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피해자 김일수씨의 동료 이우봉씨의 증언록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나카토오리와프로실,1991)'에서 발췌한 조선 내에서 연행자를 이송하는 트럭(왼쪽). 김정훈 전남도립대 교수(오른쪽)
징용피해자 김일수씨의 동료 이우봉씨의 증언록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나카토오리와프로실,1991)'에서 발췌한 조선 내에서 연행자를 이송하는 트럭(왼쪽).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오른쪽)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김정훈 전남과학대학교 교수와 일본의 작가 야마카와 슈헤이가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한국인에게 자행한 강제징용에 대해 언급하며, 일본 내 우익 세력의 혐한 분위기 조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정훈 교수는 일본 간세이가쿠인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하고, 이후 반전과 한일평화 가치를 중시하는 일본 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다. 일본에서 저서를 출판하거나 일본과 한국의 도서를 번역해 양국 문화 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야마카와 슈헤이 작가는 한국의 근로정신대 유족과 교류하며 한국 피해자에 대한 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

김 교수와 야마카와 작가는 본지에 의견서를 전하며 일본 제국주의 시대 한국인에게 이뤄졌던 강제징용의 잔혹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야마카와 작가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국인 강제징용의 잔혹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1942년 징용으로 끌려가 해방 후 한중일 노동자 연대를 이끈 김일수씨가 일본의 작가 마쓰다 도키코에게 증언한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마쓰다 도키코의 르포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에 따르면 김일수씨는 ‘연행용 군 트럭을 면의 변두리에 세워 둔 채, 동승한 일본인 경관과 면사무소 직원, 혹은 면장이 마을로 들어가 예의도 갖추지 않고 남자 일손이 있는 집 문을 두들긴다. 그 뒤 열쇠를 두들겨 부수고 신발을 신은 채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고함을 쳐서 수갑을 채웠으며 그래도 듣지 않으면 어디선가 권총을 지닌 헌병이 뛰쳐나와 불문곡직하고 마을 변두리의 트럭으로 연행에 실었다’고 마쓰다 도키코에게 증언했다”고 말했다.

또 “마쓰다 도키코는 김일수씨에게서 ‘집이라고 해도 돌과 흙으로 벽을 둘러서 나무로 만든 여닫이문에 자물쇠를 채운 집이므로 놈들이 부수는 건 일도 아니죠’‘우리 집에 쳐들어온 건 심야, 오전 2시경으로 어머니가 울며 부탁하는데도 강제로 연행 됐다’고 듣고서 회고문에 새겼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관동대지진, 3·1 독립운동 희생자, 체포자의 숫자와, 창씨개명과 조선어 말살정책에 대한 사실도 언급했다. 나아가 탄광과 금속광산, 토목공사, 공장에 강제연행으로 끌려간 인원, 불법노역에 시달리다 사망한 희생자, 나가노 마쓰시로 대본영공사 동원자, 위안부, 징병제로 일본군에 입대한 조선인, 일본 패전 후 전범으로 처형된 조선인, 패전 후 무국적자로 사할린에 남겨진 조선인, 귀국하지 못한 조선인,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등의 사실도 열거했다.

이들이 이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언급한 것은 최근 일본 내 우익 세력이 한국 혐오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 교수와 야마카와 작가는 “한‧일간의 미해결 문제에 대해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마땅하다. 한국과 일본의 미래세대가 서로의 역사를 공유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지난 과거에 맺은 약속을 저버리는 한국이라고 여론몰이를 하며 시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혐오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정권과 우익 언론, 그리고 미쓰비시중공업과 같은 전범기업이 한국에 대해 배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정책으로 이웃나라 한국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편향된 시선으로 보는 일본시민이 증가한다는 점에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또한 이런 현상의 반작용으로 한국 시민들 사이에서도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하락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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