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월세 47만원, 작년 대비 7.8%p↓…대학가 원룸 월세 4~5만원 가량 하락
반면 투룸·스리룸은 12.5%p 대폭 상승…소형 아파트 대채, 전셋값 상승 등 영향
대면강의 최소화 방침에 양도 거래 늘어, 수요 없는 대학가 원룸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강의가 늘어나면서 대학가를 비롯한 서울 지역 내 원룸 월세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셋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형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투룸과 스리룸 월세는 올랐다. 원룸 월세가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대학생들은 ‘비싸다’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적정 월세’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 1단계라도 ‘비대면 강의’, 대학가 월세 하락 부추겨 = 대학가 월세의 전반적인 하락 추세가 지속됐다. 대학가 월세는 대학생들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돼 탄탄한 수요를 자랑하지만, 하락세가 끊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은 9월 부동산 동향을 파악한 보고서를 통해 “서울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47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7.8%p 하락한 수치다. 다방은 월세 보증금을 모두 1000만 원으로 환산해 일률적으로 수치를 산출했다. 7.8%p를 금액으로 산출하면 4만 원 정도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근방을 대상으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A공인중개사는 “평소라면 대학가 월세가 전체적으로 1~2만 원 이상 떨어지는 일은 없다”며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대학가 월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평균 4만 원 정도 떨어졌다는데 이는 아주 큰 폭”이라고 했다.

양도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2학기 시작과 함께 ‘혹시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대면 수업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방을 구한 학생들이 원룸 양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종로구 혜화동에 원룸을 얻은 B학생은 “통학하기에 위치도 좋고 시내로 나가기도 좋은 위치지만, 2학기 수강 과목들이 오프라인이 될 가능성이 없어져 급히 양도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원룸을 양도하는 주된 이유는 대면수업과 시험이 온라인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은 내년 2월까지이지만, 굳이 학교 앞에 머무를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다. 학생들의 예상과 같이 대부분의 대학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춰졌지만, 대면수업 재개가 시기상조라 판단한다.

1학기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코로나19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수준에서는 혼합강의 및 안전 수칙을 지킨 대면 강의가 학교마다 시행돼 왔다. 하지만 수도권 집회로 인해 2.5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고 비대면 강의 체제가 된 후로는 좀처럼 대면 강의 체제로 회귀할 생각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초기와 달리 이후로는 캠퍼스 내 감염 소식이 연이어 전해진 것도 대면 강의를 최소화하겠다는 대학들의 방침이 바뀌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대면 수업이 사라지고, 학교 앞에 거주할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원룸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자 대학가 주변 원룸 월세는 크게 떨어졌다. 홍익대 앞 원룸 월세는 작년 9월 기준 53만원에서 1년 만인 지난달 47만원으로 6만원 하락했다. 고려대(44만원->42만원), 한양대(48만원->46만원), 숙명여대(47만원->46만원), 서울대(38만원->37만원)도 월세가 1만원에서 5만원 가량 떨어졌다. 

구별로 보면, 강서구가 38만원으로 42만원이었던 작년 9월보다 9.5%p(4만 원) 떨어져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성동구(49만원->45만원), 서대문구(50만원->46만원), 광진구(45만원->44만원)도 월세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다방 데이터분석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현실화되면서 전·월세 거래량이 감소했다”며 “저금리 기조로 임차인의 전세 선호 현상이 이어져 원룸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대학가 앞 월세가 내려앉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울교대는 51만원에서 56만원으로 월세가 뛰었고, 중앙대도 40만원에서 42만원으로 오히려 월세가 오른 사례였다. 

다방 데이터분석센터 관계자는 “서울교대 자체는 학생 수가 적어서 대학가로 분류했지만, 대학가 변동을 대표하기는 어렵다”라며 “서울교대의 경우는 ‘서초동’의 시세를 따라간다고 보기 때문에 ‘서울교대 월세 올랐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서초동은 강남 3구 원룸 월세 변동과 동일 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반면, 가격이 떨어진 원룸 시장과 달리 서울의 투룸과 스리룸(전용 60㎡ 이하)의 평균 가격은 대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64만 원에서 72만 원으로 12.5%p(8만원) 상승해 그 폭이 컸다.

■대학가 월세 적정 가격은 “40만원 이내”, 현실과 ‘동상이몽’ = 대학가 월세가 코로나19로 인해 낮아졌음에도 대학생들은 대학가 월세가 ‘비싸다’고 여겼다. 

다방은 2학기 개강에 맞춰 8월 21일부터 9월 4일까지 2주 동안 대학생 278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서울 원룸 적정 월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서울 원룸 적정 월세와 실제 거래되는 월세는 17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설문조사에서는 ‘보증금 1000만 원’, ‘신축’, ‘풀옵션’을 갖춘 방을 기준으로, 대학생들에게 적정 월세가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해당 문항에 대학생 절반이 △30만원 이상~40만원 미만(49.4%)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어 △30만원 미만(26.4%) △40만원 이상~50만원 미만(18.5%) △50만원 이상~60만원 미만(4.8%) 순이었다. 

다방이 발표한 9월 임대시세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원룸 월세는 47만원이다.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적정 월세와는 최대 17만원, 적게 보더라도 7만원 정도 차이가 있다. 건국대(45만 원), 고려대(42만 원), 연세대(46만 원), 중앙대(42만 원), 홍익대(47만 원) 등 서울 주요 대학가의 평균 월세가 지난달에 비해 2만원 가량 하락했지만, 여전히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적정 월세를 크게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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