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비수도권 ‘온도 차’…비수도권 ‘상승’, 수도권 ‘하락’
LEET·학부성적 공개 영향 있었나…비수도권으로 몰리는 수험생들
원광대 13.77대 1 ‘최고’, 지난해 서강대 뛰어넘는 ‘역대 최고 경쟁률’ 갱신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다소 하락했다. 로스쿨 입학 자원으로 볼 수 있는 LEET 응시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볼 때 다소 의외의 결과다. (사진=중앙대 제공)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다소 하락했다. 로스쿨 입학 자원으로 볼 수 있는 LEET 응시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볼 때 다소 의외의 결과다.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다소 하락했다. 리트(LEET) 응시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다’를 기록함에 따라 경쟁률이 다소 오를 것이란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늘어난 LEET 응시 규모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소폭 하락한 점을 볼 때 LEET 응시인원 가운데 상당수가 ‘반수생’이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수도권 소재 로스쿨은 대부분 경쟁률이 낮아진 반면, 비수도권 로스쿨의 경쟁률은 오른 추세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LEET 성적과 학부성적 등이 낱낱이 공개된 영향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자신의 성적과 비교했을 때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쉬운 수도권 로스쿨을 수험생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작용으로 수험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비수도권 로스쿨 가운데 원광대 로스쿨은 지난해 서강대가 기록했던 12.78대 1을 넘어선 13.77대 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경쟁률 4.88대 1 ‘소폭 하락’ = 5일부터 8일까지 실시된 ‘2021학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집인원은 동일한 2000명이었지만, 지원자가 다소 줄었다. 지난해 9845명이던 지원자가 올해 9752명으로 93명 줄어든 탓에 4.92대 1이었던 경쟁률이 4.88대 1이 됐다. 

모집군별로 보면, 가군과 나군 모두 경쟁률이 낮아진 모양새다. 가군 912명, 나군 1088명으로 모집인원은 동일했지만, 지원자가 가군은 19명, 나군은 74명 줄었다. 지원자가 다소 감소함에 따라 가군 경쟁률은 5.3대 1에서 5.28대 1, 나군 경쟁률은 4.6대 1에서 4.54대 1이 됐다. 

이처럼 두 모집군의 경쟁률이 모두 낮아진 것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전형의 경쟁률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가군 일반전형은 5.31대 1에서 5.27대 1로 소폭 경쟁률이 낮아졌고, 나군은 4.62대 1에서 4.5대 1로 경쟁률이 낮아졌다. 

반면, 특별전형은 가군과 나군 모두 경쟁률이 다소 올랐다. 가군 특별전형은 5.24대 1에서 5.42대 1, 나군 특별전형은 4.42대 1에서 4.92대 1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다만, 가군 특별전형은 67명, 나군 특별전형은 85명으로 모집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일반전형 경쟁률 하락에 따른 모집군 전반의 경쟁률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외’의 경쟁률 하락, LEET 인원은 늘었는데… = 이처럼 경쟁률이 하락한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로스쿨 수험생으로 분류되는 법학적성시험(리트, LEET) 인원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에서다. 

현행 로스쿨 입시는 △LEET △학부성적 △자기소개서 △면접·구술고사 △어학성적 △서류평가 등의 전형요소를 통해 진행된다. 로스쿨별로 비율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LEET는 결코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요소가 아니다. 제주대 로스쿨의 경우 1단계 전형 총점 60점 가운데 LEET가 35점으로 58.3%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가장 LEET 반영비율이 낮은 전남대·중앙대·한국외대에서도 LEET 비중은 25%나 된다. 

이처럼 로스쿨 입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LEET에 접수·응시하는 인원은 같은 해 로스쿨 지원자 규모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한다. 지난해 LEET 접수 인원은 1만1161명이었으며, 응시자는 1만291명으로 처음 ‘1만명 응시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 결과 전년 4.71대 1에서 4.92대 1로 경쟁률이 오르는 양상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LEET 응시자가 지난해보다도 더욱 늘어난 상태다. 7월 19일 전국 25개 고사장에서 시행된 올해 LEET에 접수한 인원은 1만2244명이나 됐고, 응시 인원도 1만115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LEET가 처음 실시된 2009학년부터 올해까지 13년동안 접수 인원이 1만2000명을 넘긴 것, 응시 인원이 1만1000명을 넘긴 것은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왜 경쟁률 하락했나…다른 로스쿨 갈아타려는 ‘반수생 탓?’ = 이처럼 로스쿨 입시에 뛰어들 ‘자원’으로 봐야 하는 LEET 응시자 증가에도 로스쿨 경쟁률이 ‘소폭’이나마 하락한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주요대학마저 학부 수시모집에서 경쟁률 하락을 피하지 못할 정도로 ‘학령인구 바람’이 거세지만, 로스쿨 입시는 이와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 고3 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불과 지난해부터의 일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어디까지나 학부를 졸업한 이후 뛰어드는 ‘대학원 입시’이기에 당장의 학령인구 감소가 로스쿨 자원 감소로 이어질 수 없다. LEET 응시인원이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는 아직 로스쿨 입시를 덮치기에 이르다.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조심스레 LEET 응시인원 가운데 상당수가 ‘반수생’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별 합격률 등이 공개된 이래 반수생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좋은 이미지가 덧씌워진 로스쿨을 졸업하면 변호사가 된다 하더라도 당장의 취업 등에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들 때문”이라며, “이미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다른 로스쿨로 이동하기 위해 LEET에 응시했지만, 정작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해 실제 지원에는 나서지 않았다고 보면, LEET 응시자 증가와 경쟁률 하락이라는 상반된 현상을 납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비수도권 온도차 극명…수도권 대부분 하락, 비수도권 대부분 상승 = 올해 로스쿨 입시의 또 다른 특징은 ‘소재지’에 따른 온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경쟁률이 하락한 로스쿨은 대부분 수도권 소재인 반면, 비수도권 소재 로스쿨의 경쟁률은 대부분 오르는 경향이 뚜렷했다. 

현재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수도권 소재 로스쿨은 총 14개교. 이 중 무려 13개 로스쿨의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낮아졌다. 반면 11개 비수도권 로스쿨 중에서는 8개교의 경쟁률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 로스쿨이면서도 경쟁률이 오른 것은 중앙대가 유일했고, 비수도권 로스쿨이면서 경쟁률이 낮아진 곳은 강원대·전북대·충남대였다. 

이처럼 소재지에 따라 결과가 극명히 엇갈린 이유로는 ‘입시결과 공개’가 지목된다. 입학전형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2017학년부터 합격생의 학부 성적과 LEET 성적, 외국어 성적 등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것이 이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 로스쿨의 명암을 엇갈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최근 들어 대학별로 합격자의 LEET 성적과 학부성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LEET나 학부성적이 다소 좋지 못한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비수도권 소재 로스쿨에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처럼 비수도권 로스쿨의 인기가 높아진 것을 증명하듯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로스쿨도 비수도권에서 나왔다. 올해 60명을 모집한 원광대 로스쿨은 826명의 지원자를 받아 13.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서강대가 기록한 12.78대 1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경쟁률이기도 하다. 

■남은 로스쿨 일정은? 면접 철저히 대비해야 = 원서접수를 마친 대학들은 이후 자체적으로 전형을 진행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서울대 로스쿨의 경우 일반전형 기준 면접 대상자를 11월 11일 발표한 후 14일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합격자는 12월 7일 발표된다. 

고려대 로스쿨은 서류전형 합격자를 11월 11일 발표해 12일 면접을 실시한다. 12월 11일 합격 여부가 가려진다. 연세대 로스쿨은 11월 17일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한 후 28일 면접을 실시해 고려대와 동일한 12월 11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류전형에 통과한 수험생들은 면접을 철저히 대비해야 할 전망이다. 오 이사는 “최근 들어 로스쿨 입시에서는 정량평가의 주요 요소인 LEET 성적이 다른 전형요소 대비 중요해졌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2단계 전형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남아 경쟁을 펼친다. 면접이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지원 대학별로 면접 기출문제 등을 참고해 실전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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