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험, AI역량 검사, 화상 면접 도입 … 코로나19로 위축된 채용 시장 활기
대학가 'AI·VR 면접 시스템' 구축, '화상 특강' 진행 등 비대면 취업 지원 활발
"뉴노멀 시대… 청년 취업 위기 극복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 확대시켜 나갈 것"

호서대 AI/VR 면접시스템은 기업과 직무 특성에 따라 면접환경을 다르게 구현해서 제공한다. 면접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는 호서대 학생들. (사진=호서대 제공)
호서대 AI·VR 면접시스템은 기업과 직무 특성에 따라 면접환경을 다르게 구현해서 제공한다. 면접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는 호서대 학생들. (사진=호서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에 고용 자체가 미뤄지거나 멈추지 않을까 걱정했던 취업준비생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얼어붙은 채용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시험에 더해 온라인 비대면 시험이 채용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시험 방법이 다변화 되는 추세에 발맞춰 대학들도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학생들의 취업 조력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전통의 ‘필기고사’부터 최신 ‘AI인적성’까지 = 일반적으로 채용시험은 10월과 11월 사이가 ‘피크’다. 서류접수를 시작으로 서류평가 결과가 나오는 10월과 11월에 대규모 필기시험이 실시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심각 단계에 이르면서 서류평가 이후 시험을 치르는 방식 중 ‘고사실 시험’을 기업들이 꺼리게 됐다. 

삼성·LG·SK·KT·CJ·포스코·롯데·신세계·현대 등 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신입공채 인적성 시험 형태가 다양해졌다. 본지 취업선호도 조사결과 1위에 오른 삼성은 5월 상반기 공채에서 ‘삼성 고시’라고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시행한 바 있다. 하반기에도 동일한 온라인 방식으로 시험이 진행됐다. 삼성은 GSAT 응시자 키트를 응시자에게 발송하며,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대 5년간 응시를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수시채용으로 방식을 전환한 LG도 인적성 검사 형태를 온라인으로 바꿔 지난달 계열사별 시험을 시행했다.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 시험 감독관들이 실시간으로 응시생들을 원격 감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 시험 감독관들이 실시간으로 응시생들을 원격 감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모든 기업이 온라인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니다. SK와 KT는 오프라인 필기고사를 실시했다. SK는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필기전형 SK종합역량검사(SKCT)를 세종대와 서경대를 빌려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하반기에는 세종대, 경기대 서울캠, 경기고, 성동공고 등 네 곳에서 시험을 치러 안전거리를 더 확보했다. 응시자들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시험 중 장갑·마스크를 착용하고, 좌석 간 2미터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시험에 응시했다. 이후 면접은 SK E&S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모두 화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인택트(인터랙티브+언택트)’ 면접을 시행한다. 언택트 방식을 유지하되 영상통화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대화형’ 면접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채용시험의 최신 트렌드는 ‘AI역량면접’이다. GS주요 계열사, 현대오일뱅크, 현대카드, 한국투자증권, 포스코, 동원 등 주요 기업들이 AI역량검사로 필기시험을 대체한다. AI역량검사  업체인 마이다스인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AI역량검사를 사용한 기업이 지난해 300개에서 390여 개로 1.3배 늘었다. 반면 CJ나 신세계처럼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인턴십 형태로 수험생을 평가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어 다양한 형태의 채용 문화가 형성되는 추세다. 

■채용 소식 고맙지만 수험생 부담 커 =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채용시장이 기업들의 다양한 응대를 통해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어느 기업에 어떤 직문으로 지원할지만 정하면, 비슷한 방식의 필기와 대면면접 위주 채용이 이뤄졌기에 ‘시험 대비’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화상 시험, 온라인 인적성, AI면접 등이 도입되면서 시험 준비 부담이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학교 커뮤니티에는 “AI면접에서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AI면접 도중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화면이 멈췄다. 떨어질 것 같다”, “AI면접 모의고사를 치려면 사비를 들여야 한다” 등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비대면 시스템 활성화로 AI 면접이 확산되고 있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 중 60.2%는 AI를 활용한 채용 전형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지원자는 “자취 중인 원룸이 조용하다고 생각했는데 밖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며 “시험 도중에는 화면이 꺼져 당황했다”고 경험을 말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AI면접 체험’, ‘온라인 시험 특강’, ‘공간제공’ 등 적극 지원 = 채용형태 변화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이 나섰다. 호서대는 지난해 9월부터 가상체험 AI·VR 면접실을 구축해 운영에 들어갔다. 호서대 AI·VR 면접시스템은 기업과 직무 특성에 따라 면접환경을 다르게 구현하는 등 직무별 면접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온라인 시험 경험이 전무한 학생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사례다.

면접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다. 가상 면접관이 답변 내용에 반응해 목소리 크기, 시선 처리, 답변 길이와 속도 등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방식이기에 실시간 피드백을 할 수 있다고 호서대는 설명했다. 호서대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면접실을 개방하기도 했다.

안진호 호서대 인재개발처장은 “학생들이 온라인 인터뷰 환경에 친숙하게 해주는 것이 학교로서는 최선”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AI면접이 많이 늘었다. AI면접을 경험하게 해주고 취업 지원 전문가를 배치해 상담을 하는 형태로 취업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숙명여대는 AI 솔루션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들을 지원하는 중이다. 숙명여대 대학 일자리센터는 재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온라인으로 AI 자기소개서 분석, AI 면접, 역량검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취업프로그램을 올해 4월 도입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교내 학생경력관리포털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첨삭을 받고, 모의 AI 면접 진행 후에는 면접역량과 응시자 전체 점수분포, 필요역량 등이 포함된 면접 분석결과도 받아볼 수 있다.

강혜성 숙명여대 인재개발센터 대리는 “학생들에게 면접 스킬 등을 알려주고 싶어도 오프라인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했다”고 했다. 일종의 ‘체험형 교육’이며, 채용 일정이 다가올수록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추세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동대 'AI 면접 솔루션' 모집 공고 (사진=한동대 제공)
한동대 'AI 면접 솔루션' 모집 공고 (사진=한동대 제공)

한동대 경력개발팀은 ‘AI 면접 솔루션’ 특강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실제 치러지는 면접평가·성향평가·AI게임 등을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줌(ZOOM)을 이용했음에도 학생들이 적극 참여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김나영 한동대 경력개발팀 과장은 “학생들이 기계로 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해 낯섦과 거부감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었다”라며 “IQ테스트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는 일부 항목에 많이 긴장하는 학생들을 봤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학교에서 실습을 반복하면 기계가 어떻게 사람을 인식하는지 알 수 있고, 본인도 요령이 생겨 (면접 준비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강대는 AI면접 대비와 더불어 학생들에게 온라인 시험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대여’에 나섰다. 외부의 방해가 없는 완벽한 면접환경을 조성하는 데 곤욕을 치르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원경 서강대 취업지원관은 “거주 공간에서 시험을 보기 어려운 학생들이 학교에서 조용히 응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사전 예약을 통해서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다"고 안내했다. 특히 물리적인 네트워크 불안정으로 시험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공간 대여를 적극 권장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지원관은 “채용프로세스는 회사에서 정하지만, 시험 준비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 돼버린 경우가 많다”며 “삼성이나 SK처럼 면접 키트를 마련해 장비를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최신 컴퓨터를 구비해야 하는 압박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지금의 AI는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다’를 알려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학생들이 답답해 하는 이유다. AI를 채용에 도입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신뢰성도 높이 평가할 수 없다”며 “AI면접을 채택한 기업들이 공정하고 신뢰도 높은 채용을 위해 다양한 보완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도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취업역량 지원방법을 고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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