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본역량진단·재정지원제한 등 평가지표, 25개교 97% 기준 미충족
전국 평균 98.9% ‘유지’…100% 이상 충족 59개교, 99% 이상 총 162개교 
‘학령인구 절벽’에 올해 추이 ‘적색신호’…고3 11만 7000여 명 ‘부족’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재정지원제한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자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도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인 ‘신입생 충원율’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대학들은 ‘선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대학 10곳 가운데 8곳이 99% 이상의 충원율을 기록할 정도로 신입생 충원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다만, 25개 대학이 재정지원제한 여부를 가르는 97%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올해도 ‘학령인구 절벽’이 되풀이될 예정이란 점은 대학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고3 수가 급감이라는 악조건에 따라 내년 신입생 충원율은 올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선방’ 중인 대학들…10곳 중 8곳은 99% 이상 충원율 기록 = 최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신입생 충원 현황’을 집계한 결과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 있어 ‘선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원 내 모집인원과 실제 입학한 인원들을 기반으로 전국 200개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을 따진 결과다. 통합캠퍼스 체제임에도 별도로 현황을 공시한 대학의 경우 1개 대학으로 현황을 추려 다시금 신입생 충원율을 계산했다. 

전국 200개 대학 가운데 가장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이 높은 대학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였다. 지난해 220명을 모집한 DGIST는 231명이 입학해 본래 모집하려던 인원 대비 105%의 신입생 충원율을 기록했다. 과학기술원(과기원)은 교육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입학정원의 유동성을 가질 수 있었던 데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이처럼 계획 대비 신입생을 더 많이 선발한 ‘초과 달성’ 대학은 DGIST뿐만이 아니었다. 세한대, 한서대, 부산외대도 100.1%로 계획보다 실제 입학한 인원이 1명씩 더 많았다. 100.05%의 신입생 충원율을 기록한 선문대도 실제 입학인원이 모집인원보다 1명 더 많은 대학이었다.

과기원이 아닌 이들 대학이 계획보다 많은 인원을 선발할 수 있었던 것은 현 대입제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학들은 동점자 처리 기준 등을 거쳤음에도 당락이 판별되지 않는 인원이 나오는 경우 해당 인원을 일단 선발하고 2년 후 입시에서 그만큼 인원을 줄여 선발할 수 있다.

계획했던 인원을 정확히 채운 신입생 충원율 100% 대학도 많았다. 서울과기대, 세종대, 포스텍 등 총 54개 대학이 모집인원과 동일한 입학인원을 선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국 유일의 특별법 국립대학인 한국전통문화대도 140명의 인원을 모두 채운 대학이었다.

충원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계획한 인원을 선발하지 못했음을 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대학들에 문제가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추가합격’이라 불리는 미등록충원합격을 거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결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현재 대학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만 추가합격을 할 수 있다. 해당 기간이 지난 후 기존 합격생이 N수를 결심한다거나 대학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 대학으로서는 이들 결원을 채울 뾰족한 방법이 없다. 추가모집 제도가 있긴 하지만, 몇 명 되지 않는 인원들을 선발하기 위해 추가모집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어차피 대학들은 초과 선발하는 경우와 정반대로 부족한 인원을 2년 후 입시를 통해 선발할 수 있기에 결원이 많지 않다면 추가모집까지 시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막판 결원 발생으로 인해 계획한 인원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가 1%p 선에 그친 충원율 100% 미만, 99% 이상 대학은 모두 103개교다. 100% 이상 충원율을 보인 대학들과 합하면 전체 200개 대학 가운데 81%에 달하는 162개교가 99% 이상의 충원율을 기록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대다수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에 있어 ‘선방’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재정지원제한 기준점 97%, 25개교 미충족 = 이외에도 대다수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에 있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학 가운데 총 175개교가 97%를 웃도는 충원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신입생 충원율이 97%를 밑돈 대학들이다. 부산가톨릭대 96.2%, 경남대 95.8%, 김천대 95.4% 등 25개 대학이 충원율 97%라는 ‘고지’를 넘지 못했다. 

신입생 충원율 97% 달성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해당 지표가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등에 있어 평가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대학들에 전달한 ‘2021년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방안’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신입생 충원율은 내년 4월 발표될 재정지원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기준으로 쓰인다. 일반대는 신입생 충원율이 97%를 밑도는 경우 해당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이처럼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수가 4개인 경우 재정지원제한 Ⅱ유형, 3개인 경우 재정지원제한 Ⅰ유형에 각각 선정돼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가뜩이나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이들 대학이 정부재정마저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 정상 운영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신입생을 제대로 뽑지 못하는 대학은 존폐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다만, 정해진 기준인 97%를 밑도는 모든 대학들의 사정이 같은 것은 아니다. 그나마 90%를 넘는 신입생 충원율을 보인 대학들은 사정이 다소나마 나은 편이다. 702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176명을 채우는 데 그치며 25.1%의 신입생 충원율을 기록한 경주대를 필두로 한국국제대, 한려대 등 신입생 충원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대학은 경주대가 아닌 50명 모집에 6명이 입학하는 데 그친 영산선학대다. 하지만, 이 대학은 종교인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경주대 등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재정지원제한 여부 등을 따질 때에도 이들 대학은 제외된다. 반면, 경주대·한국국제대·한려대 등은 일반적인 대학이기에 해당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향후 전망’ 문제…올해 고3 또 다시 ‘급감’ =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신입생 충원율 관련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학령인구가 급감한다는 점 때문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올해까지 최근 3년간 고3 인원과 대학 모집인원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고3은 43만 7950명으로 지난해 대비 6만 3666명 줄었다. 한 해 전인 2020학년에는 고3이 50만 1616명으로 전년 대비 6만 9045명 줄어든 바 있다. 이처럼 불과 2년 새 줄어든 고3 수는 총 13만 2711명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에도 큰 폭의 고3 인원 감소가 있었지만, 실제 체감은 올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실시되는 수시모집에서부터 고3만으로는 인원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올해 일반대와 전문대의 수시 모집인원은 총 44만 6860명으로 고3 인원보다 8910명이 많다. N수생이 있기에 수시모집에서부터 전면적인 미달 현상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지 못한 지방 소재 대학들의 경우 걱정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고3 재학생 중심으로 지원하는 올해 수시모집부터 지방 소재 전문대와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미달 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시모집까지 전부 고려하면, 상황은 한층 심각해진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전부 합산한 올해 대입 모집인원은 일반대 34만 7447명과 전문대 20만 8327명으로 총 55만 5774명이다. 고3 인원과 비교하면 11만 7824명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반수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에서 제대로 된 대면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반수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2년간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수는 매년 13만여 명 수준. 지난해 고3이 줄어든 만큼 졸업생 수는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수생이 예상대로 대거 늘어나지 않는다면, 올해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