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웰슬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 교수

 

이선희 웰슬리 컬리지 동아시아 언어 문화학 교수(학과장)
이선희 웰슬리 칼리지(Wellesley College) 교수

벌써 7월이다. 지난 3월 미국 대학들이 원격 수업으로의 전환을 발표한 뒤 학생들은 모두 캠퍼스를 떠났다. 그 이후로 온라인 수업 워크숍, 비상 대책 회의, 원격 수업, 학생 개별 면담과 연구 관련 웨비나(Webinar) 등으로 다양한 줌(Zoom) 미팅을 원더우먼처럼 소화하면서 종강을 맞았다.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왔지만 상황은 앞으로도 한동안 좋아질 것 같지가 않고, 원격 강의의 질적 향상과 재정난 등의 난제들을 안은 채 대학들은 다음 학기 준비로 분주하다. '위기가 기회'라고도 하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대학 교육이 붕괴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 제목처럼 일상이 멈춘 이 순간이야말로 대학과 대학 교육의 본연적 가치에 대해 멈추어 성찰해야 할 때가 아닐까.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성이다. 대학에서의 인재 양성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소통과 교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속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이라는 변화된 환경이 기존의 대학 커뮤니티들의 활동과 기능에 제동을 걸었지만,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위기 속 상생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 물리적 공간의 분리가 주는 어려움이 다소 해소될 것이다.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의 기능도 간과할 수 없다. 때문에 학생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수 방법론이 원격수업 성패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플립러닝이나 프로젝트 기반 교수법과 같은 다양한 시도들도 결국 커뮤니티 형성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학습 효과를 증대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원격수업은 교수자의 열린 태도와 유연한 대응을 요구한다. 대면수업보다 원격수업에서 교수자와 학습자는 쉽게 피로를 느낀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원격수업과 함께 녹음된 강의, 관련 영상, 읽기 자료 등의 자료를 온라인 강의에서 적절하게 배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적극 반영하는 교수자의 태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평가 면에서도 학생들의 온라인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평가방식이 도입돼야만 한다. 오프라인 수업에서 사용했던 평가방식은 부정행위를 유발하기 쉬운데, 이를 학생 개인의 양심에만 맡기는 것은 무리다. 암기 위주의 지식 전달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창의적이고 통합적 사고를 가늠할 수 있는 평가 방안 개발이 절실하다. 평가에 대한 교수자와 학생들 사이의 열린 대화와 합의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원격수업은 교수진의 수업방식에 대한 성찰과 태도의 변화를 가져다줬다. 기술적 도구들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반성적 자각과 실험 정신을 잘 새기고 대학이 보다 열린, 수평 관계의 커뮤니티를 지향해 간다면 미래가 반드시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낙관적 시각에서 보면 미래의 대학 교육은 앞으로도 꾸준히 진화할 가능성이 많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플랫폼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등의 신기술을 접목시킨 학습 환경도 더욱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블랜디드 러닝과 디지털 휴머니티의 발전을 통한 교육의 질적 향상도 기대된다.    

원격 수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접목되면서 학습의 효율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대규모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학습과 주도적 활동을 원하는 학습자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교수자의 역할 또한 강의를 전달하는 강사에서 벗어나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와 같이 학생들의 학습을 선도하고 지원하는 조력자로 전환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대학의 발전을 교수 개개인이 선도해 나가는 데에 한계가 있다. 대학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강의 전담 지원팀과 교수진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야만 한다. 교수 평가 방법도 전환돼야 한다. 수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실험과 자료 개발을 위한 노력들이 인정받을 수 있다면 교수들의 숨통이 좀 더 트일 것이다.

코비드 19의 팬데믹 속에서 대학은 기존의 가치와 방향을 반성하고 이를 재창조할 수 있는 혁신적 기회를 맞이했다.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에 대한 열린 의식을 바탕으로 커뮤니티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함양하며, 휴먼 네트워크의 가치를 아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곳. 대학이 그 진정한 의미를 구성원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금은 멈추어 부지런히 성찰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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