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표’ 전국단위사업·연구단…4단계 결과 서울대 ‘압도적 1위’, ‘연고대 누른’ 성균관대 2위
2단계부터 4단계까지 ‘성장 일변도’…KAIST·포스텍·중앙대 ‘꾸준한 성장세 눈길’
대학별 지원금, 연구단·연구팀 수 따라 ‘천차만별’, 서울대 연 700억 이상도 ‘가능’

(사진=중앙대 제공)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국가 연구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실시되는 ‘초대형 재정지원사업’인 두뇌한국21(Brain Korea 21, BK21)사업의 네 번째 지원대상이 잠정 선정됐다. 7년 주기로 시행되는 BK21사업이 올해로 4단계를 맞아 예비선정 대학들을 발표한 것이다.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미래 연구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BK21사업을 향한 대학들의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BK21사업은 대학들이 사업에 선정되고자 연구력 향상을 위해 들인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연구력 지표’이기도 한 상황. 이번에 발표된 4단계 BK21사업의 결과를 지난 2단계·3단계 사업과 연계해 심층 분석했다. 

■BK21 예비선정 결과 발표, 대학별 성과 어떻게 바라볼까…전국단위사업, 연구단 ‘우선’ =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4단계 두뇌한국21사업(이하 BK21사업)’ 예비선정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BK21사업은 대학들의 연구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라는 판단 아래 위해 시행 중인 7년 단위 정부재정지원사업이다. 처음 사업이 시작된 시기는 1999년으로 당시 사업 명칭은 ‘두뇌한국21사업’이었다. 이후 2006년 2단계 BK21사업, 2013년 BK21플러스사업 등을 거쳐 이번에 예비선정 결과가 발표된 4단계 두뇌한국21사업으로 명맥을 이어오는 중이다. 

BK21사업은 흔히 대학별 ‘연구력’을 판가름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집중 육성’, ‘연구중심대학 체제 정착과 핵심분야 고급인력 양성’ 등 사업목적은 달라졌지만,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구인력을 양성한다는 기본 취지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BK21사업에서 낸 성과를 바탕으로 대학들의 향후 연구력 성장세, 그간 연구력 향상을 위해 들인 노력 등을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사업이 전국단위사업과 지역단위사업으로 쪼개져 있고, 교육연구단(구 사업단)과 교육연구팀(구 사업팀) 등으로 또 구분돼 있다 보니 대학별 성과를 자칫하면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업과 사업단·사업팀을 동등하게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BK21사업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것은 전국단위사업이다. 지역단위사업은 지역대학 배려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1단계 BK21사업 종료 후 나온 ‘BK21사업 백서’에서도 수도권 중심주의를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학들의 의견을 수렴, 지역단위사업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등한 위치에서 상대적으로 역량이 뛰어난 서울권 주요대학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국단위사업을 기반으로 대학들의 연구력을 측정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얘기다.

연구단과 연구팀도 면밀히 구분해야 한다. 규모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에서다. 연구단은 학과 소속 교수 7인 이상으로 구성돼야 하며 전체 교수의 70%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반면, 연구팀은 학과 소속 교수 3인 이상으로만 구성하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구단은 연간 최대 지원금이 적게는 10억여 원, 많게는 60억여 원을 넘나드는 반면, 연구팀은 3억원에서 4억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는 데 그친다. 연구단과 연구팀 숫자를 단순 합산하기보다는 연구단 숫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이후 연구팀 숫자를 따지는 것이 대학들의 연구력을 들여다보기에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4단계 전국단위사업 연구단 성과는? 서울대 필두 성연고카포한중인한 순 = 이처럼 BK21사업을 기반으로 대학들의 연구력을 측정할 때 중요한 것은 연구팀이 아닌 연구단이며, 그 중에서도 전국단위사업에서의 연구단을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 

전국단위사업 연구단 성과를 기준으로 이번 4단계 BK21사업 예비선정 결과를 들여다보면, 서울대가 단연 앞선 모습이다. 서울대는 42개 연구단이 사업에 예비 선정됐다. 서울대 다음으로 연구단이 많은 성균관대와 비교해도 10개 이상 차이가 났다.

이어 성균관대가 28개, 연세대가 27개, 고려대가 25개로 20개 이상의 연구단이 선정된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분류되는 KA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포스텍(포항공대)은 15개와 12개 사업단이 4단계 BK21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한양대 10개, 중앙대 9개, 인하대 8개, 한양대(ERICA) 7개 순으로 상위 10개 대학이 끊겼다. 

연구력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답게 상위 대학 몇 개에 크게 쏠림현상이 발생한 모양새다. 이번 4단계 BK21사업을 통해 예비선정된 전국단위사업 사업단은 모두 215개. 상위 10개 대학이 차지한 사업단은 183개로 전체 사업단의 85.1%에 달했다. 20개 이상 사업단이 선정된 상위 4개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56.7%에 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역배려 성격이 강한 지역단위사업에서는 지역거점국립대학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부산대와 경북대가 단연 뛰어난 성과를 냈다. 부산대는 24개, 경북대는 21개 사업단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부산대 경북대 이외에도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이 사실상 사업을 독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남대와 충남대는 각 16개, 전북대는 14개, 충북대는 10개 연구단이 각각 선정됐다. 7개 연구단이 선정된 경상대와 5개의 강원대, 4개의 제주대까지 더하면, 지역거점국립대가 차지한 연구단은 모두 117개나 된다. 예비선정 결과 나온 171개의 지역단위사업 연구단 수와 비교하면 68.4% 비중이다. 전국단위사업이나 지역단위사업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쏠림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처럼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미 연구력이 뛰어난 몇 개 대학에 지원금이 집중되면서 다소 역량이 부족한 대학들은 연구력을 개선할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적인 주장의 근거다. 반면, BK21사업이 애초부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지닌 대학들에 지원하려던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역차별’을 하기 보다는 역량이 뛰어난 대학들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긍정론도 있다. 

■과거 BK21 사업 어땠나…‘연구력 성장세’ 돋보이는 대학은? = BK21사업은 이미 앞서 세 차례 선정결과가 발표됐던 사업이다. 전국단위사업의 연구단을 중심으로 과거 사업 선정 이력을 취합해 현재와 비교하면, 대학들의 ‘연구력 성장세’를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지가 2006년 시작된 2단계 사업과 2013년 시작된 3단계 사업의 최초선정 결과를 집계해 이번 4단계 예비선정 결과와 비교해본 결과 서울대의 성장세가 단연 매서웠다. 2단계 사업에서 28개 연구단이 선정돼 1위를 차지한 서울대는 3단계 사업인 BK21플러스사업에서는 미래기반창의인재양성·글로벌인재양성·특화전문인재양성의 3개 사업을 모두 합쳐 25개의 연구단이 선정돼 고려대와 동수를 이루는 데 그쳤다. 하지만, 4단계 사업 들어 42개 연구단이 선정돼 타 대학과 차이를 큰 폭으로 벌리며 멀찍이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성균관대도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4단계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폈다. 2단계와 3단계 사업 당시에는 20개와 19개로 엇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며, 연세대와 고려대에게 번갈아가며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28개로 연구단 수가 크게 늘어 두 대학을 확실히 제치는 데 성공했다. 

KAIST·포스텍·중앙대는 꾸준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2단계부터 4단계까지 단계별로 한 번도 빠짐없이 연구단 수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다. 2단계 사업부터 4단계 사업까지 연구단에 1개라도 이름을 올린 대학들 중 이처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 곳은 이 세 대학이 전부다. 나머지 대학들은 정체기를 겪거나 연구단 수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중앙대는 2단계 당시만 하더라도 고작 1개 연구단이 선정됐던 대학이지만, 3단계에서 3개 연구단이 선정된 데 이어 4단계에서는 9개로 연구단 수를 큰 폭으로 늘렸기에 눈길을 끈다. KAIST와 포스텍이 2단계 당시에도 9개와 8개로 이미 역량이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단기간 내 연구력 성장을 일궈냈다는 점에서다. 

본교인 한양대(서울)과 더불어 분교이면서도 10위 내에 안착한 한양대(ERICA)도 ‘성장’의 측면에서 볼 때 4단계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2단계에서는 선정된 연구단이 없었지만, 3단계에서 2개 연구단이 선정된 데 이어 4단계에서는 7개로 연구단 수를 크게 늘렸다. 

인하대도 3단계에서 4개였던 연구단이 4단계에서는 8개로 2배나 늘어났지만, 2단계에서 6개 연구단이 선정됐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인하대와 더불어 수도권에서 ‘이공계열 강자’로 손꼽히는 아주대는 3단계 대비 1개 늘어난 4개 연구단이 선정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모든 대학들이 이처럼 ‘성장세’를 보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화여대는 3단계 사업에서 6개 연구단을 따냈던 것이 4단계에서는 3개로 ‘반토막’이 났다. 경희대도 7개에서 6개로 연구단 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과기특성화대의 일원인 GIST도 2단계 4개, 3단계 3개였던 연구단이 4단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대학별 연간 지원금은? 서울대 최대 720억여 원, 성대·연대 500억원 이상 ‘가능’ = 이번에 발표된 4단계 BK21사업 결과는 어디까지나 ‘예비’ 결과다. 이의신청 절차와 현장점검을 통한 허위자료 제출 여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9월 중에 최종 결과가 확정될 예정이다.

아직 남은 절차가 있다 보니 대학별 지원금도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연구단과 연구팀의 최종 선정 여부에 더해 예산 배분액도 9월 중에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을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4단계 BK21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분야별 1년 지원금 상한액이 공개돼있기 때문이다. 예비선정을 통해 드러난 대학별 연구단·연구팀을 분야별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대학들이 받게 될 지원금 상한액을 추정해볼 수 있다.

본지가 별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연구단 수에서 다른 대학들을 압도하는 서울대가 단연 지원금 상한액도 컸다. 서울대가 42개 연구단과 4개 연구팀을 받을 수 있는 연간 최대 지원금은 723억 5000만원이나 됐다. 

다음으로 사업단이 많이 선정된 성균관대와 연세대의 최대 지원금은 500억원 이상이었다. 성균관대는 512억원, 연세대는 511억 5000만원까지 지원금이 주어질 수 있다. 두 대학의 예비선정 연구단이 28개와 27개로 1개 차이이며, 연구팀이 동일한 3개이기에 지원금 상한액도 엇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세대와 연구단이 2개 차이에 불과하고, 연구팀은 5개로 오히려 2개 더 많은 고려대의 최대 지원금은 성균관대·연세대와 다소 차이가 큰 편이었다. 고려대가 받을 수 있는 연간 지원금 상한액은 463억원으로 연세대와 5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상대적으로 연간 지원금 상한액이 적은 분야인 중점응용1 분야에 이름을 올린 반면, 지원금이 큰 기계 분야 등에 선정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결과물로 보인다. 

이어 KAIST와 포스텍이 각각 334억원과 303억원으로 30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양대의 연간 지원금 상한액은 236억 7500만원이며, 중앙대는 157억원이다. 이들은 모두 기존 BK21사업의 명맥을 잇는 전국단위 미래인재양성사업 가운데 과학기술분야에 선정된 연구단을 보유한 대학들이다. 

다만, 최대 지원금은 말 그대로 ‘상한선’일뿐이다. 실제 대학들이 받게 될 연간 지원금은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중앙대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연간 지원금은 105억여 원으로 최대 지원금의 67%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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