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자녀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면 부모는 자녀가 열심히 해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조급한 마음에 아이의 잘하는 것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집중해서 보게 돼 아이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에 미국의 종교가 Thomas S. Monson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앞으로 될 존재로서 자녀를 바라보십시오.”

둘째 자녀가 의대를 가고자 하는 부모가 있다. 사업하는 부모는, 둘째에게 주변 의사들을 많이 소개했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마련했다. 둘째는 그런 의사들을 보면서 성장했다. 둘째가 중 3이 되면서 장래 직업에 대해 생각할 때, 의사들의 생활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자신도 그런 의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후 열심히 공부해 전교 상위권이 됐다. 부모는 꿈이 이뤄질 것 같은 기쁨과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둘째는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지만 부모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부모는 둘째가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해야 의사가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그러나 둘째는 부모가 생각하는 수준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어린아이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런 부모의 태도를 둘째는 눈치채고 있었으며, 자신이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아버지는 둘째의 게으른 생활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둘째에게 좀 더 정신을 차리고 공부해야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전제로 잔소리를 많이 했다. “그렇게 느릿느릿하면 지각한다. 빨리 서둘러라”, “그런 과제물이 있었으면 미리미리 좀 하지 이제 하면 어떻게 하냐? 언제 공부하려고···.” 그 아버지는 필자를 만나서도 한탄을 하면서 둘째 아이가 너무 게으르다고 불평했다. 심지어 필자 앞에서도 핀잔을 주면서, 의사가 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어머니도 비슷했다. 둘째가 의사가 되겠다는 결정을 크게 환영하지만, 현재 공부 상태로는 도저히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혹시 기대만큼의 성취를 하지 못했을 때는 너무 쉽게 이런 말들을 했다. “누가 너에게 그걸 하라고 했어? 네가 한다고 한 거잖아. 그런데 왜 공부를 안 해?”, “그렇게 힘들면 의대를 준비하지 말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해! 누가 너보고 전문직을 하라고 했어?”, “그러니까 그렇게 힘든 것을 하지 말고 편하게 생명과학을 공부해 연구원이나 돼.”

필자가 보기에, 부모에게 둘째는 의사가 되면 좋은 아들이지만 현재 상태로 보면 전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는 아이다. 둘째에게 부모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자신을 인정해 주거나 안아주거나 이해해 주지 않는 차갑고 인정머리 없는 부모다. 둘째는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일 뿐이란 절망과 외로움이 가득하다. 자신이 힘들어도 부모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지 않고 오로지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만족하는 부모다.

필자는 부모에게 둘째를 장래의 의대생과 의사로 바라보라고 했다.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되는 것은 둘째가 선택한 꿈이므로 의대 진학이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부모 생각에 쉬워보이는 학과를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 부모로서 할 일은 둘째가 의대생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둘째가 의사 되는 여정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격려하는 것이라 했다. 부모의 생각이 자녀의 생각을 앞서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서적인 지지자가 되라고 했다.

미국의 작가 대니얼 코일(Danniel Coyle)은 저서 《탤런트 코드》에서 천재들이 만들어지는 법칙을 설명했다. 천재는 마스터 코치의 지도로 목표를 이룰 때까지 연습(심층 연습, Deep Practice)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마스터 코치는 학생 개인의 능력이 미치는 곳까지 끈질기게 노력하도록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찾아주고 정확한 암시를 준다. 그들은 현실적이며 절제할 줄 알며 따스함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 코치와 함께할 때 천재가 되는 것이다.

부모가 앞으로 될 존재로서 자녀를 바라볼 때 자녀가 꿈을 성취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것은 부모가 자녀를 소중하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고, 이에 정서적으로 안정된 자녀가 자신의 선택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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