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지원자 4446명 증가, 고스란히 드러난 ‘의대 열풍’
모든 전형유형 경쟁률 ‘상승’,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논술
중앙대 133.2대 1 필두 인하·아주·연세(미래)·가톨릭 순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의대 경쟁률은 치솟았다. 전문직 선호를 기반으로 자연계열 진학 0순위로 자리매김한 의대의 위용이 잘 드러난 사례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중앙대 의대. (사진=중앙대 제공)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의대 경쟁률은 치솟았다. 전문직 선호를 기반으로 자연계열 진학 0순위로 자리매김한 의대의 위용이 잘 드러난 사례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중앙대 의대.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도 의대를 향한 수험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수시 경쟁률이 도리어 올라갔다. 모집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지원자가 전년 대비 4446명이나 늘며, 30.45대 1에서 32.55대 1로 경쟁률이 껑충 뛰었다. 자연계열 최고 선호도 모집단위로 자리매김한 의대가 재학생은 물론 N수생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인기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의대 경쟁률 32.55대 1 ‘상승’…중앙대·인하대·아주대·연세대(미래)·가톨릭대 순 = 최근 종료된 ‘2021학년 수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의대 수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첫 학부모집을 실시하는 강원대를 비롯해 전국 38개 의대(의전원 학석사통합과정 모집 포함)의 수시 원서접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올해 38개 의대가 모집한 인원은 총 1849명. 지난해 1834명을 모집한 것과 비교하면, 모집인원 차이는 15명에 불과했다. 올해부터 강원대가 의전원 체제에서 의대 체제로 전환, 학부 신입생 모집에 나섰지만, 수시 모집인원 관련 변화는 크지 않았던 것이다. 강원대 의대의 정원이 많지 않은 편인 데다 2022학년부터 수도권 대학은 수능위주전형(정시) 모집인원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등의 사정이 더해진 탓에 수시 모집인원이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집규모에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지원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해 의대 수시모집 지원자는 총 6만 964명으로 지난해 5만 6809명 대비 4446명 늘어났다. 정원내와 정원외를 막론하고, 학생부교과전형·학생부종합전형·논술전형 등 모든 전형에서 지원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모집인원은 큰 차이가 없지만, 지원자는 대폭 늘어났기에 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30.45대 1이던 의대 수시 경쟁률은 올해 32.55대 1로 상승했다. 정원내는 30.98대 1에서 32.97대 1이 됐고, 정원외는 11.32대 1에서 17.14대 1로 경쟁률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개별 대학을 기준으로 보면, 중앙대가 단연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지난해와 올해 동일한 46명을 모집한 중앙대 의대는 지원자가 3785명에서 6127명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82.28대 1에서 133.2대 1로 경쟁률이 대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의대들과 비교하더라도 중앙대만큼 경쟁률 상승폭이 가파른 곳은 없었다.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은 의대는 인하대였다. 지난해 110.64대 1로 유일하게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최고 경쟁률 의대에 이름을 올렸던 인하대 의대는 올해 131.95대 1로 한층 경쟁률이 상승하며 중앙대의 뒤를 이었다. 정원내로만 한정할 시에는 138.05대 1로 중앙대보다도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하대 의대를 향한 수험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전국 33개 대학, 1011개 모집단위 가운데 가장 높은 487.8대 1을 기록한 것이 인하대 의대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인 대학은 △연세대(미래) 82.73대 1 △가톨릭대 78.76대 1 △경희대 73.11대 1 △한양대(서울) 71.6대 1 순이었다. 연세대(미래)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수도권에 위치한 의대의 경쟁률이 높게 나온 모양새다.

수험생 선호도가 가장 높아 Big5로 불리는 대학들 중에서는 가톨릭대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고, 울산대 56.83대 1, 성균관대 21대 1, 연세대(서울) 12.85대 1 순으로 이어졌다. 선호도 면에서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서울대는 높은 문턱을 실감케 하듯 올해도 7.23대 1로 의대 가운데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의대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오른 양상이지만,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대폭 하락한 의대도 존재했다. 이화여대는 72.44대 1에서 25.2대 1, 부산대는 52.81대 1에서 17.58대 1로 대폭 경쟁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의대 모두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은 논술전형에서의 의대 선발을 올해 들어 폐지했기에 전체 경쟁률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첫 학부모집을 실시한 강원대 의대는 평균에 다소 못 미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학생부교과전형인 일반전형은 31.9대 1, 지역인재전형은 8.67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학생부종합전형인 미래인재전형은 19.56대 1로 전 전형 평균 경쟁률 18.38대 1을 기록했다. 논술전형이 없는 데다 학생 수가 많지 않은 강원도 소재 대학이라는 지역 특성상 지역인재전형의 경쟁률이 비교적 낮게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요대학도 비껴가지 못한 ‘학령인구 감소’…‘의대는 달랐다’ = 의대의 수시 경쟁률 상승은 분명 이례적인 모습이다. 서울권 11개 주요대학도 여지없이 경쟁률이 하락할 만큼 지난해와 올해 연이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파장이 컸다는 점에서다. 

‘학령인구 절벽’이라 불릴만큼 최근 2년간 학령인구는 대폭 감소했다. 고3 학생 수가 지난해 6만 9045명, 올해 6만 3666명 줄어들며, 2년 새 13만 2711명이나 줄어든 상태다. 

이처럼 고3이 줄다 보니 ‘실질적 수험생’이라 볼 수 있는 수능 접수인원도 대폭 축소됐다. 지난달 21일 종료된 ‘2021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접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수능 접수인원은 처음으로 50만명 벽이 깨지며 49만 3433명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수능 접수인원은 59만 4924명으로 60만여 명에 육박한 바 있다. 

이처럼 수험생이 줄어든 탓에 서울권 주요대학을 비롯해 그간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해온 논술전형 등의 경쟁률도 예년 대비 하락했다. 서울권 11개 주요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17.48대 1에서 16.09대 1이 됐고, 전국 33개 논술전형 선발 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40.98대 1에서 36.68대 1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의대는 달랐다. 단순히 전체 경쟁률만 오른 것이 아니라 정원내와 정원외를 통틀어 모든 전형유형에서 경쟁률이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정원내 기준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15.16대 1에서 16.66대 1,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13.93대 1에서 15.82대 1로 경쟁률이 올랐으며, 논술전형은 172대 1에서 231.52대 1로 경쟁률이 껑충 뒤었다. 정원외 전형도 학생부교과전형이 12.86대 1에서 21.43대 1, 학생부종합전형이 10.21대 1에서 14.03대 1이 되며, 경쟁률이 일제히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주요대학마저 학령인구 감소라는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의대가 오롯이 경쟁률 상승을 이뤄낼 수 있던 원동력으로는 ‘자연계 최고 선호도’ 모집단위라는 점이 지목된다. 현재 의대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있어 진학 ‘0순위’로 여겨지는 모집단위이기에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연계열에서 의대의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만점자’들의 선택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자연계열에서 나온 4명의 만점자가 모두 의대로 진학했다. 과탐Ⅱ를 선택한 수험생들은 서울대,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연세대(서울)로 대학만 달랐을 뿐 이들의 종착지는 모두 의대였다. 인문계열 만점자들의 선택지가 경영, 경제, 자유전공, 사회 등으로 나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 전반적인 학령인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열 경쟁률은 상승했다. 전문직을 선호하는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들의 지원 열기가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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