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등’ 한 해 만에 ‘물거품’…33개교 중 24개교 경쟁률 ‘하락’
일정변경 연세대, 전형방법 변경 서울시립대 ‘전년 대비 상승’
타 전형 대비 높은 경쟁률 ‘유지’…‘일발역전’ 전형특성 덕분

(사진=한양대 제공)
(사진=한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령인구 감소의 칼바람은 매서웠다.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올해는 여지없이 고꾸라졌다. 지난해 40.98대 1이던 논술전형 경쟁률은 올해 36.68대 1로 하락했다. 2017학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의 논술전형 경쟁률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경쟁률 하락은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대학 전반에 걸쳐 일어난 현상이기도 했다. 올해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33개 대학 가운데 9개교를 제외한 모든 대학의 경쟁률이 동반 하락했다.

■논술전형 경쟁률 33.68대 1 ‘하락’, 최근 5년 중 ‘최저’ = 최근 종료된 ‘2021학년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를 집계한 결과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낮아졌음이 확인됐다. 2021학년 대입에서 논술고사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국 33개 대학의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다. 

올해 대학들은 논술전형을 통해 총 1만 1225명을 모집했다. 지난해 모집인원 1만 2056명과 비교하면, 831명의 모집인원이 줄었다. 하지만, 지원자 감소폭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에는 49만 4000명이 지원해 40.9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그보다 8만 2264명 줄어든 41만 1736명이 지원해 36.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논술전형 경쟁률 하락은 특정 대학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33개 대학 가운데 9개 대학을 제외한 24개 대학의 경쟁률이 하락했다.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대학 대부분이 낮아진 지원 열기를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 대학들의 경쟁률이 하락하면서 논술전형 경쟁률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 상태다. 최근 5년 중 올해를 제외하고 가장 경쟁률이 낮았던 2019학년의 39.25대 1과 비교하더라도 올해 논술전형 경쟁률은 확연히 낮다. 

■학령인구 감소 불구 ‘그래도 선방’…주요대학 진입 루트 ‘위상 여전’ = 이처럼 논술전형에서 전반적인 경쟁률이 하락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2년 새 고3 학생 수가 무려 13만명 이상 감소했기에 경쟁률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상승한 것이 이례적인 현상일뿐 올해 학령인구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코로나19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설정돼 있는 논술전형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예년에 비해 정상적으로 학업을 수행하지 못한 수험생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경쟁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했지만, 그래도 논술전형은 올해 수시모집에서 ‘선방’한 전형이라는 평이 더해진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인기 많은 주요대학들마저 경쟁률이 하락한 것을 보면 학령인구 감소 현상이 올해 수시모집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논술전형은 다른 전형들에 비해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경쟁률 하락이 덜한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도 논술전형 경쟁률은 한 해 전에 비해 하락한 것일 뿐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올해 서울권 11개 주요대학이 기록한 16.09대 1, 의대가 기록한 32.55대 1 등과 비교해 보더라도 논술전형이 기록한 36.68대 1의 경쟁률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학령인구 감소 현상이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는 다시 완연해진다는 점을 볼 때 논술전형 경쟁률이 향후 반등할 여지는 충분하다. 현 수시모집에서 인문계·자연계의 일반 수험생이 지원 가능한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논술전형뿐이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에 자신이 없는 경우 지원할 수 없는 전형인 반면, 논술전형은 학생부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지원 가능하다는 점, 여전히 서울대와 고려대를 제외한 주요대학 대부분은 논술전형을 상당규모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논술전형을 향한 수험생들의 열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웃은 대학들…‘일정 바꾼’ 연세대, ‘전형방법 바꾼’ 서울시립대 =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낮아졌지만, 모든 대학이 맘에 들지 않을법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33개교 중 9개교의 경쟁률이 오른 가운데 연세대(서울)(이하 연세대)와 서울시립대는 특히 그 상승폭이 컸다. 연세대는 44.38대 1에서 70.67대 1, 서울시립대는 48.82대 1에서 68.27대 1이 각각 됐다.

연세대의 경쟁률 상승은 일정 변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능 이전 논술고사를 시행하려던 것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수능 이후로 논술고사 일정을 바꾼 것이 경쟁률을 높이는 데 있어 주효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바뀐 일정이 다른 주요대학과 겹치지 않은 탓에 수험생들이 부담없이 연세대 논술에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경쟁률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시립대는 전형방법을 바꾸면서 경쟁률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1단계에서 논술고사를 통해 일정 배수를 선발한 후 해당 인원들을 대상으로 논술고사 성적과 교과 성적을 합산해 합격자를 정하던 서울시립대는 올해 별도의 1단계 과정 없이 논술고사와 교과성적을 합산해 선발하는 것으로 전형방법을 달리했다. 전형방법이 간소화되면서 수험생들의 발길을 더욱 끌어들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울산대도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상승한 대학에 속했다. 논술전형으로 의대만 선발하는 특수성을 지닌 울산대는 지난해 111.08대 1에서 한층 더 높아진 113.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울산대와 같은 특수한 사례가 아닌 일반적인 대학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서강대가 76.8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95.33대 1에 비하면 큰 폭으로 경쟁률이 낮아졌지만, 서강대보다 더 경쟁률이 높은 대학은 없었다. 그 뒤를 올해 경쟁률이 오른 연세대와 서울시립대가 이었으며, 한양대(서울) 66.14대 1, 성균관대 55.27대 1, 아주대 51.1대 1, 중앙대 47.41대 1, 경희대 47.39대 1, 건국대(서울) 47.11대 1 순으로 이어졌다. 

■‘최고 경쟁률’ 모집단위는? 인하의대 487.8대 1 필두 100대 1 이상 37개 = 논술전형은 학생부가 다소 미진하더라도 합격이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은 전형이다. 워낙 관심이 높다 보니 다른 전형이라면 찾아보기 어려운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모집단위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33개 대학이 논술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모집단위는 총 1011개. 이 중 37개 모집단위가 10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1011개에 달하는 전체 모집단위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인하대 의예과였다. 10명을 모집한 인하대 의예과에는 4878명이 지원해 487.8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1등급 3개로 가톨릭대·울산대 등 빅5로 불리는 최상위 의대와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음에도 기록한 높은 경쟁률이다. 논술고사 일정이 12월 20일로 다른 대학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일부 작용한 결과물로 보인다. 

이외에도 자연계열 수험생들로부터 0순위 모집단위로 꼽히는 의대가 전반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논술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9개 의대 모두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세대(미래) 의대가 316.27대 1로 인하대의 뒤를 이은 가운데 한양대(서울) 의대가 295.22대 1, 아주대 의대가 248.8대 1, 중앙대 의대가 217.31대 1, 가톨릭대 의대가 214.9대 1, 경희대 의대가 210.29대 1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의대 뿐만 아니라 치대·한의대와 최근 들어 ‘펫 산업’의 활성화로 각광받는 수의대 등 의학계열 전반을 향한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논술전형 경쟁률 상위 10개 모집단위는 의대·한의대·치대·수의대로 모두 채워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능최저 충족에 부담을 느낀 수험생이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듯 수능최저가 없는 대학의 논술 경쟁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본래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방침을 유지해 오던 한양대(서울)와 서울시립대, 지난해부터 수능최저를 폐지한 연세대(서울) 등의 모집단위가 경쟁률 상위 목록에 다수 이름을 올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