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고등직업교육기관 전문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전문대학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어떤 과제를 남기고 있을까? 또한 미래고등직업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대학신문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는 공동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전문대학의 변화상과 과제, 미래고등직업교육 준비를 위한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

<글 싣는 순서>
⓵ “대한민국 전문대학의 도전은 시작됐다”
⓶ “해외에서 배운다, 선진국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고등직업교육정책 혁신방향”
⓷ “특별 좌담-대한민국 미래고등직업교육의 길, 이렇게 준비하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초유의 비상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은 저마다의 노하우와 방법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고등직업교육을 비롯해 직업교육정책의 혁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유진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의 보고서(‘코로나19 이후 직업교육훈련 관련 각국의 대응’)를 통해 주요 사례를 살펴본다.

독일, 혁신은 개정 규정부터 출발 = 독일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3월 16일부터 직업학교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독일의 직업교육은 ‘아우스빌둥(Ausbildung)’으로 불린다. 아우스빌둥은 독일 정부와 독일 산업체의 협업 모델이다.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이, 산업체 현장에서 실습교육이 각각 이뤄진다. 아우스빌둥에는 독일 학교 졸업생 60%가 참여한다.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 직업교육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업학교가 폐쇄되며 자칫 아우스빌둥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다. 이에 독일 상공회의소(IHK)는 도제자격시험을 연기하고 독일 정부는 직업학교 교육생 구제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생 구제를 위한 독일 정부의 선택은 규정 개정부터 출발했다. 규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직업교육 혁신이 요원하기는 당연지사.

유진영 부연구위원은 “(직업)학교가 폐쇄되는 동안 각종 직업학교의 학생들이 실습을 완료하는 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당 규정이 개정되고 있다”면서 “학생을 위한 기업체 현장실습(인턴)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진행되지 않는다. (독일) 교육부는 미실시 인턴십 보충 방법 규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은 직업현실과 연계, 학생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문제해결 전략과 디지털 작업도구의 사용을 훈련시키고 있다. 이에 직업학교 폐쇄 시에도 교사가 이메일, 전화, 우편 등으로 교육생에게 연락을 취하며 학습자료와 과제를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프랑스, 직업훈련기관 플랫폼 구축 = 프랑스는 3월 16일부터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무기한 휴교를 선포,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이 일제히 휴교에 들어갔다. 동시에 학교 개학, 대입시험(bac), 직업자격시험, 그랑제꼴 입학 콩쿠르, 교사임용시험 등의 일정이 연기·조정됐다.

프랑스 직업훈련기관도 코로나19의 태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직업훈련기관의 훈련프로그램이 무기한 중지된 것. 프랑스 노동부는 훈련프로그램이 무기한 중지되자 구제책을 마련했다. 연수생과 훈련프로그램 참가자에게 여러 직업훈련 주체의 원격교육 도구와 자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일명 ‘자가훈련 원격강의플랫폼’이다.

프랑스 노동부 사이트에 따르면 성인직업훈련기관(Agence nationale pour la formation professionnelle des adultes)을 비롯해 건설 및 공공사업 직업훈련(CCCA-BTP), 국립원격교육센터(CNED), 농업교육(Educagri), Kokoroe, Nathan, Openclassroom, Pix 등이 직업훈련 주체로서 원격 직업훈련 교육프로그램을 서비스한다.

주요 교육서비스를 살펴보면 우선 성인직업훈련기관은 직업연수생훈련센터(CFA) 자격증 취득을 위한 온라인 교육을 담당한다. 교육 내용에는 상업부문 관리자, 상점 판매상담, 요리, 용접, 요식업, 정보통신 네트워크 설치, 네트워크 시스템 기술, 웹 모바일 개발, 호텔서비스, 건설시공관리, 건축페인트공, 회계보조, 급여관리, 웹디자인, 제품입고로지스틱, 보수마무리공정, 인적관리보조, 건물상태검토, 의료행정보조, 조명기술, 디지털기계 가공 운영 등이 해당된다.

건설 및 공공사업 직업훈련(CCCA-BTP)에서는 건설과 공공사업(BTP) 직업 원격교육 강의를 제공한다. 이론·기술·직업교육·근로보건안전교육과 기업교육지원, 원격교육 설치·디지털 도구 가이드 등이 서비스 내용이다. 국립원격교육센터(CNED)는 직업고등학교 온라인 교육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농업교육(Educagri)에서는 디지털 자료 전체를 1개월 동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한 Pix는 디지털역량 인증평가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로서 직업적·일상적 환경에서 디지털 지식역량 구축을 위한 강의를 제공한다.

호주, 코로나19 정보 제공으로 피해 최소화 = 호주는 코로나19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노출 위험을 완화하고, 직업교육 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교육기관이 최신 의학 정보에 입각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제공은 호주 기술 품질 관리청(Australian Skills Quality Authority ASQA)과 호주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호주는 직업교육 견습생의 고용 유지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에 고용주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9월 30일까지 9개월간 견습생이나 연수생 임금의 50%를 보조금으로 신청할 수 있다. 유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위기 기간 동안 중소기업이 현금 흐름 문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이 견습생과 연수생을 유지함으로써 향후 고용주들이 필요로 하는 숙련된 인력의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란드, Koski DB로 직업교육 연속성 유지 = 핀란드에서는 Koski가 주목된다. Koski는 국가학업성취와 학적 데이터베이스를 의미한다. Koski에는 기초교육, 중등일반교육, 직업교육에 대한 전국 학업·학사 데이터가 포함되며 학사 주요 내용과 역량요구 사항에 대한 개인 정보도 포함된다. 핀란드는 1990년 이후부터 학업 데이터, 대학학위·학점, 학업 권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다 1995년부터는 직업교육, 후기중등교육,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과 선발 데이터를 결합·이전한 뒤 Koski에 방대한 자료로 축적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직업교육의 연속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업교육의 방식의 방식이 대면에서 원격으로 변경될 뿐 학생의 학습과정·성적·정보는 Koski에 기록, 학생 피드백이 이전과 동일하게 수집되기 때문이다. 유 부연구위원은 “Koski 데이터는 이미 여러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핀란드 사회 보험 기관(Kela)은 초등과 중등교육 데이터를 이용, 학습 혜택·실업보장 혜택·기본소득 지원·학교연금·재활 혜택을 처리한다. 핀란드 통계청에서도 Koski의 학위·학업성과 데이터를 중앙에서 받아 활용하기에 별도의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 교육방식의 뉴노멀 = 선진국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사례를 종합,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등직업교육정책 혁신방향의 키워드를 종합하면 규정 개정, 플랫폼과 데이터 베이스 구축, 재정지원이 핵심이다. 특히 플랫폼과 데이터 베이스 구축으로 대변되는 온라인이 핵심이다.

강문상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대학교육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교육혁신의 대표인 미네르바스쿨에서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소규모 세미나로 구성된다. 미국 대학혁신 1위 애리조나주립대 교육혁신의 핵심은 온라인 교육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을 도입한 것”이라며 “교육혁신의 중심은 온라인 수업이다. 온라인 공개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인 MOOC가 미래의 대학모습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고등직업교육에서도 온라인 교육이 많이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위원은 “온라인‧언택트 교육방식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의 추진 속도가 부문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전면화되고 있다”면서 “현장실습교육도 면대면, 집체식 학습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의 틀을 깨고 디지털기술을 활용, AR‧VR 같은 가상공간에서 실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대면실습이 불가피한 경우 소수의 집중식 언택트 방식도 고안하는 등 교육방법들이 다양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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