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기업 근무 경력 대학경영에 접목
장기적 관점 ‘제3의 길’ 고민 필요
취업 맞춤형 전략… 높은 취업률 자랑
4차 산업혁명 뉴칼라 인재 양성

올해 초 연암공과대학교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한 안승권 총장은 LG그룹의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경영자다. 피처폰이 대세였던 시절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키운 뒤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올해 초 연암공과대학교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한 안승권 총장은 LG그룹의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경영자다. 피처폰이 대세였던 시절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키운 뒤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경남 진주에 위치한 연암공과대학교는 현재의 변화를 읽고 미래를 이끌 원동력인 젊은 감각의 우수 공학계열 인재 배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에서 비대면 원격수업이 보편화되면서 연암공대 역시 새로운 교육방식(교수법)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 연암공대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한 안승권 총장은 LG그룹의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경영자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LG전자에 입사한 뒤 2004년 MC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피처폰이 대세였던 시절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키운 뒤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총장은 이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LG사이언스파크 대표를 역임했고, 연암공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대학경영자로의 삶을 선택했다.

지난 9일 연암공대 총장실에서 만난 안 총장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대학 역시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를 먼저 읽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해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기업과 맥을 같이 한다”며 “미래지식을 스스로 익히고 응용할 수 있도록 기본지식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현재 대학에서는 더 중요한 교육법”이라고 했다.

안 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젊은 인재 양성 전략과 공학계열 특성화 대학인 연암공대 발전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대기업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한 R&D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다 대학으로 왔다. 대학 총장을 맡은 소감을 우선 물어보고 싶다.
“38년을 근무했던 기업과는 달리, 그 역할과 문화가 다른 대학조직에 와서 처음에는 여러 가지가 많이 생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조직의 공통점도 발견했는데,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이라는 점이었다. R&D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세상의 변화를 미리 읽고 이에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대학도 미래 사회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조직이므로 변화를 먼저 읽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해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지식의 발전과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단편적인 내용을 전수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미래지식을 스스로 익히고 응용할 수 있도록 기본지식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현재의 대학에서는 더 중요한 교육법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이런 부분을 중심으로, 연암공대의 미래 변화 방향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 실행방법을 고민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쉬운 점은 활기찬 학생들이 있는 대학으로 왔는데도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을 아직까지 제대로 만나지 못한 점이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연암공대 역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준 여파는 대학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총장이 생각하는 향후 영향은 어떨 것이라고 보는지.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기준으로 해 사건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나누듯이, 코로나19를 기준으로 해 BC(Before COVID-19)와 AC(After COVID-19) 시대로 나뉠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특히 대학을 포함한 교육계에는 비대면 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방식(교수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오랫동안 실행을 주저하던 온라인 강의를 전면 시행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강의와 원격학습에 익숙해진 많은 학생들이 오프라인 대학을 진학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또 다른 외부 환경 위협으로 대학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고, 근본적 대응을 하지 못한 대학은 쇠퇴하게 되는 상황이 촉진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현재의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강의의 장점만을 뽑아낸 새로운 교수법을 찾는 등 생존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어렵다. 연암공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대학의 존재, 대학의 경쟁력에 대한 위기는 코로나19 확산이 촉발한 새로운 문제이지만, 익히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던 대학 존립의 큰 이슈는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다. 지방 소재의 전문대학인 우리 대학은 지금의 상태로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면, 비록 LG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미래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당장의 과제는 취업경쟁력 강화와 교육부 등의 대외평가에 잘 대응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대학 구조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포함한 제3의 길도 고민이 필요하다. 이 부분의 예를 들자면, 교육부의 전문대학에 대한 장기 지향점인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부분도 하나의 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대학이 평생교육을 운영한다면, 대형 대학들처럼 여러 과목이 개설된 백화점식 교육과정으로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대학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공학계열 특성화 대학이고 주된 사업군이 첨단 산업 분야인 LG에서 설립, 지원하는 특색이 있다. 이를 고려해 연암공대만의 강점을 살린 평생교육 과정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연암공대는 높은 취업률과 취업의 질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취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밝지만은 않은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국내 산업 인력 총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생산지 확대를 더 중요시하고 있고, 국내 생산지는 스마트팩토리화 등을 통해 필요 인력 전체 수요는 감소하는 상황이다. 연암공대는 LG연암학원이 설립한 대학으로 그간 LG 계열사와의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LG 계열사에 취업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학은 LG와의 주문식 교육 등을 통한 산학협력을 지속해, LG 맞춤형 인재 배출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국내기업 환경변화로 우리 학생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대학은, LG취업과는 별개로 LG 이외의 새로운 대기업 취업처를 확보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또한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와 급여를 제공하고 미래 성장성이 있는 중견 강소기업들을 발굴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한편 앞서 말한 것처럼 전체적인 산업 인력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산업별로 세부적으로 나눠 보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분야 또한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팩토리화로 인해 공장 내 단순 작업 인원수요는 감소하겠지만, 그 설비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인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게 되는데, 우리 대학은 이러한 변화를 읽고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의 맞춤형 인재 배출을 위해 교육과정 변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국내 취업뿐 아니라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대학들도 많다. 연암공대의 해외취업 전략은.
“우리 대학은 해외 취업에 있어서도 다른 대학과는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해외 소재 로컬 기업에 직접 취업시키는 것 보다는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생산지와 법인에 필요한 인재를 맞춤형으로 교육시켜 현지 취업을 유도하는 형태로 대학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미 LG화학 폴란드 전지법인과 LG전자 미국 세탁기법인 등에 이러한 형태의 맞춤형 교육을 진행해 우리 학생을 취업시킨 경험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하지만, 국내 기업이 생산경쟁력이 높은 해외로 진출하는 추세는 지속될 것이고, 이에 맞게 미리 우리 학생들을 교육해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이 국내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 연암공대의 슬로건인 ‘LG와 함께 4차 산업혁명 뉴칼라 인재 양성’에 대해 설명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이 이공계 출신을 중심으로 기본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지식도 필수적이다. 알다시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단순히 몇 년간 한 가지 학문을 배운다고 해서 마스터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구하기에는 학문적으로 장기간 공부를 해야 하는 분야다. 전문대학인 우리 대학에서 이렇게 높은 수준인 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AI, 빅데이터 관련 인재는 이미 개발된 여러 관련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파워포인트나 엑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량은 없다 하더라도, 사용법은 쉽게 익혀 실무에 편리하게 사용하는 원리와 같은 이치다. 연암공대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학생들이 반드시 익혀야 하는 필수 외국어(Bilingual)와 같은 개념으로 두고 교양과목을 중심으로 관련 과목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유수 IT 기업과도 협업할 수 있도록 현재 관련 기업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대학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연암공대가 위치한 진주는 지방중소도시이면서 교육도시로 경쟁대학이 많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당장의 재학생 확보 전략이라면.
“연암공대는 내실에 비해 일반인에게 알려진 인지도가 매우 낮다. 지금까지는 우리 학생들이 주로 오는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홍보에 집중했는데, 올해부터는 디지털 매체 활용을 통한 광고‧홍보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매체 중심의 광고는 우리 대학이 전문대학 중에서는 비교적 선제적으로 시작했는데, 시공간을 뛰어넘어 주요 타겟층에 직접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확인했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 시대에 우리 대학을 알리는 데에 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대학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내실 있게 움직이고 제대로 교육하는 본질적 활동들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이뤄진 여러 활동 성과들을 효과적인 수단(매체)으로 대학을 알리는 것이 진실성을 가진 진정한 홍보이지, 단순히 대학의 겉모습만 광고‧홍보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그렇게 하지도 않겠다.”

- 연암공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대학의 단순한 이름보다는 ‘대학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자질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를 대학 선정에 있어 핵심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 연암공대는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엔지니어의 모습을 미리 예상해, 그것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학위보다는 일에서 이기는 인재, 사회에 빨리 적응해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있어 우리 대학은 차별화돼 있다.”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이 캠퍼스를 바라보며 대학 발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오른쪽)이 캠퍼스를 바라보며 대학 발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안승권 총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 LG전자 중앙연구소에 입사하며 신사업 개발과 기술전략을 담당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LG전자 휴대폰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뒤 전성기를 이끌었다.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을 역임했다. 올해 2월 연암공대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주요 상훈으로는 대한민국 전자전 국무총리상, 금탑산업훈장, ‘한국을 빛내는 70인의 서울공대 박사’ 선정 등이 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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