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캠퍼스 구축, 원격 수업 강화, 공유대학 모델 등 ‘속속 등장’
기관·기업 기댄 사업에서 대학 주도 사업으로 ‘변화’
숭실대 AI플랫폼 기반 캠퍼스 전환, 연세대 카카오와 스마트캠 공동 구축

숭실대가 지난 7일 온라인 AI 비전선포식을 열고 ‘스마트 캠퍼스’를 포함한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은 A비I 전선포식에서 SK 김윤 CTO가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숭실대 제공)
숭실대가 지난 7일 온라인 AI 비전선포식을 열고 ‘스마트 캠퍼스’를 포함한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은 A비I 전선포식에서 SK 김윤 CTO가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숭실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올 초 유례없이 몰아친 바이러스의 습격은 사회 뿐 아니라 대학 내 시스템도 마비시키기 충분했다. 코로나19 전염 위험으로 오프라인 수업이 불가능해지자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온라인 수업을 개설하는데 급급했다. 다급한 시도들은 문제로 이어졌다. 곳곳에서 서버다운, 부실 강의 등의 문제가 촉발됐다. 현장 교육이라는 전통적인 대학 기능이 상실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육 환경 변화는 가속화 됐다.

본지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코로나19로 촉발된 교육 환경의 대전환에 대해 짚어봤다. 스마트캠퍼스, 공유대학, 100% 원격수업 등 이미 존재했지만, 그간 집중 조명을 받지는 못했던 교육 환경 변화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캠퍼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최적화 된 ‘미래형 캠퍼스’로 손꼽힌다. 

■‘최신 기술 접목’ 스마트 캠퍼스 바람 = 스마트 캠퍼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 기술인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인 가상의 캠퍼스를 말한다. 

국내에도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행정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캠퍼스가 이미 등장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부 시스템이 아니라 학교 시스템 전체를 ICT에 기반한 스마트 캠퍼스로 확대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전면 선언한 대학도 있다. 숭실대는 최근 AI비전선포식을 열고, AI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캠퍼스로의 대전환을 발표했다. 숭실대의 스마트 캠퍼스에서는 AI가 핵심 역할을 한다. 인프라·서비스·클라우드를 AI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이 스마트 캠퍼스 조성의 첫 시작이다. 교육정보·학사정보·교과정보·취업정보를 총 망라하는 시스템 구축이 스마트 캠퍼스의 목표다. 여기에 ‘숭실 데이터댐’도 구축한다. 정수환 AI융합연구원장은 “AI연구와 AI교육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AI기술을 융합해 산업 전반에 협력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연세대도 스마트 캠퍼스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올해 7월 연세대는 ㈜카카오와 함께 ‘스마트 캠퍼스 구축 및 공동 사업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동으로 추진하는 스마트 캠퍼스의 첫 번째 사업은 2학기부터 실시되는 채플과 대학교회 예배 실시간 스트리밍이다.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신입생 환영회와 동문 멘토링도 온라인을 통해 연다. 입시·행정·연구 등 교내 주요 업무 시스템도 카카오의 최신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행정 서비스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열린 숭실대 AI비전선포식. (사진= 숭실대 제공)
온라인으로 열린 숭실대 AI비전선포식. (사진= 숭실대 제공)

■해외 사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 캠퍼스 ‘태동’…더 큰 범위로 확장 단계 = 이미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 캠퍼스가 태동했으며, 이후 다양한 형식으로 진화했다. MIT에서 시작된 스마트 캠퍼스의 초기 모델은 단순했다. 대학의 강의를 온라인 형태로 개방하거나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사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과 연구는 물론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까지 총괄하는 통합시스템으로 확장됐다.

재작년 발표된 ‘학습자중심 스마트 캠퍼스 교육-생활-연구 플랫폼’ 논문에서는 이탈리아 트렌토대 사례가 소개됐다. 트렌토대의 스마트 캠퍼스는 리빙랩 형태를 띤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하고 열린 혁신 생태시스템을 추구하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캠퍼스 내 학생들과 외부기관과의 상호보완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캠퍼스를 대학공간에서 지역사회로 더욱 넓힌 것이다. 트렌토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서비스와 응용 프로그램 △지식 양성하기 △공동체 강화하기 등이 있다.

2013년 스마트 캠퍼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프랑스 툴루즈대는 스마트 캠퍼스를 ‘에코 시티’ 개념으로까지 확장시켰다. 대학의 독자적 생존 대신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목표를 스마트 캠퍼스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툴루즈대는 △협력 WIFI △오픈 데이터 플랫폼 △에코 시티즌십 △생물 다양성 등의 구체적 응용서비스를 실현했다.

교육과 기후·환경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어 보이지만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언제든 예측 불가능한 재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15일 열린 본지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유종일 KDI 교수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판 뉴딜과 대학의 역할’에서 대학 스스로의 디지털·그린 전환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툴루즈대의 스마트 캠퍼스는 국내 대학들이 참고해 볼만한 사례다.

■스마트 캠퍼스 ‘능사는 아냐’…사용자와 상호작용 중요 = 물론 디지털 선진화와 그린 뉴딜을 주창하는 스마트 캠퍼스가 미래 교육의 정답은 아니다. 한계도 존재한다. 특히 국내 스마트 캠퍼스 정책은 정부 정책 주도로 실행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이 주도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지원을 받으면 이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각종 ‘스마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름은 다르지만 ‘스마트 사업’, ‘스마트 워크’ 등등으로 불리는 이런 사업들은 정부·기업 지원에 반짝 힘입어 진행된 사례가 많다.

지원·홍보로 점철된 그간의 ‘스마트’ 관련 정책은 기술 구현만을 강조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 캠퍼스는 모바일 결제, 모바일 도서관, 전자 출결 등 시스템 온라인화에만 집중한다.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활동 전반에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스템 불안정으로 사용자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문제도 있다. 스마트 캠퍼스는 기능 구현 이후에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과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자들은 △기술중심주의 접근 문제 △학습자 규율 강화 문제 △학습자의 역할 전환 패러다임 등을 스마트 캠퍼스의 한계로 제시했다. 스마트 캠퍼스와 사용자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형식적인 정보제공, 취업·학사 안내 등이 온라인이나 모바일이로 이뤄진다고 해서 스마트 캠퍼스라 칭하는 것은 기존 온라인 학사관리 시스템과 다를 바가 없다. 대학 공동체를 아우르는 비전과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9월 9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부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달 9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유은혜 부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격수업 확대, 공유대학 등 ‘변화 예고’ = 다만 교육의 대전환 시대를 맞이한 최근에는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스마트 캠퍼스 등을 비롯한 지금의 교육 환경 변화는 대학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과 차이가 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반대 원격수업 전면 허용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9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방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원격수업이 일상화되면서 그간 적용해 온 일반대 원격수업 개설 20% 상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반대의 숙원 사업이었던 원격수업 비율 제한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 것이다. 

이미 각 대학은 2학기까지 대부분의 이론 강의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대학의 재량에 따라 수업의 형태를 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대학들은 이러닝(e-learning) 시스템을 확대하는 등 원격수업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대에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을 허용하는 데 더해 온라인을 통한 대학 공동 학위 운영도 가능하게 됐다. 원격수업과 온라인 석사학위 과정은 국내에서 그간 사이버대에만 허용돼 왔다. 한양대는 내달 온라인 중심 인공지능 융합 석사과정을 개설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

공유대학 역시 새롭게 바뀌는 교육 환경의 변화 중 하나다. 충청지역의 국립대가 모인 ‘충청권 국립대학 간 클라우드 기반 자원공유시스템’은 3단계 순차 구축을 목표로 한다. 1단계는 기존 대학 간 학점교류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2단계에서는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전제 하에 대학이 보유한 연구장비나 시설, 인적자원 등의 인프라를 공유한다. 고도화 단계인 3단계에서는 △대학 간 비대면 교육환경 연계 △통합 메세징 시스템 고도화 △모바일 학생증 통합 발급 등 교육지원 부가시스템 고도화까지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달 부산지역에서는 6개 대학이 공유대학 MOU 체결에 뜻을 모으기도 했다. 6개 대학이 공동 운영하는 창업 과정을 개설하고, 최종적으로는 공동 AI융합 학과를 개설할 계획이다. 공유대학 체결에 대해 신동석 동명대 LINC+ 사업단장은 “경쟁보다는 상생에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이 주도적으로 진행해 온 사업”이라면서 “코로나19가 족쇄를 풀어줄 해결책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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