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연장’은 허용해도 ‘변경’ 안 된다던 대교협, 논술·면접 일정 변경 허용 왜?
코로나19 수능 이전 논술·면접 위험성 고려? 수능 이전 논술·면접 여전
명확한 기준 없이 임기응변·중구난방…주먹구구 대입정책 그만해야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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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고3들의 불리함을 경감하기 위해 대학들의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허용한 결과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 일정이 당초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다. 수능 이전 논술고사를 시행하기로 했던 경기대·연세대가 수능 이후 논술을 시행하기로 하는 등 ‘일정 변경’을 대교협이 허용한 탓이다. 본래 대교협은 ‘일정 연장’은 가능해도 ‘일정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어느새 태도를 바꿔 대학들의 일정 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명확한 기준점 없이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일정 변경을 받아들인 논리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수능 이전 생길 수 있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여전히 수능 이전 대학별고사를 시행하는 대학들이 있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를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면, 일괄적인 일정 변경 지침을 대학들에 줘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학의 결정사항’이라고 대응하는 데 대해 대학들은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뒤섞이는 대학별고사 일정, 일정 변경 허용 탓 = 최근 대교협이 대학들의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신청을 심의한 결과 올해 시행될 대학별고사 일정이 크게 달라지게 됐다. 논술의 경우 경기대와 연세대(서울)가 수능 이전에서 수능 이후로 일정을 바꿨고, 이외에도 6개 대학이 일정을 하루씩 연장했다.

논술 이외에도 일정을 바꾼 사례는 존재한다. 면접의 경우 광운대, 연세대(미래), 총신대 등이 면접고사 일정을 다소 늦추거나 앞당기는 등 일부 변화를 줬다. 코로나19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동영상 파일 제출 형태의 ‘비대면 면접’을 실시하면서 면접 일정을 바꾼 경우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처럼 일정 변경을 허용한 탓에 ‘중복 일정’이 발생하게 됐다는 점이다. 본래 다른 대학과 전혀 일정이 겹치지 않았던 연세대(서울) 논술은 일정을 옮긴 경과 경희대·서울과기대와 같은 날 논술고사를 치르게 된 상황이다. 경기대도 인하대 자연계열과 논술일정이 겹친다. 경기대와 인하대는 수험생 선호도가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평이 일반적이지만, 서울권 주요대학인 경희대와 연세대(서울)의 일정이 겹치는 것은 수험생들의 선택권을 일부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정 바꾸기’ 안 된다던 대교협, 왜 태도 바꿨나 = 대학들의 대학별고사 일정 변경을 대교협이 허용한 것은 다소 의아한 조치다. “일정을 바꾸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교협이 직접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 변경 허용 시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도 대교협은 인지하고 있었다. 

올해 6월 입학팀장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한 대교협 관계자는 “일정을 연장하는 것은 인정한다. 코로나 때문에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 면접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일동안 시행하기로 예정돼있던 면접을 3일이나 4일로 늘리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통으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안 된다. 기존 일정을 1주일이든 2주일이든 완전히 다른 날로 연기하는 것은 다른 대학에 영향을 미치고, 수험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학팀장들이 재차 묻는 질문에도 대교협은 명확하게 답변했다. “학사일정이 존재하는 탓에 공간 활용이 어려워 주말로 잡혀 있는 면접을 2주간에 걸쳐 주말마다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대교협 관계자는 “주말이면, 월요일이든 금요일이든 기존 일정에 붙여서 기간을 늘려야 한다. (일정 변경을) 인정해 주면 정말 많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대교협이 일정 변경은 안 된다던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뒤집은 것은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고려한 결과물로 보인다. 대교협은 이번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현황을 발표하며, “코로나19와 관련해 대학별 고사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시행계획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수험생의 지원기회 제한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일정 변경을 승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기준, 대학들은 불만, 수험생은 혼란 = 최근 다소 잠잠해져 가던 코로나19의 기세가 다시금 불붙는 양상이기에 대학들의 일정 변경 신청과 이를 받아들인 대교협의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능 이전 시행되는 대학별고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경우 수능시험에까지 여파가 생길 수 있다. 대학별고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감염되는 수험생이 나오는 경우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교협의 결정이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경기대와 연세대(서울)가 일정을 옮겼지만, 여전히 성신여대와 서울시립대, 홍익대, 가톨릭대는 수능이 실시되기 전인 10월에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논술고사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수험생들이 코로나19 전파자 역할을 할 위험성은 여전히 잔존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성을 없앤 것도 아니면서 일정 변경 허용으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학들은 대교협과 교육부가 처음부터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코로나19를 대응했어야 한다고 반응한다. 한 서울권 주요대학 입학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부터 명확하게 매뉴얼을 세워 대학들에 알리고, 이에 따라 고3 구제책을 내놓도록 해야 했다. 기준점이 명확하지 않고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이런 식으로 본인들이 한 말을 뒤집는 일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기준도 문제지만, 대학들은 대교협과 교육부 등이 ‘책임’을 회피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능 이전 시행되는 대학별 고사를 최소화하려거든 대학들에 관련 지침을 별도로 내린다거나 일괄해 수능 이후로 미루는 등의 조치를 단행했어야 한다. 대학들보고 알아서 하라고 놔두는 것은 책임도 곧 대학이 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대학들의 생각이다. 

대교협은 대학들의 ‘자율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대학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교육 당국이 얘기하는 ‘자율권’은 고무줄과 같다고 생각한다. 수능위주전형을 40% 이상으로 하라는 둥 가장 중요한 전형비율 관련 사항에서조차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하지 않는 당국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에서는 자율권을 운운하며 대학들보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어느 대학이 이러한 태도에 대해 진정성 있게 받아 들이겠나”라며, “대학별고사가 집중 시행되는 수능 이후 시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도저히 대학별고사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대학들이 행동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교육당국이 명확한 매뉴얼을 만들어 사전에 고지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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