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전체논문만 2위, ‘연구 영향력’ 상위 논문 전부 1위 차지
비율순위 상위 10%·1%·5% UNIST 1위…‘최상위 1%’ 이화여대 ‘최고’

(사진=KAIST 제공)
(사진=KAIST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최근 발표된 ‘2020 라이덴 랭킹(2020 Leiden Ranking)’의 자연과학·공학(Physical sciences and engineering) 순위에서 국내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한 대학은 KAIST였다. 전체 논문 수는 서울대가 더 많았지만, KAIST는 ‘상위 논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서울대를 다소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 ‘양’으로만 보면 서울대가 앞섰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KAIST가 더 뛰어났다는 얘기다.

논문 수가 아닌 ‘비율’을 기준으로 순위를 따지는 경우에는 UNIST가 1위였다. 상위 1% 기준에서 이화여대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다른 기준에서는 모두 UNIST가 1위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위 10% 논문은 물론이고, 5%와 50% 등에서도 UNIST는 전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20 라이덴 랭킹 ‘자연과학·공학’ 상위논문 KAIST 1위, 서울대·한양대 TOP3 = 최근 발표된 라이덴 랭킹의 국내대학 순위를 집계한 결과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로 확인됐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의 기간 동안 각 대학이 기록한 논문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결과다.

KAIST가 논문 수 순위에서 1위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시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논문 수만 놓고 보면 서울대가 KAIST보다 우위에 선다는 점에서다. 자연과학·공학 분야에서 서울대는 4210편의 논문을 기록, 3788편인 KAIST를 앞섰다.

그럼에도 KAIST가 가장 뛰어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라이덴랭킹의 특징 때문이다. 라이덴 랭킹의 특징은 ‘논문의 질’을 따진다는 점. 전체 논문 뿐만 아니라 피인용도 등을 바탕으로 상위 1%부터 상위 5%, 상위 10%, 상위 50%의 논문 수도 별도로 제시한다. 상위 1%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나온 논문들을 피인용도를 기반으로 줄 세웠을 때 말 그대로 ‘최상위’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여러 기준 가운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상위 10%’다. 라이덴 랭킹 홈페이지에서 ‘기본값’으로 제시하는 값이라는 점에서다. 상위 1%의 논문의 경우 일체 생산하지 못하는 대학도 있는 등 그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대학 간 연구력을 따지는 데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해당 분야에서 피인용도 등이 상위 10%에만 들더라도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볼 때 상위 10% 논문을 기준으로 순위를 따지는 것이 랭킹을 내놓은 CWTS의 의도에 부합한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기본값’이라 볼 수 있는 상위 10% 논문을 기준으로 보면 순위는 뒤집힌다. 전체 논문은 서울대가 더 많지만, 해당 분야에서의 연구 영향력이 큰 상위 10%에서는 KAIST가 421편으로 379편에 그친 서울대를 앞선다. 더 우수한 논문을 많이 쓴 곳이 KAIST였다는 얘기다.

다른 기준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상위 1% 논문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KAIST는 34편으로 27편에 그친 서울대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5%, 50% 등 기준을 달리 하더라도 KAIST는 1위, 서울대는 2위인 구도는 고스란히 이어졌다.

KAIST·서울대 다음으로는 한양대의 성과가 뛰어난 편이었다. 한양대는 전체 논문은 물론이고 상위 10%와 5%, 50% 등에서 모두 3위에 올랐다. 상위 1% 논문에서는 UNIST에 밀려 4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지만, 논문 수가 23편과 22편으로 크게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비율순위 1위 UNIST, 상위 10% 포함 5%, 50% ‘최고’ = 논문 수만을 기준으로 라이덴 랭킹을 바라보면, ‘대규모 대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KAIST·포스텍 등 서울대 못지않은 이공계 경쟁력을 자랑하는 대학들이 국내에 있지만, 규모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서울대를 논문 수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

라이덴 랭킹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비율 순위’를 별도로 제시한다. 해당 대학이 생산한 전체 논문 가운데 상위 논문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것이 비율 순위다. 규모가 작은 대학은 그만큼 전체 논문이 적어 오히려 비율 순위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율 순위로 보면, 자연과학·공학 분야에서는 UNIST와 이화여대 등이 KAIST와 더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중에서도 UNIST가 비율 측면에서는 이화여대와 KAIST를 다소 앞서는 모양새다. 상위 10% 기준으로 봤을 때는 물론이고, 5%와 50% 기준에서도 UNIST는 이들 대학보다 높은 비율을 자랑했다.

연구 영향력 측면에서 ‘최상위’라 볼 수 있는 1% 논문 기준에서는 이화여대가 1위였다. 이화여대는 전체 논문 수는 29위로 뒤에서 세는 편이 더 빨랐지만,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1% 논문 비율이 2.1%로 UNIST의 1.7%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논문 수에서 가장 우수한 모습을 보였던 KAIST는 논문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위 1% 논문 기준에서는 이화여대와 UNIST, 광운대의 뒤를 이어 동국대·포스텍과 공동 4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상위 10%와 50%에서는 2위, 상위 5%에서는 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사진=UNIST 제공)
(사진=UNIST 제공)

■라이덴 랭킹은? 논문 수 산정방법은 어떻게? = 라이덴 랭킹은 네덜란드의 라이덴대학교(Leiden University 내 과학기술연구센터인 CWTS(The Centre for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가 매년 발표하는 대학순위다. 올바른 표기는 ‘레이덴대학교’지만, 라이덴대로 일찍이 알려진 탓에 대학이 발표하는 랭킹도 ‘라이덴 랭킹’으로 국내에서는 통용된다.

라이덴 랭킹의 가장 큰 특징은 ‘논문’ 위주 순위라는 점이다. 평판도나 국제화, 교육시설이나 여건 등을 고려하는 다른 순위들과 달리 라이덴 랭킹은 오로지 논문의 수와 인용도 등을 기반으로 순위를 매긴다. 때문에 대학들의 ‘연구력’을 판단할 수 있는 순위로 명성이 높다.

라이덴 랭킹의 또 다른 특징은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데 있다. 논문 수와 비율로 순위를 구분할 수 있는 데 더해 상위논문 기준도 1%, 5%, 10%, 50%로 4개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어떤 기준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지곤 한다.

여기에 공동저자 체제로 발간된 논문이나 여러 연구기관에 적을 둔 상태에서 쓴 논문 등의 판단 기준도 나뉜다. 라이덴 랭킹이 보유한 자체기준에 따라 공동저자 등의 논문에 조정을 가할 수도, 조정을 가하지 않고 단순 편수로 산정하는 방법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본지는 라이덴 랭킹 집계 과정에서 CWTS의 의도를 존중하는 의미로 ‘기본값’인 공동저자 등의 논문에 조정을 가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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