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가 대학에게 준 선물이 있다면, 대학을 공간(space)의 개념에서 배움(learning)의 장으로 바꿨다는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학을 패러다임을 바꾸는 공유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8월 6일 오후 2시부터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제1회의실에서(주최·주관: 한국교육학회, 교육부,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공유 대학,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특별 세미나가  온라인 웨비나(Webinar)로 동시 진행됐다. 온라인 청중 140여 명이 참여해 ‘공유 대학’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날 배상훈 성균관대(학생처장, 교육학과) 교수는 빠르게 변하는 고등교육(대학) 환경 속에서 “경쟁과 퇴출, 내생적 특성화, 중앙정부 의존의 아날로그 교육에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그 방안으로 ‘공유 대학’을 제시했다.

■ 다양한 형태의 공유 대학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학 패러다임'= 공유 대학은 일종의 새로운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플랫폼이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인적·물적·제도적·재정적 교육자원을 활용해 대학이 가진 역량을 극대화하고 지역혁신까지 도모하는 목표를 띤다. 공유 대학 구축을 위한 재정도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학생들의 등록금을 의존해온 모습에서 탈피해 지자체와 지역사회에서도 끌어와야 한다고 봤다.

배 교수는 공유 대학의 모델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거점 대학 제공형’이다. 현재 중소대학 중에는 교양 기초 교수도 확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가상 교양 대학에서 교양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평생학습이 가능해진다. 학습 측면에서도 굳이 시간을 들여 이동하지 않아도 이른바 ‘명품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 학생의 만족도가 올라갈 거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두 번째로는 ‘대학 연합형’ 모델도 공유 대학의 한 형태다. 가령 ‘가상 인공지능 연합 대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AI 전임대학 세 곳에 흩어져 있는 교수 인력은 물론이고 해외 석학까지 이 가상의 플랫폼에 모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배 교수는 마지막으로 ‘대학 특성화형’ 공유 대학 모델을 언급했다. 이제까지 한 대학을 나오면 그 대학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 ‘수평적 특성화’가 주였다면, 앞으로는 그 대학의 강점 분야에 자원을 투자하는 ‘수직적 특성화’를 통해 교수자원을 공유하자는 의미다.

공유 대학의 확대는 현재 대학이 추구하는 이상과도 맞닿아있다. 물리적으로 한 대학에 속한 학생들끼리만 교류하고 공부하는 상황이었다면, 공유 대학 안에서 다양한 인적교류가 발생해 자연스럽게 ‘융합’이 일어난다. 여기에 기업이 공유 대학의 일원이 되면 졸업 후 사회진출 또한 자연스러워진다. 배 교수는 “대신 이 같은 기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대학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라는 선제조건들을 제시했다. 가령 교육부는 ‘잘난 대학’, ‘못난 대학’을 평가하는 기관으로서가 아니라, 부정·비리를 저지른 대학이 아니라면 다 함께 끌고 가는 생태계 조성에 힘쓰는 주최가 돼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지역 소멸을 막는 공유 대학"= 공유 대학의 활성화는 지방대학 육성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배 교수는 “해당 지역의 대학이 줄어들면, 지역주민의 한 사람당 소득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라며 대학의 지식이 지역의 자산임을 강조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인재들이 수도권과 외국으로 유출되는 계기가 돼, 결국 지역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배 교수는 ‘공유대학이 실패하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7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알맹이 없는 물리적 ‘합체’, 즉 ‘시너지가 없는 단순 병합’에 대해 경계했다. 중소규모 대학이 대형대학에 종속되는 모델이나, 부실대학이 무임승차도 공유 대학의 걸림돌이라는 말이다. 그는 “각 대학이 지닌 고유의 잠재력이 희석되지 않고 학생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는 교수학습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배 교수는 정부의 규제 개혁도 필수 요건으로 들었다. 대학이 오프라인 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온라인 강의 상한제, 교원 확보율, 교지 확보율, 양적 지표 중심 대학 평가 등의 규제개혁에 얽매여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러한 요구 및 문제 제기에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이어진 발제로 답했다. 신 정책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학현장의 힘을 느낀 동시에, 현장 바탕의 대학 운영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대학정책을 정부 중심에서 대학과 지역 중심으로 운영 주체를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정책관은 “우선, 코로나19를 계기 삼아 대폭 확대된 원격교육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며, 그 방법으로 개별 대학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석사학위와 ‘대학 간 공동 학위 과정’ 운영을 위한 기준을 예로 제시했다. 또, 원격수업은 대학 설립·운영 요건 재정비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규제 정비는 꼭 필요한 규제만 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

■ USG로 미리보는 공유 대학의 미래= 이어진 마지막 발제에서는 김영석 경상대 교수가 공유 대학 추진 사례로 꼽히는 ‘경남형 공유대학’인 공유형 가상 대학(USG)에 대해서 발제했다. USG 입학을 위해서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에 입학한 뒤 2학년 말에 현재 다니는 대학에 개설된 USG 공유대학 융합복수전공에 지원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USG에서 융복합 전공 교수들은 참여대학 교수들로 구성되고, 본래 소속된 대학의 전공과 겸무한다.

USG는 온라인 기반 공유대학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거대한 캠퍼스를 갖지 않는다. 총괄대학에서 각 과목 운영을 위한 강사풀을 구축하고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강의를 구성한다. 이는 참여대학이 아니더라도 도내 대학 중 강좌지원을 요구한다면 도내 대학 전체로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학생별 LSM 지원도 제공한다.

USG 융복합 복수전공을 이수하면 현재 다니는 학교의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장에 USG 복수전공 이수 증명이 기재된다. 또한 앵커기업(LG, NHN, LH 등)이 제시한 학력인증을 통과하면, ‘앵커기업-USG 인증’이 졸업장에 기재된다. 실질적으로 채용과 연계되는 다리가 돼준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교수들의 경우 참여를 독려하면 시수 문제와 수당 문제 등이 걸려 해결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에 신 국장은 공유 대학을 두고 “지역(지방)대학을 살리는 게 최대 목표지, 공유 대학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대학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수준 아니고 지자체와 대학들이 함께  노력해보자는 절박한 노력의 산물로 공유 대학이 나왔다”고 정의했다.

발제가 끝난 뒤에는 ‘공유 대학 어떻게 만들 것인가’하는 주제로 지정 토론이 열렸다. 김성열 한국교육학회장이 좌장으로 사회를 맡았고, 변기용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위원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김 좌장은 “공유 대학이 현시점에서 몇몇 대학의 특정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해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라며 “공유 대학이 지역사회의 인력 수요에 부응하는 게 출발선이 될 수는 있더라도, 궁극적 목적은 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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