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정병석 전남대 총장 “역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세계로 뻗어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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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인권, 정의를 지킨 대학… ‘민주길’ 조성
2021학년도 첨단학과 신설…총 310명 모집
400억원 규모의 대학타운형도시재생 사업 선정
코로나19 이후 교육 대전환…교육내용‧방법‧환경 변화
지역혁신 플랫폼…‘에너지신산업’ ‘미래형 운송기기’ 핵심
긴 호흡, 넓은 시야를 보는 ‘느티나무 인재’로 자라길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전남대학교가 느티나무로 가득한 숲이 되기를 꿈꾼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취임사에서, 그리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때 항상 던지는 말이다. 전남대의 오랜 역사는 고목 느티나무를 닮았다. 전남대 곳곳에는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남대에 조성된 ‘민주길’을 거닐다 보면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주민에게 쉴 만한 그늘을 제공하는 느티나무처럼 전남대에는 ‘운명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108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의 지역혁신 플랫폼을 비롯해 대학타운형도시재생 사업 등에 선정돼, 지자체와 대학·지역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전남대는 수도권이 아닌 세계를 목표로 멀리 뻗어나간다. 국내에서 보는 ‘지역대학’이란 편견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보는 전남대의 역량과 발전가능성은 크다. 우수한 연구 역량과 교육혁신을 기반으로 QS에서 국내 20위권, 아시아최고혁신대학 10위권에 들었다.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정 총장을 만나 느티나무처럼 자라온 전남대의 발자취에 대해 들었다. 

- 전남대는 민주, 인권, 정의의 역사가 특징인 것 같다.
“전남대는 민주, 인권, 정의를 지킨 대학으로 이러한 역사를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자부심이 있기에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이뤄온 민주, 인권, 정의를 고취하기 위해 ‘민주길’을 조성했다. 전남대는 민주화 기록이 새겨진 공간이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학생들이 방문해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면서, 생활 속에서 체험하는 민주주의의 장이 되리라 생각했다. 민주길을 만들기 위해 취임 후 국회에서 열심히 뛰었다. 지난해 12월 31일 극적으로 통과돼 8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5월 광주민주항쟁 40주년에 준공식을 열었다. 

전남대 정문에서 시작해 5km를 도는 코스로 ‘평화의 길’ ‘정의의 길’ ‘인권의 길’ 등 3개의 노선으로 이뤄졌다. 전남대 정문은 5‧18항쟁이 시작된 곳으로 사적 1호다. 계엄군이 전남대를 장악하자, 대학생들의 저항이 이곳에서 시작됐다. 5‧18광장은 1980년에 민주화운동의 진앙이다. 5‧18항쟁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시위와 집회가 이곳에서 개최됐다. 길을 걸으면 계엄군 진입 때 생을 마감한 윤상원의 숲, 전남대 교수 11명이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한 교육지표 마당, 광주민중항쟁을 그린 벽화마당 등 상징적 사건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 취임 이후 이룬 성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어젠다 2021’로 정리할 수 있다. 교육, 연구, 지역사회, 복지, 행정 등 5대 영역에서 실행전략 4개를 계획해 총 100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이 했다. 교육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는데 전남대가 해온 교육 분야의 계획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융합전공 도입이 그렇다. 전남대는 AI융합대학을 출범했고 로봇공학, 미래에너지공학, 빅데이터금융공학융합전공, IoT인공지능융합전공 등 융합전공을 개설했다. 우리는 일찍이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졸업을 못하는 학생을 위해 패자부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공을 만들어 전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입학정원이 없는 독립된 학과를 만들어 학생들이 완전히 옮길 수 있도록 최초로 만들었다. 소속이 없어 관리가 힘든 문제가 생겨 지난해 AI융합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대학의 첨단학과 신‧증설을 통해 2021학년도부터 미래 첨단 분야 학생 정원 8000명을 증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4차 산업혁명 첨단분야 입학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첨단학과에서는 입학정원 순증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전남대는 2021학년도 첨단학과를 신설해 310명을 모집한다. △인공지능학부(인공지능전공, 소프트웨어전공) △지능형모빌리티융합학과 △빅데이터융합학과 △헬스케어미디컬공학부(바이오헬스케어전공, 디지털헬스케어전공) △석유화학소재공학과 △스마트수산자원관리학과 등이다. 수시모집으로 전국에서 350명을 뽑는데 우리는 200명이 넘는다. 미리 융합대학을 만들어놔서 학내 반대가 없었다.” 

- 연구 업적도 중요한데.
“전남대는 ‘연구자들의 벗’이 되고자 한다. 신임 교수가 조기 정착하도록 실험장비 등을 지원한다. 이 중 성과가 우수한 신임 교수를 선발해 1억원까지 추가로 지원한다. 2019년 전남대의 연구비 총액은 1720억원, 수주한 연구사업 과제 수는 2114개에 달했다. 지난해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연구비 수주 국립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전체 대학 가운데 연구비 수주 8위, 과제선정 7위에 해당한다. 이는 연구자를 귀중한 보배로 생각하고, 이들의 기획역량을 강화해 연구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거점국립대 위상에 걸맞은 다양한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선도하고자 한다.”

- 기존의 대학과 코로나19 이후 대학은 달라질 것이다. 전남대는 급작스런 변화의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취임 시에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첨단 과학이 융합해서 이전에는 없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대전환 시대’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이라고 해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젠 대학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교육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교육내용, 방법, 환경 등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선, 내용에서는 경쟁상대가 전 세계로 확대된다. 전에는 동료 교수가 무엇을 가르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니 예전과 같은 교육으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동일 교과목을 분반했는데, 이제는 잘하는 콘텐츠를 연합해서 교과목을 만들면 될 것이다. 내용 경쟁이 치열해졌다. 교육 내용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맞춤형 교육이 정답이다. 전 세계에 수많은 콘텐츠가 있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학은 학생이 얼마나 공부했고, 소화했는지 맞춤형으로 지도해야 한다. 또한, 지역 친화적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적 특징이 가미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교육의 방법은 이미 변화가 왔다. 바로 원격수업이다. 그전에 PBL(Problem based learning)수업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코로나19 사회에선 비대면과 대면을 섞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 자연스레 정착할 것이다. 강의실에서 하는 강의는 이제 없다. 강의 환경을 토론식이 가능하도록 꾸밀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원격수업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100여 개 강의실을 원격수업도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 외 활동도 많아야 한다. 블렌디드 수업을 시작하면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스튜던트 라운지를 단과대학마다 만들고 있다. 디지털 도서관도 완공했다. 3차 추경에 정보망 지원이 포함돼 기본 1기가에서 10기가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와이파이 음영지역도 보완한다.” 

-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생각은.
“등록금 반환이 나오는 이유는 강의의 질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의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강의의 질은 의견차가 있겠지만, 교수들이 노력하고 있다. 예전보다 3배는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학내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공대는 낮게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70%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더 불만인 것은 캠퍼스라이프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고민하는 지점이 여기다. 강의 외 활동 공간이 필요하다. 학교가 만들어야 한다. 우리 대학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의 10% 범위까지 반환했다. 추가로 구성원 모금 1억5000만원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생 600~700명에게 나눠준다. 대학으로서 학생들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싶은데, 큰 돈을 보태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 과거 전남대, 현재 전남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어떠한가.
“당시와 지금은 현저히 차이가 난다. 그때는 지역우수 인재가 지역에 머물렀다. 여성 인재는 더욱더 그러했다. 지금은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최고 수준의 인재가 빠져나갔다. 대학평가에서도 예전과 달리 뒤처졌다. 그러나 해외 대학평가 결과를 보면 여전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에서 국내 20위권, 아시아최고혁신대학 10위권에 들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지방거점대학이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올해 신설된 지역혁신 플랫폼사업에 선정됐는데. 
“국고 1080억원이 투입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지역혁신 플랫폼)’에 광주·전남 플랫폼이 683억원을 따왔다. 당시 지역혁신 주체를 놓고 치열한 고민을 한 끝에 대학이 나서야 하는 걸로 정리됐다. 지자체와 대학의 신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대학이 바로 성과를 내는 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두 주체가 한 몸이 돼야 성공한다. 대학은 운명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 지자체, 대학, 연구소와 기업이 협업해야 하는, 이 시범 사업에 선정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광주·전남 ‘에너지신산업’ ‘미래형 운송기기’를 지역의 핵심분야로 설정했다. 에너지 신산업은 나주 한전, 미래형운송기기는 목포조선이 담당한다. 전남대가 총괄대학으로 총 15개 대학이 참여하게 된다. 대학의 목표는 산업계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산학협력 친화적인 교육환경을 만들고 기관과 교육 협업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표준화된 학사 콘텐츠 관리를 위한 정보시스템인 ‘플랫폼 공동교육 LMS 시스템’을 통해 기업 연계형 실무교육을 추진한다. 교육과정도 기업과 공동설계·운영하고,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이수자를 우대한다. 특히, 학생들이 지역 정체성을 갖도록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강의실로 가져와 풀어보고, 현장실습도 나가게 하려고 한다. 지역을 온몸으로 경험하면 지역 정체성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표준교육모델을 수립해 대학 간 교육과정 개방·공유의 기반을 마련한 ‘지역혁신 플랫폼 대학’을 운영하고, 인증제 등을 마련해 미래산업 핵심분야에 활약할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 대학타운형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것이 눈에 띈다.
“전남대는 ‘대학타운형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됐다. 5년간 400억원을 지원받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는 대학자산을 지역에 환원하는 개념으로 도시재생, 창업지원 주택 마련, 공유상점 리모델링, 테마거리 활성화 등이 핵심이다. 우리 대학 정문 앞에 상권이 형성돼 있어서 그 지역을 도시재생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초창기 국토교통부가 시행한다는 도시재생사업 설명회를 참가해 들어 보니, 캠퍼스타운은 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이 참여하는 방안을 건의해서 대학타운형이 새로 생겼다. 지자체가 주도하고, 우리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5년간 사업에 들어간다. 외국인 유학생 2000명, 청년들을 위해 글로벌 스트릿을 조성하고, 창업지원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스마트시티 개념으로 낙후된 거리를 탈바꿈하고자 한다.”

-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으로서 어떻게 보는가.
“교육부가 교육 혁신 정책을 시대에 맞게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방향이 옳을 것이다. 대학인이 바라는 것은 재정지원이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공립대는 전적으로 정부 재정에 의존한다. 국공립대가 못한다는 것은 정부가 못한다는 것과 동일하다.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 정책에 지역거점국립대(지거국)를 지원한다는 공약이 있었다. 재작년 서울 10대 대학의 1인당 교육비는 2300만원이었다. 그때 지거국은 1700만이었다. 500~600만원의 차이가 나는 것을 메워야 한다. 확실한 재정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국내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요구하기 힘들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 교육부에서 규제를 풀겠다고 하는데 좋은 방향인 듯하다. 세금지원이 쉽지 않겠으나, 대학이 불편해하는 것을 살피고,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느티나무로 성장’하는 인재. 어떤 뜻을 담고 있는가.
“전남대 교목(校木)은 느티나무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온갖 풍상을 견뎌내며 주민과 어울린다. 따뜻한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어느샌가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 많은 사람에게 넉넉한 그늘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취임식에서 했던 말이 있다. 우리 학생들도 느티나무처럼 자라나 인생의 마지막에 웃는 진정한 승리자가 되길 바란다. 지금은 조금 느릴 수도 있겠지만 긴 호흡, 넓은 시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노거수(老巨樹)로 자라길 바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느티나무가 돼, 전남대가 느티나무로 가득한 숲이 되기를 꿈꾼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정병석 총장은…

1977년 서울대 법과대학에 입학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전남대 기획연구실 부실장을 역임했고 2004년 법과대학장, 2013년 융합인재교육원장을 두루 거쳤다. 2017년 전남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과 법학교육위원회 위원 등도 지냈다. 현재 전남대 총장과 더불어 27대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 및 2대 해양수산계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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