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알리미 대학정보공시 취업률 그래프. (자료=대학알리미 캡쳐)
대학알리미 대학정보공시 취업률 그래프. (자료=대학알리미 캡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기업들이 채용을 축소하자, 일반대에 비해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던 전문대에서도 취업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서 주요 평가기준으로 활용되는 취업률 지표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대학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LINC+ 연차평가에서 이를 감안해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만약 4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시행된다면, 올해 취업률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학생의 취업 전망도 비관적이다. 기업들이 줄줄이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취업률로 학생을 확보해왔던 전문대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6월 25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전국 451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업체의 27%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고용을 축소할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13%는 경영 악화로 이미 인력을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신규 채용규모에 대해서는, 37.3%가 채용을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당초 계획보다 적게 채용하거나 채용을 완전히 취소한 곳은 28.4%에 달했다.

채용 취소를 당하거나 입사 연기를 통보받은 구직자도 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0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19로 채용 취소 또는 연기를 통보 받았다고 답했다.

그동안 전문대는 매년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반대의 취업률을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 왔다. 대학알리미의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2019년 전문대의 취업률은 71.6%로, 같은 기간 일반대의 취업률(64.4%)보다 7.2%p 높았다. 2018년에도 일반대(62.7%)에 비해 7%p 가량 높은 70.2%를, 2017년에는 일반대(64.4%)보다 6.5%p 높은 70.0%를 기록했다.

고용 시장의 암울한 상황 탓에 이처럼 취업률 상승 곡선을 그려왔던 전문대학가는 올해 취업률이 작년보다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현 한국전문대학교취업지원협의회 사무국장은 “올해 전문대 취업률은 작년에 비해 평균 5%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대 평균 취업률이 상승해도 1~2% 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5% 하락은 매우 큰 낙폭”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다고 여겨지는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은 물론 취업 강자로 분류되는 계열인 보건의료계열 학과들 역시 취업률 하락을 예상하고 있어 하반기 취업 시장의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하고 있다.

서울 소재 보건의료계열 특성화 대학인 A 전문대 관계자는 “보건의료계열은 늘 인력이 부족해 채용 수요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산업체에서 ‘기존 인력도 무급휴가를 보내고 있다’ ‘신규 채용은 더더욱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온다”며 “병원 쪽에서 간호 인력을 최소한으로만 뽑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 대학의 취업률이 5%에서 6%까지도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예측했다.

경기 지역 B 전문대 관계자도 “기업에서 채용 의뢰도 종종 들어왔었는데 올해는 의뢰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취업률이 좋은 상황이 아니다. 기업들의 채용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은 코로나19의 타격이 컸던 탓에, 신규채용을 확 줄였다”고 말했다.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들 역시 나름대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는 있지만, 대면 프로그램에 비해 학생 참여를 독려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다.

김재현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대면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워, 학생들을 위한 취업 특강이나 상담과 같은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이 컸다”며 “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참여한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거나 하는 강제 사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참여를 독려하기가 어려운데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기가 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취업률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해왔던 정부의 대학 평가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진단(대학 구조개혁평가)은 물론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LINC+) 육성사업 등에서 취업률을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취업률까지 반영하는 오는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과 달리 LINC+ 학과 중점형 사업 연차평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 12월 기준 취업률이 반영돼, 평가 시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상석 LINC+ 사회맞춤형학과 중점형 사업단협의회장(부산과학기술대학교 LINC+사업단장)은 “상황이 어려움을 감안해, 한국연구재단이 이번 4월 진행된 연차평가에서는 협약산업체에 취업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참여 학생들이 다른 업체에 취업했을 경우 평가에서 이 점을 감안해줬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에 진행될 연차평가에서도 이와 같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과 중점형 사업 연차평가에서는 협약산업체취업률을 평가한다. 그러나 채용을 약정한 협약산업체도 기업 상황에 따라 실제 채용 규모는 다를 수 있고, 코로나19로 기업 경기가 어려워 올해 채용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현 상황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교육부 산학협력일자리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학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평가에서 어느 정도 현 상황을 감안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대해 얼마나 변경할 것인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기본계획도 나오지 않은 4주기 대학 기본약량 진단에 대한 우려도 높다. 그동안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을 활용해온 경향을 보면, 교육부가 4주기 역량 진단을 실시할 경우 역시 '취업률 줄세우기'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주기 진단에서는 2020년 12월 취업률부터 반영되기에 전문대에서는 4주기 역량 진단 평가 지표를 만들 때 코로나19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송현직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 회장은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 지표가 자주 쓰인다. 향후 4주기 역량 진단도 진행된다면, 취업률 지표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며 “그럴 경우 취업률 평가 항목에 대한 점수 비중을 낮추는 것과 같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사무국장은 “대학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취업률 지표가 평가 기준으로 쓰이는 게 맞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며 “기업이 아닌, 산업 단위로 무너지고 있는데 취업률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당장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서도 취업률 지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전문대 졸업생에 대한 취업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현직 회장은 “취업률 제고를 위한 사업을 발굴하거나, 지역과 대학을 연결해 취업 연계형 학과를 신설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전문대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에서는 우선 취업과 창업 관련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과 우수 사례를 책자로 정리해 각 대학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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