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되풀이되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출제방향, 수요자들에게 도움 안돼

(사진=세종교육청 제공)
(사진=세종교육청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6일 실시 중인 ‘2021학년 9월 모의평가(2020년 9월 모의고사)’의 출제 방향을 이날 공개했다. 다만, 수험생·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이 공개된 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일부 숫자만 바꾼 채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출제방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2009 개정 교육과정이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바뀐 것, 고교 수와 학원 수가 다소 줄어든 것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해 내놓은 피상적인 수준의 출제방향 공개가 되풀이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16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2099개 고교와 428개 학원에서 동시에 실시 중인 9월 모의고사의 출제 기본 방향 등에 대해 같은 날 공개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모의고사 출제위원단은 한국사를 제외한 전 영역·과목에 걸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 방향을 설정했다.

출제위원단은 먼저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해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미 출제됐던 내용일지라도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핵심적·기본적인 내용은 문항의 형태·발상·접근방식 등을 다소 수정해 출제했다. 

영역별로 출제 방식에는 다소 차이를 뒀다. 국어·영어는 출제 범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지문·자료 활용에 집중했다면, 수학·탐구·제2외국어/한문은 개별 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는 데 집중했다. 필수 응시영역인 한국사는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 평가’라는 목적에 걸맞게 핵심 내용을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 

이같은 설명들은 지난해에도 평가원이 동일하게 9월 모의평가 출제방향이라며 내놓은 바 있다. 올해 고3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육과정 명칭이 달라진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발표한 출제방향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다. 

앞선 설명과 마찬가지로 이후 설명도 매년 나오는 내용과 동일하다.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적용능력, 주어진 상황을 통한 문제 해결·추리·분석·탐구 사고 능력 측정을 위해 출제했다”거나 “교육과정상 중요도·사고수준·난이도·소요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배점했다” 등도 지난해 발표됐던 출제방향에 포함돼 있는 내용들이다.

이외에도 △수험준비 부담 완화와 학교교육 내실화를 위한 출제 기조 유지 △충실히 고교 교육과정 이수한 수험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 △선택과목에서는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 완화 노력 등 출제방향에서 달라진 점은 없는 상황이다.

EBS 연계율도 매년 그렇듯 과목별로 동일하게 제시됐다. 국어영역은 71.1%, 영어영역은 73.3%이며, 나머지 영역은 모두 70% 비율로 EBS 연계가 이뤄졌다. 

이처럼 같은 내용의 ‘복붙(복사-붙여넣기)식’ 출제방향 공개가 되풀이되는 것을 교육계에서 긍정적으로 볼 리는 만무하다. 고교 교육과정 정상화에 도움, 출제 기조 유지 등 상투적인 표현들을 굳이 평가원이 나서서 발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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