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오늘날 ‘혁신’이 각계의 화두다. 기술혁신, 경영혁신, 정부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담론으로 삼고 있다. 대학 역시 이러한 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래사회를 선도해 나갈 ‘인재양성의 요람’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학을 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로 미래교육의 한 형태인 ‘원격교육’이 예상보다 빠르게 교육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이에 대응한 대학의 혁신 역량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혁신은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대학혁신, 즉 대학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요구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대학가의 새로운 난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 국가의 교육 및 연구역량 수준은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 나아가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대학혁신을 대학만의 사명으로 미뤄둬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 대학혁신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통의 과제인 것이다.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대학에 행재정적 지원을 계속해 온 정부의 노력은 이러한 동반자 의식에 기반한 숙고의 산물이다.

2019년 3월, 국정과제인 ‘대학 자율성 확대’의 일환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출범했다. 교육부가 기획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던 복수의 특수목적형 재정지원사업을 하나의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과감히 통합하는 패러다임적 변화를 시도한 전향적 선택이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발전계획과 여건에 부합하는 자율적 혁신을 위해 투자 분야와 영역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혁신지원사업의 출범은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 역할이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보다는 ‘여건을 조성하는 지지자’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지지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신뢰는 사고의 확장과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으로 작용해 혁신을 이끄는 촉매가 된다. 자유로운 사고와 변화의 시도 속에서 대학이 스스로의 여건에 맞는 비전을 발굴하고, 원격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미래교육의 선도자로 성장하길 바라는 소망이 혁신지원사업에 녹아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출범한 지 어느덧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목표와 방향성에 기반한 사업운영이 익숙했을 대학들에게 1년 6개월 간의 일반재정지원사업 수행 경험은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교육과정을 혁신해 학생 맞춤형 교육 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학사제도를 개편해 환경변화에 대응력을 갖춘 인력양성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산학·지역 연계 기반 특성화로 대학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등 다양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이 모든 성과가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 필요분야를 발굴하고,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룩한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교육과정 운영상 어려움도 있었으나, 온라인 강의의 질적 수준과 학생 만족도 확보를 위해 대학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다양한 원격강의 운영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킬 수 있었다. 대학재정지원 체계의 개편과 범국가적 재난이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 대학이 얼마나 많은 고민의 과정을 노정해왔으며, 그에 따라 적응하고 혁신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비전인 ‘미래형 창의인재 양성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대학이 이러한 혁신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주역을 양성하는 대학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주역을 양성하는 대학은 어떤 대학일까? ‘미래학의 대부(代父)라고 불리우는 짐 데이토(Jim Dator) 하와이대학교 명예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미래학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곧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 미래학이다.” 미래의 주역을 위한 학문인 미래학은 미래 사회의 트렌드를 예견하고 분석해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나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들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신규 가치를 창출하는 ‘선도자(First mover)’를 위한 학문이라는 의미다. 우리 대학들이 창의성과 도전의식을 갖춘 선도자 양성의 요람으로 성장해 나갈 때 혁신지원사업의 비전도 온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9월은 2019년 3월부터 3년간 추진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후반기를 맞이하는 시기다. 그간의 시간이 대학의 자율적 혁신 역량과 변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보다 큰 틀에서 대학이 미래사회 주역의 요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의 비전을 창조해 가는 유의미한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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