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대학 속출…폐교 대기 대학도, ‘부정비리’ 문제 주원인
학령인구 감소 상당, 대학 운영 어려움…폐교대학 수 급증 가능성 높아
명문대 위주 ‘대학구조조정’ 문제…지방대와 전문대 몰락 가속화 유도
전체 대학 일정비율 정원 감축 등 ‘고통 분담’ 차원 정책 전환 필요해

서해대 내부 강의실 앞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서해대 내부 강의실 앞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올해에도 문을 닫는 대학이 나오며 ‘폐교대학 사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안으로 제시돼 온 정책들은 가동될 기미가 없다. 학생 수 감소가 대학 폐교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정책적 대비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 지 오래지만, 준비가 부족했다. 지역대학 몰락 가속화가 목전으로 다가온 지금 ‘지역균형발전’을 염두에 둔 정책이 ‘해법’으로 떠오른다. 지방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대학 정원 조정과 정부재정지원은 ‘균형’을 우선적인 가치로 삼아야 한다. 

■교육 대전환 시대, 학생 수 감소로 줄줄이 문 닫는 대학들 = 올해도 대학 폐교는 ‘현재 진행형’이다. 8월 31일 또 하나의 대학이 폐교됐다. 교육부가 동부산대학교를 경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설봉학원에 대해 대학 폐쇄명령을 내렸다.

심지어 폐교를 기다리는 중인 대학도 존재한다. 군산시 소재 전문대학인 서해대학이 그 주인공이다. 이중학 전 이사장이 학교 돈 146억원을 횡령하면서 재정난에 직면한 서해대는 올해 3월 교육부에 자진폐교를 신청했다. 교육부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서해대가 놓인 처지는 동부산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본래 동부산대는 서해대와 마찬가지로 자진폐교를 신청했다. 하지만, 횡령 등으로 사학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것이기에 교육부가 자진 폐교를 허가하지 않았다. 자진 폐교를 허락받지 못한 동부산대가 끝내 폐쇄명령을 받았듯 대학 구성원 모두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서해대도 결국 동부산대의 전철을 따라 폐교 수순을 밟게 될 것임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동부산대의 폐교와 서해대의 자진폐교 신청은 2018년 2월 한중대학교(광희학원)‧대구외국어대학교(경북교육재단)‧서남대학교(서남학원)‧대구미래대학교(애광학원)가 줄줄이 폐교된 것에 이어 2년 여 만의 일이다. 대학 폐교 사례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사례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현재까지 문을 닫은 대학은 동부산대를 포함해 총 17곳이다. 동부산대, 서해대와 마찬가지로 이들 대학의 폐교 사유는 주로 부정 비리 문제였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13일 내놓은 ‘폐교대학의 관리와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 자료집은 17개 대학의 폐교 사유로 △설립자의 비리 문제(광주예술대·서남대 등) △회계 부정(아시아대·명신대·선교청대·한중대·성화대·동부산대 등) △부적절한 학사운영(명신대·선교청대·국제문화대학원대·성화대·벽성대·건동대 등) 등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폐교대학 문제는 곧 대학 운영상의 문제로 다뤄졌다.

■달라지는 양상, 학령인구 감소 ‘폐교 원인 급부상’ = 앞으로가 문제다. 향후 폐교대학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폐교대학 17개교의 사례 대부분이 그렇듯 대학 내 부정비리 문제가 학생 수 감소 여파와 합쳐져 재정난을 가중시킨 것이 주된 폐교 원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학의 부정비리보다 학생 수 감소가 직접적인 폐교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 정도가 상당하며, 사회 전체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폐교대학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 운영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대학이 통제할 수 없는 학생 수 문제가 발목을 잡아 폐교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 연구원은 “앞으로는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 운영상의 어려움을 불러 일으킬 것이며, 폐교의 주된 원인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대학이 폐교된 원인은 설립자나 경영자의 부정비리가 가장 컸다. 또한 이들 대학이 지방 소규모대학이라 교비 횡령이 일어나면 복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했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선례로는 대구미래대학교를 들 수 있다. 2018년 2월 28일자로 문을 닫은 대구미래대는 전문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자진 폐교를 신청해 교육부가 이를 인가한 사례다. 교육부가 자진 폐교를 승인한 것은 대구미래대가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E등급 대학(상시컨설팅 대학)이 되면서 신입생 충원율(34.8%)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그 결과 임금체불 등 재정난이 심화돼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될수록 대구미래대와 같은 사유로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대·전문대학 몰락 가속화 기본역량진단, 정책 방향 선회해야 = 전문가들은 폐교 문제를 바라보며,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현재 실시 중인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시장논리가 강화된 정책으로 지방대와 전문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대학: 담론과 쟁점’ 편집인인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방 소재 대학과 대학 서열화 하위에 있는 전문대학이 가장 먼저 폐교에 내몰릴 것”이라며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은 소위 수도권 ‘명문대’에 몰려 있다. 상대적으로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 중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학생들이 얼마나 그 대학에 오는지에 집중한다. 지방대와 전문대학의 몰락 위험을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는 ‘고통 분담’이 언급된다. 임 연구원은 “현재 대학 구조조정 방식은 지방 대학에 매우 불리하다”며 “몇몇 대학만 정원을 감축하는 방식이 아닌 전체 대학이 일정 비율 정원을 감축, 학생들이 지방대에 가도록 유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교연은 7월 발간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통해 저성장이 수도권보다 지방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교연은 2017년 기준 GRDP(지역내총생산)의 51%, 사업체 수의 47%, 취업자 수의 50%, 연구개발투자비의 69%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돼있어 경제활동 기반도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진단했다.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 기재부가 생각 달리해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도미노’ 폐교 사태가 예측되는 상황지만, 정책 추진은 지지부진하다. 폐교대학과 관련해 대학의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는 공영형 사립대학 도입,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 폐교대학 청산 지원과 사립대학의 자발적 퇴로 마련 정책 등이 논의됐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된 방안은 없다. 예산확보에 실패했거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추진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만 되고 있는 정책들이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들은 산적해 있다.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폐교대학의 재산 청산 문제 관련 지원책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올해 3월 정부가 사립학교법과 한국사학진흥재단법을 개정함으로써 사학진흥재단이 폐교대학 재산 청산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됐지만, 폐교대학 교직원의 밀린 임금을 지원하는 사업 추진 예산이 기획재정부 예산 심사 단계에서 전액 삭감됐다.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도 번번이 예산 확보에 실패하며, 현재는 상지대·조선대·평택대를 대상으로 한 정책연구만 진행 중이다. 기재부가 사립대학에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생기는 일이다.

윤지관 교수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영형 사립대학과 같은 사립대학 관련 예산 지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기회 제공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기재부가 사학 예산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방대와 전문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다르다”며, “사립대 지원이 아닌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것이며, 사회 중간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자 사회 계층적 약자들이 주로 진학하는 전문대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중하위 계층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살려야 하는 대학들을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법제화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이는 대학가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임 연구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지역 경쟁력 약화를 막는 국가균형발전의 연장선에서 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재정 위기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지방대학은 붕괴되며,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지향하는 국가균형발전과 거리가 먼 방향”이라는 것이다. “학생 수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와 직결된다. 등록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몇 개 대학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대학 전체를 고르게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사립대학 지원은 곧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임 연구원은 “우리나라처럼 사립대학이 많거나 등록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세계적으로 봐도 드문 사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이 국립으로 운영된다. 사립으로 운영되는 경우에도 정부 지원이 많이 이뤄지는 구조”라며 “개인이 고등교육 비용을 부담하도록 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교육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사립대학 지원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에 대해서는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8월 13일 열린 본지 주최 ‘2020 UCN 프레지던트 서밋(이하 서밋)’에서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물론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위해서는 무너진 사학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임 연구원은 “대학 스스로 이사회, 대학 경영에 친인척을 개입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결산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시해 대학 구성원은 물론 외부에서도 이를 확인해 재정 건전성을 진단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자진 폐교 대학에게 ‘퇴로’ 열어줘야 = 시급한 문제인 자진 폐교 관련 스스로 폐교를 희망하는 경우 대학 설립자들이 잔여 재산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자진 퇴로 마련’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대학 폐교 사태를 만든 책임자에게 재산을 돌려주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에 수면 위로 쉽사리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영상대학교의 설립자이자 총장이기도 한 유재원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회장은 “대학 설립자들은 국가의 산업 발전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로 대학을 설립했던 교육자들이다. 대학 운영을 어렵게 하는 규제와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로 사학 경영의 어려움이 크다”며 “큰 뜻을 위해 재산을 내놓은 것인데, 대학 경영의 어려움을 느껴 폐교를 결정한다면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출구전략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문을 닫고자 하거나 다른 법인으로 전환하기를 희망하는 대학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어떻게 보상할 것이고,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퇴로 마련 방안을 계속 논의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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