학 혁신가들이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번 학기와 같은 상태로 대학은 계속 유지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젠 대학이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스스로 변화하기를 머뭇거리는 사이 밖에서 무서운 뭔가가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외부로부터의 강제적인 교육 혁신 요구로도 보인다. 단순히 LMS를 개선하거나 도입하고, 몇 개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수준에서 이번 사태가 무사히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학 방향, 발전 전략 재설정··· 교육 방법 검토
대학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탐구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주는 가치에 대한 원론적인 검토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고, 지금 학생들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직업을 10개 갖게 될 것이며, 어린이들은 지금 배우는 내용과 관련 없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현재의 교육이 머지않아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일반화된 요즈음, 과연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나? 대학이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여기에 졸업 후 일자리를 갖게 만드는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대답하기 더 어려운 질문이다. 이 문제는 쉽게 답이 나올 것 같지 않고, 긴 호흡을 갖고 모두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다만, 각 대학에서는 대학별로 학생에게 주는 가치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 발전 전략을 재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방향의 설정이라는 주제 넘는 얘기를 꺼낸 것은 방향이 결정돼야 그리로 가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에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학의 나아갈 방향이 결정되고 구성원들 간에 공유되면, 이제 두 번째로 교육 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방법 외에도 다른 많은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동일한 시간일 필요도, 동일한 장소일 필요도, 학생들을 모아 놓을 필요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도 세상에 참 많다는 사실을 배워가고 있다.

대학 LMS 사용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edwith, 클라썸, 클래스팅, Google Classroom, AIR KASS, Inflearn 등 외부에서 제공하는 LMS를 검토한 적 있다. 물론, 이외에도 활용 가능한 많은 LMS들이 있다. 또 원격수업에 이용할 수 있는 원격 회의 도구들도 Zoom, WebEx, Skype, Google Meet 등 많이 있다. 이 도구들은 동일 시간, 동일 장소 교육이라는 제약을 없앨 수 있다. 또한 이런 도구들의 도움으로 학생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customized) 교육이 가능하다. 이제는 학생 개개인에 필요한 학습과 교육을 설계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 방법을 검토하며 활용 가능한 도구를 찾아 이용할 때다. 맞춤형 학습과 교육을 위한 도구는 세상에 넘쳐난다.

교육 방법 적용에 필요한 자원 준비···부서 협조, 이해관계자의 소통 필요
세 번째로는 너무 당연하게도 새로운 교육 방법 적용에 필요한 자원을 준비해야 한다. 대학 외부 자원을 사용할 것인지, 내부에 자원을 보유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도 필요하다. 실험실습 수업 등 대면 수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대학에서는 대면 수업 외의 어떤 방법이 활용 가능한지 찾아야 한다. 현재의 상황으로 어떤 다른 대안적 교육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LMS는 필수적이다.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교육 방법에 대한 교육, 연수 등도 뒤따라야 한다. 필요한 기자재들도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네 번째로 대학 내 부서 간 역할 조정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새로운 교육 방법은 대부분 전산시스템과 관련 있고, LMS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LMS는 전산 자원이면서 교육용 자원이다. 그 애매한 성격으로 인해 어떤 학교에서는 교수학습개발센터가, 또 다른 학교에서는 전산소에서 운영을 담당하며 담당하지 않는 부서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기를 지내면서 LMS는 일반적인 전산 자원이 아닌 전략적인 자원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새로운 교육 방법을 위해 도입하는 또 다른 전산 자원들도 유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대학의 전략적 자원 관리는 그 수준의 업무를 다루는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부서들의 긴밀한 협조 또한 필요하다. 특히, 예산 부서는 대학의 전략 변화와 교육방법의 변화에 대응한 예산을 수립하고, 적시에 집행할 필요가 있다. 대학 내의 모든 부서들은 부서의 관점을 벗어나, 새로운 대학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업무의 의미를 다시 찾고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대면 수업을 가상공간에서의 비대면 수업으로 옮기는 여러 준비를 하고 실행에 옮기는 동안, 이해관계자의 – 교수님들과 학생들, 가끔씩은 학부모님들 –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현재 상황을 안내하고,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부탁하는 등은 대학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다른 준비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우리 대학에서는 비대면 수업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주로 총학생회나 학과 학생회를 통해 확인하고 해결하려 했다.

혁신은 원래 없던 것을 새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틀로 혁신을 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학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의 관리 방법이 오히려 대학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는 대학이 혁신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를 관리하려 하기보다는 지원하는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할 것이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학의 모습을 진정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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