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따른 대입제도 검토
유 부총리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개편된 대입제도 발표”
논·서술형 검토 유력…수능 2회 실시, 절대평가 제안도
교육부, 당장 수능확대, 학생부 공정성 강화부터 실시

올해 9월 모평의 특징은 전체 지원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에서도 늘어난 N수생, 수학(나)+사탐을 선택한 '문과' 수험생 비율 증가로 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실시된 2019학년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2019학년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현 초5가 적용받는 2028학년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 논의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교육부는 최근 열린 제18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2028년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내년 2분기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됨에 따라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2028학년 대입제도 관련 기본방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엇박자를 내지 않고,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논술형 수능 도입 등 미래형 수능체계를 포함해 대입 제도 전반을 검토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도 교육청, 관련 기관, 앞으로 생길 국가교육위원회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 현 정부 임기 내에 2028학년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4년 예고제에 따라 2028학년 대입개편안 법정 공표기한은 2024년 2월까지다. (다만) 중요성을 감안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각종 검토사항 분석에 착수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느 한 쪽만 바뀌는 경우 학교교육과 대입이 따로 놀게 되며,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대입에 학교교육이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시점에 고교에 입학, 해당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에도 현행과 비슷한 대입제도가 유지된다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고교학점제란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는 제도다. 누적 학점이 기준치에 도달하면 졸업 자격을 얻는다. 지금은 고교학점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다. 현재 마이스터고 등 일부 고교유형이나 연구학교, 선도학교 등의 이름으로 일부 일반고에서 시범 운영 중인 고교학점제는 2025년부터 모든 고교로 확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2028학년 대입 논·서술형 도입되나 = 2028학년 대입 개편안은 고교교육을 대입에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공정성과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 구조 및 범위 △논서술형 등 미래형 수능체계 적용 가능성 △과거 대입개편 사례 분석 등 대입 전반을 검토한다.
 
대입 개편의 가장 핵심은 수능 체계 변화다. 교육부는 앞서 “중장기적으로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평가방식,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수능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새로운 수능체계는 평가방식부터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논·서술형 도입 방안도 흘러 나온다. 교육부는 “현행 객관식 평가로는 미래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 등 사회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교육비전과 이를 담아낼 새로운 수능체계가 필요하다”며 “논·서술형 유형을 포함해 미래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 

유 부총리는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객관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객관식·단답형 문항으로는 시대흐름에 맞는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총리의 객관식 문항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 놓고 보더라도 서술형 내지 논술형 문항 도입이 분명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정확도보다 공정성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해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능시험에 논·서술형 평가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에 대해 46%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평가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수능에 논·서술형 평가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다. 

다만 서술형 문항을 채점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마련돼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7년 ‘한국어 서답형(주관식) 문항 자동채점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자동채점 프로그램은 단어나 구 수준 답안을 100% 가까운 정확도로 채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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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는 제1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에 2028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착수한다고 밝혔다. (사진 = 교육부 제공)

■수능 2회 실시 제안도 나와 = 수능전형 시기·횟수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대입제도 개편안에 문제의식을 갖고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을 구성해 자체적인 연구활동을 진행, 지난해 말 <대입연구단 2차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담긴 대입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 선발이 아닌 자격시험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수능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으로 하고, A·B·C·D·E 등 5단계 절대평가를 적용하자는 것이 연구단의 구상이다.

수능 실시횟수를 7월과 12월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수험생들은 두 시험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으며, 졸업생은 무제한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수시와 정시는 하나로 통합한다. 최대 지원횟수는 6회로 현행과 동일하다. 전문대·산업대에는 제한 없이 복수 지원을 허용하는 것도 현행 제도와 같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경우 12월 수능 성적을 대입에 반영하는 것은 3월 입학 체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7월까지의 성적을 기반으로 대입전형을 진행하자고 연구단은 제안했다.

전형 간소화 흐름은 2028학년에도 계속 유지돼야 하는 것으로 연구단은 판단했다. 학생부전형, 교과전형, 수능전형, 실기전형으로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고, 대학별 전형방법도 2개 이하로 둔다. 예체능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실기전형은 실기고사를 필히 치를 수밖에 없는 전형 특성을 고려해 전형방법 수 산정에서 제외한다. 

보고서가 나온지 1년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2028학년 대입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참고될 만한 부분이 많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2028학년 대입이 먼 훗날의 일이라 받아들여져서인지 지난해 발표 당시 보고서에 쏠린 관심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고서가 다시금 각광받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대가 내놓은 2023학년 대입 개편안의 핵심내용인 교과평가가 이미 연구단 보고서를 통해 제시된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연구단은 수시, 서울대는 정시로 활용 시기에 차이가 있을뿐 교과 성취도와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반으로 교과학습발달상황을 평가하자는 방안은 연구단이 앞서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교육부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명확치 않다. 일단 교육부는 단기적인 방안들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내놓은 수능 위주 전형 40% 이상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확대 권고 대상인 서울 소재 16개 대학 중 벌써 9개 대학이 당초 교육부 권고보다 한 해 이른 2022학년부터 수능 전형을 40%로 확대했다. 교육부는 나머지 7개교에 대해서도 수능 위주 전형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대입 전형 단순화 흐름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활용해 대학들을 압박한 결과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된 특기자전형에 이어 논술전형 폐지도 꾸준히 유도할 계획이다. 

공정성 강화를 목적으로 내놓은 방안들은 시행 시기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추천서는 당장 내년 2022학년 입시부터 폐지하며, 사회경제적 배경 반영 우려가 있는 비교과 활동과 자기소개서는 2024학년도 입시부터 반영하지 않는다. 

이미 시행된 방안들도 있다. 전형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면접에만 적용하고 있는 출신 고교 블라인드 평가 범위를 서류평가까지 올해 확대했다. 평가기준은 사전에 공개하도록 했다. 

조훈희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수능을 어떻게 개편할지를 포함해서 대입 전반을 검토한다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주관해 정책연구 등을 실시, 차근차근 대입제도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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