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5개 大 창업 강좌 수 평균 100개
대학 창업 교육 시스템 구축 확대 추세
정부, 창업·벤처 활성화 적극 지원
창업 필드 발판 위한 교육 역할 중요

코로나19와 취업난 속에서 대학 창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코로나19와 취업난 속에서 대학 창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과거 ‘창업’은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 처럼 느껴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의 확산은 취업난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대학 내 창업 교육이 활기를 띠고 있다.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충족시키고, 창업을 어렵게 여기는 학생들을 돕기 대학들이 나섰다. 대학마다 창업 교육 시스템을 기획하고, 학생들에게 창업공간과 재원지원, 창업 캠프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생 창업’ 위상 높아진 시대, 교육부터 실제 창업까지 지원하는 대학 = 대학 본연의 기능은 ‘교육’이다. 창업 관련 교육도 예외일 수는 없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창업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창업 공간과 시설 장비와 같은 창업 인프라도 확대하는 추세다. 

대학알리미가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료를 모아 6월 30일에 공시한 ‘창업 교육 지원 현황’에서 상위 15개 대학창업 강좌 수 평균은 100개였다. 유정호 광운대 산학협력단장은 “대학공시자료 집계에서 교수창업 부분뿐만 아니라 학생창업 부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생창업의 중요성이 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유 단장은 “이런 흐름이 결국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이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창업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창업 공간과 시설 장비 같은 창업 인프라도 확대하는 추세다.

올해 진행된 성공 한양대 'CEO 오픈클래스 특강'에서 신혜성 Wadiz 대표가 초청 CEO로 연단에 섰다. (사진=한양대 제공)
올해 진행된 성공 한양대 'CEO 오픈클래스 특강'에서 신혜성 Wadiz 대표가 초청 CEO로 연단에 섰다. (사진=한양대 제공)

대학마다 강좌 명칭은 다르지만 창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창업 기초 강좌’와 창업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창업 특강’은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기초적인 이론이 갖춰지면 ‘창업 해커톤’ 프로그램을 통해서 직접 창업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실습 강좌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창업 아이디어의 수익 창출 가능성이 보이면, 해당 학생이나 동아리는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을 받아 실제 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고려대의 경우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하며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종성 고려대 크림슨창업지원단 팀장은 “학생들은 ‘스타트업 캠퍼스 CED 2.0’으로 창업에 대한 기본 마인드를 다지고, ‘스타트업글로벌 시장진출 전략’, ‘지식재산과 가치평가’ 등으로 세분화된 전공연계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현장실습 인턴십에 참여하거나 학생이 재학 중 창업에 성공하면 총 9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 궤도에 올린 패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모예’의 대표 송하윤(한양대 의류학과3)씨는 “이전에 혼자 ‘장사’를 해봤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창업과 기업’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됐다”며 “아이디어의 혁신성이나 가치창출은 ‘교육’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단발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대학이 아니면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대학이 필드로 나가게 하는 발판이자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모예는 직원 12명이 합심한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고려대는 초기 창업 단계에서 공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파이빌'(π-ville)을 제작해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공간은 성북구 인촌로 99-16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제공)
고려대는 초기 창업 단계에서 공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파이빌'(π-ville)을 제작해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공간은 성북구 인촌로 99-16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제공)

■정부·지자체도 대학에 사업 지원하며 ‘창업 인재’ 키우기에 나서 = 정부와 지자체에서 만든 여러 사업이 활발히 이뤄진 덕분에 대학 창업 재정도 많이 확보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창업인재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도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신산업과 벤처창업 등에 혁신모험자금을 집중 공급하고, 혁신제품의 초기 판로 확보를 위한 공공구매를 확대하겠다. 창업과 벤처 활성화를 위해 규제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의 성과를 더욱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대상은 대학생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예비창업패키지(예창패)'는 혁신적인 기술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예비 창업자의 원활한 사업화를 위해 사업화 자금과 교육,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예비창업기업으로 인정만 받으면 지원받을 수 있다. 후속 사업인 ‘초기창업패키지(초창패)'의 경우 3년 미만의 초기창업기업의 창업사업화와 고도화,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3년 미만 창업 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예창패와 초창패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협업부처인 교육부와 주관기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할당된 예창패 경쟁률은 29.1대1, 초창패는 5.9대1 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양대의 경우, 한양대가 선정한 예창패 기업 61개 중 학생기업은 10개(16%)고, 초창패 기업 28개 중 학생기업은 4개 기업(14%)이다. 이 밖에도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구 스타트업 펀딩사업’ 등 지역특화형 창업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7호선 숭실대역사 안에 마련된 서울시창업카페 공간을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허정윤 기자)
7호선 숭실대역사 안에 마련된 서울시창업카페 공간을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허정윤 기자)

■실제 창업은 소수, 창업 교육은 실효성이 있을까 = 일부에서는 대학 창업 교육이 ‘교육을 위한 교육’은 아닌지, 취업을 못 시켜주니 창업으로 학생들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학생 창업 수와 학생 창업 기업을 통한 수익은 해마다 증가 추세지만, 창업을 했을 때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은 “‘창업 성공’에 이르지 못해도 창업 교육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자영 숭실대 창업협력단장은 “창업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지금 당장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창업에 도전할 때 실패율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 활동 자체가 인간 본능인 ‘잘 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고도 말했다. 창업 활동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높은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류창완 한양대 창업지원단장도 “당장 창업하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기업에 취직했다가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창업하면 된다. 대학 시절 창업 교육을 받았던 사람과 안 받은 사람의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양대 출신 창업가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창업을 시도한 학생들은 능동적으로 일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능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 교육을 받고, 실제로 도전하면서 실패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법을 배우는 것 자체가 창업의 첫걸음”이라며 창업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조각조각’ 나 있는 정부 사업, 일정 부분 일원화 필요해 = 올해 창업에 관한 정부 지원은 1조4517억원 규모로, 지난해 1조1181억원에 비해 3336억원(29.8%)이 늘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하지만 사업의 소관 부처나 전담 주관기관도 제각각이고, 사업도 사용 분야에 따라 금액이 과도하게 쪼개져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자영 단장은 “창업 지원은 벤처창업이 태동했던 1990년대 후반 때에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창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그만큼 발전했는지 고민해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허준 고려대 산학협력단장은 “‘투자만 많이 하면 창업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대학에 성과를 재촉하는데, 이는 ‘반짝 성공’하는 기업을 만들 수는 있어도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정호 단장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하는 여러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일관성 있게 다듬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복수혜 등의 폐해도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특히 창업 인프라를 지원하는 사업의 경우, 특정 대학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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