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시즌이다. 대학들은 금번 대학입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번 입시 결과가 내년,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서 한번 미달되면 계속 어려워지는 입시 현장의 고통이 읽혀진다. 특히 내년도 3주기 기본역량진단에서 신입생충원율 지표 비중이 커짐으로써 신입생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학령인구 감소 파고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을 쓸어버릴 것이란 예상이 오래전부터 돌았는데 요즈음 와서 더욱 실감난다. 지난 9월 23일 끝난 일반대 수시모집 결과와 10월 13일 끝난 전문대 수시1차모집 결과가 그런 예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한 입시 전문기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1학년도 일반대 수시모집 경쟁률이 6대 1에 못 미친 5.6대 1에 그쳤다고 한다. 수험생 1명이 6회 지원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사실상 미달을 의미한다. 

6대 1 미만인 대학 대부분이 지방대학이다. 지역별로 경북지역에서 15곳, 전남지역에서 9곳의 대학이 해당된다. 사실상 미충원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쟁률 3대 1 미만인 대학은 전년도 10곳에서 14곳으로 4곳 증가했고, 1대 1에도 못 미치는 곳이 2곳에서 4곳으로 늘어났다.  

전문대학 수시모집 결과는 더욱 비관적이다. 속속 발표되는 지역별 전문대학 수시모집 결과는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지난해보다 뚝 떨어진 지원율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수시 2차와 정시 기회가 남아 있지만 이미 진학생들이 수시 1차에 대부분 진로를 정한 상태에서 나머지 인원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많은 대학들이 학생모집에 급급하고 있지만 일부 대학은 예외다. 일명 명문대학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학생이 몰렸다. 올해 전국대학 수시 경쟁률은 전년(9.07대 1) 대비 0.97% 하락했으나 세칭 명문대인 연세대와 고려대는 전년 대비 경쟁률이 각각 1.1%씩 상승했다. 

잘 나가는 대학에 대한 수요는 학령인구 감소와 상관없이 여전히 높다. 전문대학 경우도 대학내 학과간 수시모집율 편차가 심한데 특히 보건의료계열 학과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덧 대학은 ‘충원형’대학과 ‘선발형’대학으로 나눠지게 됐다. ‘선발형’ 대학은 물론 ‘충원형’대학에서도 경쟁률이 높은 학과들이 있어 대입전형 절차의 공정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공정성 확보와 관련, 지난해 조국사태가 떠오른다. 조국사태는 ‘조로남불’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어로 만들며 대학 입시전형의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줬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입시현장에서 발휘되는 ‘끈’과 ‘연’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벌인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에 많은 시민들이 공분을 느낀 것은 물론이다.

대입이 ‘가진자’와 ‘아는자’들의 교할한 책략과 무도한 힘이 작용하는 무법천지가 된다면 이 사회에서 정의와 공정은 헛된 구호에 그칠 것이다. 더 이상 입시에서 ‘아빠찬스’ ‘엄마찬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방지장치를 더욱 엄격히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공정성 조치는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임기응변적인 것이 많았다. 지난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주요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후속 특정감사(대학)’ 결과는 대학내 입시관련 사무에서도 더욱 엄정한 제도장치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번 조국사태가 우리사회 상류층 인사들이 그들의 ‘연’을 이용하여 어떻게 자녀 입학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단면을 보여줬다면 이번 감사결과는 입시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는 대학 내부 인사들이 자기자녀를 위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금번 감사결과 발표로 일부 대학들이 대학 입학전형 시 절차, 규정, 평가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고 학종 평가과정에서의 불공정한 행위를 저질렀음이 드러났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부모 직업을 기재하고도 문제없음으로 처리했고, 자녀가 시험을 보는데도 입학 관련 업무에 참여하는 등 회피 또는 제척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대입전형에서 회피제척시스템은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엄정성을 확보하는 데 제일 중요한 장치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자기자녀가 논술전형에 지원했음에도 채점위원으로 참여하는 일이 생겼고, 논술우수전형에 교직원 자녀 4명이 지원한 사실을 알고도 해당 교직원을 시험감독으로 위촉한 일도 있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입시판은 ‘내우외환’에 처해 있다. 대학 안팎에서 벌어지는 입시제도 공정성 훼손행위에 대한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판이다. 더 이상 입시 관련 부정비리만이라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대학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각성을 촉구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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