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 ‘수도권’ 향한 뜨거운 열기…수도권 경쟁률 타 지역 ‘압도’
전년 대비 ‘하락’, 학령인구 감소 탓…올해 전망도 ‘어두워’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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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지난해 실시된 2020학년 대입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은 어디였을까. 수시모집·정시모집을 모두 포괄하는 전체 대입에서 정원 내 기준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대학은 서강대였다. 서강대는 올해 23.2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한 해 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한양대(서울), 중앙대(서울) 등의 경쟁률이 타 대학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상위 3개 대학만 봐도 알 수 있듯 서울권 주요대학과 수도권 내 대학들을 향한 수험생들의 지원 열기가 전반적으로 뜨거웠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년 대비 다소 경쟁이 줄어든 양상이었지만, 서울·경기·인천 등에 자리한 대학들의 평균 경쟁률은 10대 1을 웃돌았다. 

■지난해 대입 경쟁률, 서강대·한양대·중앙대 순…‘전형설계’ 영향력 = 최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신입생 충원 현황’을 기반으로 지난해 대입에서 대학들이 기록한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은 서강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외 모집을 제외하고 정원 내 모집만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다. 정원 외는 대학마다 모집 규모에 편차가 크며, 다양한 수험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이기에 통상 경쟁률은 정원 내를 기준으로 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캠퍼스별 현황을 별도 공시한 대학은 본·분교 체제인 경우 별도 현황, 통합캠퍼스 체제인 대학은 통합 현황을 기준으로 경쟁률을 계산했다.

2020학년 서강대는 1576명 모집에 3만 6601명이 지원, 23.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해 전인 2019학년에도 서강대는 1582명 모집에 4만 5347명이 지원해 28.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전국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서강대 다음으로는 한양대(서울)의 경쟁률이 20.95대 1로 높았고, 중앙대가 20.29대 1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대입에서 2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은 이들 세 대학뿐이었다. 일반대가 아닌 각종학교로 분류되는 탓에 통계에서는 빠졌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도 21.6대 1로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이외에도 경쟁률이 높은 대학은 대부분 ‘수도권’ 내에 위치한 곳이었다. △서경대 19.82대 1 △건국대(서울) 19.62대 1 △성균관대 19.43대 1 △동국대(서울) 17.67대 1 △한양대(ERICA) 17.16대 1 △경희대 16.59대 1 △가천대 15.87대 1 등 상위 10개 대학 가운데 수도권 밖에 위치한 대학은 없었다. 

상위 20위로 범위를 넓혀도 수도권 내 대학들의 강세는 계속됐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GIST(광주과학기술원)와 을지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이 수도권 내에 캠퍼스를 둔 곳이다. 과학기술원은 워낙 모집인원이 적고,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곳이기에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을지대는 수험생에게 인기가 많은 의료·보건 계열에 특화된 대학이기에 불리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밀 듯 몰려오는 수험생들로 기쁨의 비명을 지른 대학들과 달리 모집인원보다 적은 인원이 지원해 경쟁률 1대 1을 채우지 못한 대학도 존재했다. 영산선학대는 50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해 0.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중앙승가대 경쟁률도 0.34대 1로 낮았다. 이외에도 대전가톨릭대를 비롯해 수원가톨릭대와 광주가톨릭대가 1대 1을 밑도는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목포가톨릭대는 정확히 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대학은 모두 종교인을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소규모 대학으로 일반 수험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대와 고려대(서울), 연세대(서울) 가운데 상위 20개 대학에 이름을 올린 것은 13.8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연세대(서울) 뿐이었다. 고려대는 8.03대 1, 서울대는 6.31대 1로 경쟁률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인문·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논술전형 가운데 일반적으로 가장 경쟁률이 높은 논술전형의 유무에 따라 경쟁률이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 대학 가운데 논술전형이 있는 것은 연세대(서울)뿐이다. 

이들 세 대학의 사례처럼 대학이 전형을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따라 경쟁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논술전형이 있는 대학은 상대적으로 없는 대학에 비해 경쟁률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적성고사전형도 논술전형처럼 전반적인 경쟁률이 높아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정시모집에서는 가군·나군보다 다군에서 모집을 실시하는 대학의 경쟁률이 높게 형성된다. 

이처럼 전형에 따라 경쟁률의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기에 대학별 경쟁률은 대입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지표다. 전반적인 수험생 선호도를 살피는 선에서만 참고하고, 수시모집 지원 전에는 개별 대학의 전형과 모집단위별 경쟁률을 필히 살펴야 한다. 

■‘편차 큰’ 지역별 경쟁률…수도권 1~3위 ‘싹쓸이’ = 경쟁률이 높은 대학들 중 태반이 수도권 내 자리한 대학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지역’을 기준으로 경쟁률을 재집계한 결과 편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서울’ 내지 ‘인수도권’이란 말이 왜 존재하는지를 증명하듯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대학들을 향한 열기가 뜨거웠다. 역량이 뛰어난 대학들이 수도권에 집중 분포돼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학이 지닌 역량 이상으로 소재지가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전국 17개 시·도를 기준으로 캠퍼스 소재지까지 분리 계산해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 서울의 경쟁률이 단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만 2335명을 모집한 서울권 대학에는 무려 100만 1809명의 지원자가 몰려 13.8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인천이 10.94대 1, 경기가 10.74대 1 순이었다. 지역 경쟁률이 10대 1을 넘긴 것은 이들 세 지역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과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을 비교하면, 수도권이 2배 정도 차이를 보일만큼 높다”고 했다. 

반면, 지역 대학들은 다소 고전하는 양상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제주대가 대학알리미 통계에서 누락된 탓에 제주국제대만이 남게 된 제주를 제외하면, 전남의 경쟁률이 5.12대 1로 가장 낮았다. 경남은 5.3대 1, 경북은 5.6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5대 1에서 6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보이는 지역이 많았다. 

편차가 큰 지역별 현황과 달리 ‘설립유형’에 따른 편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립대가 13.25대 1로 가장 높고, 국립대법인이 6.48대 1로 가장 낮은 등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 수가 워낙 적어 유형에 따른 영향이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현존하는 공립대는 서울시립대가 유일하며, 국립대법인은 서울대와 인천대 2개교뿐이다. 

다만, 어느 정도 유의미한 수를 지닌 사립대와 국립대를 기반으로 보면, 사립대가 다소 경쟁률이 높은 모양새다. 사립대는 9.32대 1로 국립대의 7.03대 1 대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권 주요대학을 비롯해 지역별로 선호도 높은 대학들이 대부분 사립대학이기에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하락세, 학령인구 감소 탓…지역 소재 대학 경쟁률 하락 전망 = 대학들의 경쟁률을 전년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완연했다. 통계에 포함된 전국 200개 대학이 기록한 경쟁률은 8.84대 1로 한 해 전 기록한 9.38대 1 대비 하락했다. 모집인원은 한 해 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원자는 18만여 명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지원자가 줄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대학들도 경쟁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서강대를 비롯해 한양대(서울)·중앙대·서경대·건국대(서울) 등 가장 경쟁률이 높은 대학들도 한 해 전과 비교하면 모두 경쟁률이 낮아졌다. 지역별 경쟁률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경쟁률이 낮아진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3은 한 해 전과 비교했을 때 7만여 명 가까이 줄었다. 대학들의 모집인원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대입 지원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3 수는 줄어든 탓에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N수생이 예상을 깨고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3 수에 비해 적어 수험생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는 어려웠다.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가 올해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올해도 고3 수가 6만 3000명 이상 줄었기에 올해 대학들의 경쟁률 전망은 어둡다고 봐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험생 선호도가 낮은 지역 소재 대학들이 충분한 경쟁률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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