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예술가들]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단원 김홍도
[열정의 예술가들]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단원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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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형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백형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백형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 앉아있다. 갓 쓴 양반, 벙거지 쓴 상민, 상투 튼 어른, 머리 딴 아이가 서로 섞여 구경하고 있다. 개중에는 갓을 내려놓은 사람도 있고, 신발을 벗은 사람도 있고, 부채질하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있다. 엿장수가 엿판을 목에 걸고 엿 사라고 소리 지르며 다닌다. 씨름꾼 둘이 상대방을 쓰러트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사람들은 흥에 젖어 입을 벌린 채 구경하고 있다. 갑자기 한 사람이 냅다 소리를 지르며 상대방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린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음력 5월 5일 단옷날 씨름판이다.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그냥 조선 시대 풍속을 그린 그림이 아니다. 양반과 상민 그리고 어른과 아이의 신분이 엄격했던 조선 시대에 이 그림은 파격적이었다. 신분제도를 없애려고 노력한 정조의 생각을 그대로 담아 놓은 그림이다. 정조는 온 나라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다. 정조가 꿈꾸었던 태평성대를 김홍도는 이런 풍속화 작품으로 완성해 냈다. 그래서 풍속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웃음을 머금고 통통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런 김홍도를 정조는 아꼈다. “그림에 대해서는 홍도에게 맡겨라”라고 할 정도였다. 김홍도는 임금의 초상화(어진)를 두 번씩이나 그렸다. 한번은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의 어진을 그렸고, 또 한번은 정조의 어진을 그렸다. 정조의 어진을 잘 그린 공로로 충청도 연풍 현감이 되기도 했다. 어진은 조선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도화서 화원이 그렸다. 그들을 어용화사라 불렀는데 최고의 명예였다. 이런 어용화사는 한 번 되기도 힘든데 김홍도는 두 번씩이나 됐다.

단원(檀園)은 ‘박달나무 숲’이란 뜻이다. 명나라 문인화가 이유방의 호이기도 하다. 이유방은 성품이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시와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났다. 김홍도는 그를 존경해 단원이란 호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사람들은 김홍도를 풍속화 화가로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김홍도는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꽃과 새 그림) 초충화(풀과 벌레 그림) 영모화(새와 짐승 그림) 신선도에 뛰어났다. 그 중에서도 신선도를 잘 그렸다. 신선도 중에 단연 독보적인 그림이 리움미술관에 소장된 여덟 폭 병풍 ‘군선도병’이다. 중국 곤륜산에 산다는 신녀 서왕모의 초대를 받은 신선들이 무리 지어 물 위를 건너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신선들의 제각기 다른 표정과 바람에 펄럭이는 옷자락 그리고 나귀와 동자의 모습이 실제인 양 생생하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장자’나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다.

경기도 안산에는 ‘단원구’란 행정구역이 있다. 김홍도가 이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그림 공부를 했기에 그런 명칭을 붙였다. 김홍도의 스승은 조선 최고의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이었다. 표암은 시 글씨 그림에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어 ‘삼절’이라 불렸다. 그런 훌륭한 스승이 안산에 살았고, 그에게서 그림과 학문을 공부했다. 

표암은 ‘신필’의 재주를 지닌 제자 김홍도를 도화서 화원으로 추천했다. 도화서 화원이 된 김홍도는 그곳에서 조선 미술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줄줄이 그려 조선의 르네상스를 활짝 열었다. ‘청은 남에서 나나 남보다 푸르다’라는 청출어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김홍도의 고장에 필자가 소속한 서울예술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훌륭한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학교다. 또한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인 공동체 마을인 ‘예술인 아파트’가 오래전에 건립돼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살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란 생각이 든다. 단풍잎이 곱게 물드는 가을이 오면 김홍도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노적봉 아래 ‘박달나무 숲’을 찾아가야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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