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상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인덕대학교 교수)

강문상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강문상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

2021년 교육부 예산안 편성에서 ‘마이스터 대학’ 사업이 포함됐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고숙련 전문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새로운 고등직업교육모델인 ‘마이스터 대학’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마이스터 대학 시범사업에 4개교를 선정해 각 20억원을 지원한다.

직업교육이 잘 되고있는 나라들은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국가들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기술을 중시해 국가 기업 노조가 사회적 동반자로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조합주의 모델이다. 핀란드는 2018년 직업교육법을 강화해 개인별 학습 경로를 다양화하고, 대학원등 상위 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을 원활하게 했다. 북유럽국가들은 청년실업문제를 고등직업교육으로 해결하고, 직업교육의 유연성을 위해 상위 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을 확대하고 있다.

본래 영국과 미국은 자유주의에 기반한 특성 탓에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추세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던 영국과 미국은 직업교육법을 개정하면서 국가가 적극 직업교육에 개입하는 것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영국은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 act 2017’에서 직업교육의 개혁 실행을 강조하고, 직업교육 품질 보장의 내용을 담았다. 미국은 2018년 5차례에 걸쳐 Perkins법을 개정했다. 직업교육 명칭을 Vocational Education에서 Career Education으로 변경해 직업교육의 범위를 넓고 깊게 확대했다. 유럽국가와는 달리 직업교육의 주체가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 주정부 산업체 노사 인력정책전문가 등의 컨소시엄을 통해 직업교육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교문화권인 대만·일본 등은 일반대학에 비해 직업교육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대만은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직업교육을 강화했다. 1990년대 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면서 고등직업교육대학을 일반대학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직업교육 강화를 위해 기존 전문대학을 엄격한 심사를 통해 과학기술대학으로 전환시키고, 고등직업교육에서 석사·박사 과정까지 연계되는 평생직업교육 체제를 완성했다. 일본도 2019년 학사학위과정의 전문직대학을 도입했다. 전문직대학에서는 5개월 정도의 인턴쉽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직업교육에서 최근 나타나는 세계적인 추세는 ‘고학력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석사·박사 과정까지 진학 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현장실습, 인턴십 등 현장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졸업학점 중에 25% 이상을 현장실습으로 이수해야한다.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중등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으로 구분된다. 중등직업교육기관은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전문학과를 설치한 일반고 등이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는 전문대학, 폴리텍대학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은 연속성이 없으며, 유연성도 없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 시대다. 사회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AI)이 파고들고 있다. 중등직업교육기관에서 배우는 2, 3년 동안의 기술은 현장에 적용할 수 없다. 전문계 고등학교는 정부의 취업률 정책 때문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시킨다. 중등직업교육 후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이 연결되지 않다 보니, 직업교육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중등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을 연계하면 최소 5년에서 6년 직업교육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중등·고등 직업교육의 교육과정을 연계해야 평생교육이 유연성을 갖는다.

전문대학 졸업 후에 계속 교육을 원하면 전공심화과정(학사학위)에 입학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은 학사학위에서 종료된다. 더 깊게 공부할 수 없다. 기술교육은 학사과정 정도면 충분한 것인가? 2개월, 3개월 만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도 있지만, 20년, 30년을 해도 완성되기 어려운 기술이 있다. 산업현장에서 20년, 30년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을 석사, 박사 과정을 통해 수 년 안에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내년부터 직업교육 석사과정이 시범 운영된다. 당초 계획보다 다소 축소되긴 했지만 여러 분들의 노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면을 통해 관계자분들께 다시 감사드린다. 제안하고 싶은 것은 4개 대학(사업단) 선정이 아니라 당초 계획대로 8개 선정을 희망한다는 점이다. 4개의 경우 지역을 고려할 수 없으며, 대표적인 산업군으로 정할 수도 없다. 2년 후 졸업생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사업의 성공과 실패 판단이 어려울 것이다. 예산 증액은 어렵더라도 선정 규모를 늘리는 것을 희망한다. 2년 후 시범사업의 성공으로 평생직업교육의 유연성이 확보되기를 희망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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