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N 리포트] 2019년에 멈춘 서해대의 시간…지역 상권 몰락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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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서해대 인근 상권 가보니…“폐교 분위기”
인기척 없는 캠퍼스, 기간 지난 게시물 그대로…평일임에도 도서관‧취업지원센터 폐쇄
인근 가게들 역시 마찬가지…주방 불 꺼진 도시락 가게
상인들 대학 위기 여파 이미 체감 “택시도 안 다닌다” “재작년부터 학생 수 눈에 띄게 줄어”
“교수들 참 열심히 가르쳤는데”…“이사장 횡포가 유망 대학 망쳤다”는 상인 원망도
3일 촬영한 서해대 강의실 복도. 인기척이 전혀 없는 한산한 모습이다.(사진=허지은 기자)
3일 촬영한 서해대 강의실 복도. 인기척이 전혀 없는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서해대학이 지난 3월 교육부에 폐교를 신청했다. 재정 악화로 교직원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신입생을 모집하기도 어려워 정상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서해대가 본격적인 어려움을 맞이한 건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2015년, 당시 서해대 학교법인 군산기독학원 이사장이었던 이중학씨가 학교 돈 146억원을 횡령한 일이 알려지면서부터다. 2014년 3월 이 대학 이사장에 취임한 이씨는 교비와 재단 수익용 기본재산 등을 횡령해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 중 6억원 가량은 교육부 간부에게 로비 자금으로 전달되기까지 했다.

정부 재정지원에서도 배제되며 서해대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다. 이 전 이사장이 취임한 해 8월에 이뤄진 2015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에 서해대가 포함된 것이다. 다음 주기 대학 평가였던 대학기본역량 진단에서도 서해대는 최하위 등급인 재정지원제한대학 2유형에 들었다.

연속으로 대학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며 서해대에는 수년간 정부의 재정 지원이 사실상 끊어진 데다 신입생의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도 제한돼 모집에 어려움이 커졌다. 2019년 9월까지만 해도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의 의지를 저버리지 않았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2020학년도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 모두 불참했다. 이 모든 진통을 겪은 서해대 교직원들이 자진해 교육부에 폐교를 신청한 것이 바로 올해 3월에 일어난 일이다.

서해대 건물 외관. 틈틈이 잡초들이 길게 자라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허지은 기자)
서해대 건물 외관. 틈틈이 잡초들이 길게 자라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허지은 기자)

지난 3일 오후 2시에 찾은 군산 서해대는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그간 취재를 통해 보아온 바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학들이 저마다 출입자의 체온을 재고 신원을 확인하는 등 통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 서해대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시설은 커녕, 정문을 넘는 이를 지켜보거나 막는 사람조차 없었다.

학생도 찾아볼 수 없었다. 7월 초라면 종강 이후이긴 해도 보강 수업이 많은 전문대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수업들이 보강에 들어간 상황을 감안하면 학생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 광경은 서해대의 현주소를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캠퍼스 건물 밖을 30분간 돌아다니며 볼 수 있었던 사람은 마실을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 한 명 뿐이었다.

이날 취재에는 인근 지역 대학의 직원이 동행했다. 서해대 건물 외관을 본 그가 한 첫 마디는 “이끼가 저렇게 길게 자란 게,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이야기였다. 그의 말처럼, 가장 최근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건물 곳곳에 잡초들이 자라 있었다. 그는 “건물을 주기적으로 관리한다면 저런 이끼는 절대 저 정도로 자라지 않는다”며 “사람 손을 전혀 타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건물 외관만이 서해대의 현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학교 본부 건물로 들어가자 비로소 1층 사무실에서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 너덧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도 잠시, 같은 건물 강의동으로 이동하자 다시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본부 건물 옆의 강의실 건물이나 실습실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층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설치된 게시판이 있었지만 아무 게시물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곳이 더 많았다. 그나마 붙어있는 게시물은 2018년이나 2019년의 내용이었다. 서해대의 시간은 2019년에 멈춰있는 듯했다. 심지어 도서관, 취업지원센터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근 상태.

3일 촬영한 서해대 도서관 모습. 문이 잠겨있고, 내부에도 관리자나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허지은 기자)
3일 촬영한 서해대 도서관 모습. 왼쪽이 입구, 오른쪽은 내부 모습이다. 문이 잠겨있고, 내부에도 관리자나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허지은 기자)

서해대 정문 바로 옆에서 20년 이상 ‘동서문화사’라는 편집‧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A씨는 과거 이맘때면 도서관에서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학교 주변이 가득 찼다고 설명했다.

“나중에는 모집을 중지하게 된 학과지만, 서해대 유아교육과는 지역에서 꽤 알아주는 학과였어요. 서해대가 취업이 잘돼서 지역에서 대학의 평판도 나쁘지 않았죠. 지금도 방사선과는 알아주는 편이고요. 서해대가 잘 나갈 땐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공부한다고 도서관에 많이 왔어요.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했죠. 교수님들도 학생들 시험 준비 시킨다고 나왔고요. 지금이요? 지금은 아무리 방학이라고 해도 너무 썰렁하죠.”

서해대 정문 맞은편에서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B씨는 학기 중에도 눈에 띄는 학생 수는 20명 정도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해대가 그간 정원을 줄여온 데다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아예 2020학년도 들어서는 학생을 선발하지 않은 까닭이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긴 했어도 늦은 끼니를 간편한 도시락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이 있을 법 하건만, B씨의 가게는 손님이 없어 주방 불을 꺼 놓은 상태였다. 기자가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인지 확인한 뒤 음식 몇 가지를 주문했다. 이후 주방의 불을 켠 B씨는 밖에서 양파 등 재료를 가져오고, 튀김기의 전원을 올렸다. 주문한 음식의 맛은 흠잡을 데 없었다.

B씨가 이곳에 도시락 가게를 연 건 10년 전. 그는 서해대 졸업생이었다. 가게를 열 때만 해도 그로부터 5년 뒤 대학 사정이 이처럼 나빠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땐 서해대 앞에서 도시락을 팔면 어느 정도 장사가 되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장사는 포기한 상태. B씨는 다음 달부터 배달을 위주로 장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 때는 아침마다 학생들 등교하는 행렬이 학교 정문 언덕부터 저 아래 가게들 근처까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길게 이어졌어요. 그렇게 학생이 많았던 때만 생각하고 도시락 가게를 냈죠. 학교 정문에서 우리 가게가 바로 내려다보이니까 위치도 좋아서 기대가 컸어요. 그 때는 좋았지만 이 위치가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지금은 별로 좋지 않은 자리인 것 같아요. 월세 걱정 때문에 다른 데로 옮길 수도 없고, 다른 데 나가는 것보다 배달이 낫겠지 싶어서 다음 달부터 배달 위주로 바꾸려고요. 이 주변이 군산 시내 번화가라 월세가 높은 편인데, 그 중에서 여기(서해대 주변)가 그나마 싼 편이에요.”

3일 촬영한 서해대 취업지원센터 모습. 한 때는 취업률이 좋아 지역에서 평판이 좋았지만, 지금은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역시 내부에서는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허지은 기자)
3일 촬영한 서해대 취업지원센터 모습. 한 때는 취업률이 좋아 지역에서 평판이 좋았지만, 지금은 취업지원센터의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역시 내부에서는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허지은 기자)

인쇄집을 유지하고 있는 A씨도 서해대 상권이 생업의 터전이긴 마찬가지다. 그는 “임대료 때문에 어설프게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서, 학생이나 학교 관계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우리 가게를 잘 안다. 매출이 줄어도 그 사람들 보고 장사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가게 옆으로는 현재 건축자재와 철구조물 등을 판매하는 가게가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곳은 2년 전만 해도 작은 수퍼마켓이 있던 자리였다. 한 상인이 이 가게를 가리키며 “왜 대학가에 이런 가게가 있는지 생각해봤느냐”고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장사가 안 되니 수퍼마켓도 2년 전인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원래 수퍼마켓이 있던 자리면, 가게가 바뀐다고 해도 보통 편의점 같은 게 들어오죠. 하지만 하도 장사가 안 되니, 저기처럼 학교 주변이라는 지리적 특징과 관계없는 업종이 들어오는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대학 정문 옆인데, 보통의 경우면 얼마나 좋은 자리에요.”

B씨의 도시락집 바로 옆에는 분식점이 있었지만 이곳도 작년까지 장사를 하다 문을 닫았다. 이곳은 천막을 내린 채, 낡은 분식점 간판만 걸려 있었다. B씨는 “이 분식점 사장님은 자기 집이니까 장사를 완전히 접고 그냥 가게에 붙어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자기 소유의 가게면 장사를 이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학교도 문 닫을 판에 이사를 갔다. ‘폐교되면 이사간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이야기 했다. 수 십 년 버텨온 상권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A씨는 답답한 심정을 생전 처음 보는 기자에게 쏟아냈다.

“교수님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애들을 가르치곤 했어요. 정말 열심히들 했죠. 그러다 월급이 안 나오면서 교수님들이 많이 그만 두셨어요. 그런데 퇴직한 교수님 중에 아직도 자발적으로 학교에 나와서 애들을 가르치는 분도 있습니다. 이사장, 그 사람 하나 잘못 들어와서 대학이 망했죠. 학교가 건재해야 상권이 어느 정도 살아나는데, 이젠 다 죽어서…. 지금은 이 주변으로 택시도 안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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