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3급·시각장애1급 동급생 서로 의지하며 '졸업 꿈 이뤄'

“서로 의지하지 않았다면 아마 졸업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정신지체 장애 학생과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대학 4년 동안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학업을 계속한 결과 졸업장을 받게 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나사렛대 정신지체 3급의 이석복(24세/신디 전공) 군과 시각장애 1급의 채민형(24세/ 피아노 전공) 양. 이들은 지난 2002년 나사렛대 신학부 음악목회학과에 나란히 합격한 동급생으로, 오는 16일 함께 졸업 학사모를 쓰게 된다. 석복 군과 민형 양은 학과가 같았기 때문에 입학 초부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장애를 가진 몸으로 음악을 전공한다는 사실 때문에 두 사람은 더욱 친해졌고, 힘들 때마다 서로를 의지하며 학업과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석복 군은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민형 양을 위해 민형 양의 수업 시간표를 기억해두었다가 강의실 이동을 도와주었다. 점심시간이면 학교 식당에서 민형 양에게 식판을 갖다 주고 반찬 종류를 설명해주기도 했고,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연습실에 가서 함께 연습을 하는 등 대학 4년 동안 민형 양의 손과 발이 돼줬다. 또한 석복 군은 4년 동안 안양에서 통학을 했는데, 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 날이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서둘러 학교에 도착, 민형 양이 수업에 늦지 않도록 기숙사로 민형 양을 데리러 갔다고 한다. “석복이는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항상 제 옆에 있어 줬어요. 정말 순수하고 좋은 친구죠. 보이진 않지만 한 번도 찡그리지 않고 밝은 웃음으로 저를 대해 주었어요. 어렵고 지칠 때마다 석복이의 밝은 미소가 떠올랐고, 그 덕분에 대학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됐어요.” 민형 양 역시 수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석복 군을 위해 수업이 끝난 뒤 수업 내용을 다시 설명해주기도 하고, 과제를 챙겨주는 등 석복 군이 학업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계속 살피며 격려해주었다. “민형이는 제가 수업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몇 번이고 다시 설명해줬어요. 이론수업은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옆에서 계속 반복해서 설명해주니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과제도 놓칠 때가 종종 있었는데 항상 확인해줘서 제때 제출할 수 있었구요. 민형이의 도움이 없었으면 졸업은 힘들었을 거예요.” 석복 군과 민형 양은 지난해 학교 주최로 실시한 장애인 도우미 선발대회에서 모범적인 베스트짝꿍도우미로 선발되기도 했다. 베스트짝꿍도우미 선발대회는 장애에 대한 이해증진과 긍정적 인식개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함께하는 학내여건 조성을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석복 군은 생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고열과 폐렴 증상을 겪었고 불행하게도 정신지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석복 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일념으로 8살 때부터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석복 군은 그 이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유난히 웃음이 많고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하는 석복 군 뒤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석복 군의 어머니는 석복 군이 어릴 때부터 항상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돌보며 살라고 가르쳤다. 석복 군의 어머니는 지난해 학교에서 석복 군에게 지급한 장학금 전액을 어렵게 생활하는 교내 장애학생들에게 써 달라고 학교에 기부하기도 했다. 졸업을 앞둔 석복 군은 현재 경기지부 밀알선교단에서 매주마다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우들을 위해 반주를 하고 있으며, 안양 은혜와진리교회에서 청년부 예배 반주 봉사를 하고 있다. 석복 군은 “앞으로 선교 단체나 복지관 등에서 일하며 사람들에게 밝은 웃음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석복 군은 졸업식 날 4년 동안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에덴봉사상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민형 양은 7개월 만에 미숙아로 태아나 인큐베이터에 있는 동안 산소과다 공급으로 시각 장애를 갖게 됐다고 한다. 시각 장애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민형 양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그 열정이 결국 피아노를 치게 했다. 악보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연주를 듣고 따라하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 이어졌지만 피아노를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가능성도 키울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부족해요. 완벽한 사람은 없죠. 그래서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 해요. 서로 도우면서 살면 부족한 것도 채워지고,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고, 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어요. 4년 동안 친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깨닫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학교 때처럼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항상 마음속에 든든한 동반자로 남아있을 거에요.” 2006년 나사렛대의 졸업식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 석복 군과 민형 양 때문에 한층 빛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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