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적 인재 중요성 강조…단순환 문․이과 통합 벗어나 감성까지 갖춰야
예측불가 미래 사회, 교육 시스템 변화, 낡은 규제 틀 벗는 것 필요

1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사회 변화와 교육혁신 토크콘서트'에서 김영식 통합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식 의원, 오세정 서울대 총장,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 이지희 기자)
1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사회 변화와 교육혁신 토크콘서트'에서 김영식 통합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식 의원, 오세정 서울대 총장,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 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과학기술과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코로나 이후 미래 사회 변화와 대학 교육 혁신을 논의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규제와 기존의 틀을 깨야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미래정책연구회가 주최하는 ‘대학이 밥먹여줍니까? 미래사회 변화와 교육혁신 토크콘서트'가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토크콘서트에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이 전문가 패널로 참석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사회가 점점 협업과 대응능력을 강조하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인재가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공계 교육 혁신을 준비하고 그 첫 단추로 교육부와 수학·과학교육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새로운 미래교육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수한 과학기술 혁신인재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포스트 코로나, 대학의 모습 바꿨다…규제 혁신하고 교육 시스템 바꿔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미래통합당) 의원이 진행을 맡았다. 김 의원은 패널들에게 미래 사회에 대한 변화상을 언급하면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최재붕 교수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가치가 어디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수행할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7대 플랫폼을 꼽았다. 7대 플랫폼의 공통점은 전 세계의 자본과 수요자들이 선택한 것으로 코로나 이후 더 강력하게 급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교육은 암기하고 결국에는 수능을 통해 대학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인류와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은 완전히 정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사람의 마음을 사는 능력이 필요하고, 대한민국의 교육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오세정 총장은 미래 변화에 맞춘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규제 혁신과 새로운 교육 시스템 개선을 필요 요소로 꼽았다. 한국이 과거의 틀에 맞춰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래 사회는 점차 단순노동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과 창의적인 역량이 필요해지는 사회가 되기 때문에 이런 지식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필수로 강조했다. 한국사회는 주어진 지식을 외워서 스카이(SKY)에 진학해 성공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교육 시스템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사회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끔 제도권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을 확대해 재교육 시스템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재붕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보탰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제조업, 공무원에 몰두하라고 반복하는 사회다. 새로운 플랫폼이 뜨거나 일자리가 뜨면 공세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보탠다”면서 “디지털 문명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지키는 게 필요할 수는 있지만 양보와 타협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게 교육에서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세정 총장은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한국인의 적응력으로 이미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며 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오 총장은 “예전에 서울대에 입학하던 학생들은 시험을 잘 봐서 들어온 사람들로, 시험을 잘 봐서 들어가는 회사에 입사했지만 지금은 서울대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창업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서울대를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갖는 시각도 많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대표로 참석한 한성숙 대표이사는 미래 사회 기업의 모습에 대해 “1년 뒤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PC와 모바일 시대를 거쳐 코로나 시대에 도달했지만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바뀔 때보다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더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5년, 10년의 장기적인 미래를 단언하고 계획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달라진 미래···핵심 키워드는 공감, 인성, 커뮤니케이션 = 김영식 의원은 주제를 바꿔 달라진 미래 사회에서 현재 한국 교육이 가진 한계 극복과 변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를 화두로 던졌다.

오세정 총장은 경직된 교육 시스템을 한계로 지목했다. 공급자 위주의 현행 교육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라기보다 교수나 교사가 편하게 진행하기 위한 수업이라는 것이다. 이를 19세기 시스템이라고 지적하면서 학과 간 높은 장벽도 문제로 지적했다.

오 총장은 미래 사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 공감 능력과 융합형 사고를 가진 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문과와 이과의 통합만을 요구했다면 여기에 더해 감성과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총장은 “대부분의 직장과 학자들까지도 협업과 팀워크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벽을 쌓기보다 협업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최재붕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코로나에 따라 대학도 변혁을 준비하기 위해 근본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면서 ‘인성’을 강조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달라진 인류 표준 문명에 적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7대 플랫폼을 사례로 들었다. “어떤 것도 광고와 자본의 힘을 들이부어 최대 플랫폼이 된 것이 아니다”면서 “대중이 이들에 열광하는 것은 엄청난 팬덤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사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한국은 콘텐츠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K-팝, K-컬처 등의 한류 문화가 이미 해외 시장에서 높은 콘텐츠 파워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콘텐츠를 끌어내기 위해 시험으로 줄세우는 공부 대신 협업하고 협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인 역량을 끌어내야 하는 게 대학의 역할이란 설명이다.

한성숙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한 대표에 따르면 기업은 점점 전공보다 경험을, 개인보다 집단의 능력을 중요시하고 있다. 전문가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기획자라 불리는 문과적 영역에서는 전공보다 본인이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이런 능력을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봤다. 그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하게 꼽았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서는 팀작업과 팀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짧고 긴 기간 동안 동일한 목표를 향해 팀원이 함께 어떤 결과를 내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로의 변화 속에서 문·이과는 물론 기본적인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도록 교육과정을 갖추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영식 의원은 철학자 존 듀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은 19세기에 표준화된 노동자 교육방식이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창의성과 다양성이 실종된 주입식 교육, 문제풀이 중심의 평가방식, 획일화된 대입 전형, 칸막이식 대학의 학사 운영, 이런 문제들을 미래사회로 가는 길목에 있는 지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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