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 13일 9월모평 채점결과 발표
‘학력 격차’ 어쩌나…전문가들 상위권-하위권 실력 차 ‘지적’

올해 9월 모평의 특징은 전체 지원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에서도 늘어난 N수생, 수학(나)+사탐을 선택한 '문과' 수험생 비율 증가로 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실시된 2019학년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2019학년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9월 모의평가(모평) 난도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와 수학 나형이 다소 어렵게 출제됐지만, 전반적으로 시험 난도를 살폈을 때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9월 모평이 재학생·N수생이 함께 치르는 수능 직전 모의고사라는 점을 볼 때 올해 수능 난도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큰 조정이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험생들은 변화에 대비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수능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3일 ‘2021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채점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영역 138점, 수학 가형 132점, 수학 나형은 148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2점 떨어졌다. 수학 가형도 2점이 낮아졌으며, 수학 나형은 1점 떨어졌다. 

본래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험이 어려워 학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수록 ‘상대평가’형 점수 체제인 표준점수의 최고점은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제히 낮아진 이번 9월 모평의 국어·수학 표준점수 최고점만을 보면, 시험이 쉬워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이 다소 낮아졌다 해서 시험도 그만큼 쉽게 출제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학력 격차’가 큰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 난도를 측정하는 데 있어 ‘혼선’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도 다른 지표를 활용하면 쉽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평가원이 공식 발표하는 자료는 아니지만, 원점수 등급컷을 기준으로 난도를 측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 등급을 구분하는 점수를 일컫는 원점수 등급컷은 시험이 어려우면 그만큼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늘어나기에 낮아지는 반면, 반대 경우에는 점수가 오르는 양상을 띤다. 지난해 수능의 원점수 1등급컷은 국어 91점, 수학(가) 92점, 수학(나) 84점이었다. 올해 9월 모평의 원점수 1등급컷은 수학의 경우 모두 동일하며, 국어는 90점으로 도리어 1점 낮아졌다.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도리어 어려워진 과목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와 수학 나형이 지난해 수능에 비해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가형만 약간 쉽고, 국어와 나형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1등급 비율이 5.75%로 지난해 수능보다 상당히 어렵다. 탐구영역도 과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어려운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는 140점에서 138점, 수학 나형은 149점에서 148점으로 약간 떨어졌다. 올해 수험생들이 지난해에 비해 상위권과 하위권 간 성적 격차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점자를 보더라도 시험이 다소 어려웠음은 확실해 보인다. 영역별로 보면, 국어영역 만점자 비율은 0.06%(234명)로 지난해 수능에서 기록한 0.16%(777명)보다 줄었다. 문과계열 학생들이 선택하는 수학 나형도 0.17%(438명)로 지난해 0.24%에 비해 비율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공계열이 주로 치르는 수학 가형 만점자만 0.7%(894명)로 0.39%보다 늘어났다. 만점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험이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이 이번 9월 모평 채점결과를 놓고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학력 격차’다. 이영덕 소장뿐만 아니라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도 “상위권은 큰 변동이 없지만, 중위권이 감소하고 하위권이 증가하는 양상이 6월에 이어 9월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학력격차 관련 이상징후가 발견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영어영역에서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 체제로 시행되는 영어는 상대평가 체제인 국어나 수학처럼 표준점수 최고점, 등급컷, 만점자 등의 수치를 활용할 수 없기에 등급별 비율을 통해 난도를 가늠한다.

영어영역 등급별 비율을 보면,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1등급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이번 9월모평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은 5.75%. 지난해 수능에서 나온 7.4%와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수치지만, 지난해 9월 모평의 5.9%와는 거의 같다. 막판 쏟아져 들어오는 반수생들 가운데 영어에서 1등급을 받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본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소폭이나마 늘 것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영어에서 2등급 내지 3등급을 받은 중위권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모평에서는 14.5%이던 2등급이 올해는 12%에 그쳤고, 21.7%이던 3등급도 17.7%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등급과 3등급을 합산하면 36.2%에서 29.7%로 중위권이 줄어든 모습이다. 

반면 ‘하위권’은 늘어났다. 5등급 이하를 받은 5등급부터 9등급까지의 수험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43.8%로 지난해 37.9%와 비교했을 때 5.9%p 늘었다. 중위권과 하위권 사이 그룹으로 볼 수 있는 4등급이 그나마 지난해 20%, 올해 20.8%로 비슷한 양상이다. 

영어영역에서 이처럼 상위권과 하위권이 극명히 나뉘는 현상은 이번 모평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앞서 실시된 6월 모평 때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에는 1등급이 8.7% 나올 만큼 시험이 다소 쉬워 1등급 비율과 하위권 비율이 동반으로 치솟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영어에서의 학력 격차가 다른 영역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임 대표는 “영어 1등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학생들은 국어, 수학 등 나머지 과목에 집중할 수 있다. 전반적인 수능 성적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도 이번 영어 성적 격차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지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 대표는 “영어 성적 격차가 왜 나타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절대평가가 4년차로 접어들면서 수험생들이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인지,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인 상황 때문에 격차가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했다. 

자연계 수험생들은 과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은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과탐은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기준 정시모집에서 30% 이상 반영된다.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밖에도 수험생들은 ‘결시율’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월과 9월 결시율이 모두 증가하면서 본수능에서의 ‘역대급 최고’ 결시율이 예고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시율이 늘어나면 전체 수능 응시인원이 줄고, 이는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렵게 만들기에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을 녹록치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쉽다. 

이 소장은 “올해도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하는 대학이 많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모집에 불합격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시모집 지원자들도 막판까지 수능 공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수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9월 모평이 쉽지 않게 출제됐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은 수능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전 모의고사 형태로 학습을 이어나가되 최상위권은 킬러문항 준비, 중위권은 중간 난도 문제 집중, 중하위권은 EBS 병행 등 성적대에 따른 마무리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소장은 “모의평가를 토대로 어느 영역이 취약한지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영역별 강점과 약점을 잘 확인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EBS 연계율이 높은 9월 모평 출제 기조가 유지된다면, EBS 교재만 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비연계 문항의 난도가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문제풀이를 통해 실전 대비 연습을 많이 하되 정답만 확인하기 보다는 교과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의 개념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평소 틀린 문제를 정리한 오답노트도 마무리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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