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 논문 논란, 국제적 이슈로 확실히 부상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진실성을 재검증하는 서울대의 조사에 보다 속도가 붙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조사위원회 구성에 들어간 서울대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한 탓이다.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미국 피츠버그대 섀튼 박사가 제1저자인 황 교수 등 모든 공저자들에게 논문 철회를 권고하는 한편 공동저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아예 빼 줄 것을 사이언스에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여기에 영국 에든버러대 이안 윌머트 교수 등 8명의 과학자가 황 교수의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논문 논란에 대해 국제 과학계의 자체 공동검증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서울대의 조사를 압박하고 있다. 비록 사이언스가 "어떤 저자도 그의 이름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는 없다"며 거부하기는 했지만, 특히 섀튼 박사의 초강수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황 교수팀의 논문 진위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불쑥 튀어나온 섀튼 박사의 이런 돌출 행동은 과학자로서는 비양심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최근의 논문 논란에서 완전히 선을 긋고 발을 빼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섀튼 박사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25명 저자 중에서 '교신 저자'로 25번째로 이름이 올라있다. 교신 저자(corresponding author)는 연구 논문 전체를 감독하며, 과학자로서는 엄청난 명예이지만 그 만큼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섀튼 박사는 자신이 소속된 피츠버그대를 통해 사이언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주말 (황교수팀) 실험에 관련된 누군가로부터 논문의 특정 요소들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접했다"며 "발표된 수치와 표들을 신중하게 재검토한 결과 논문의 정확성에 대한 실체적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런 의혹들을 피츠버그대 의대 학장에게 보고하고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피츠버그대 특별조사팀에서 이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로써 황 교수팀의 논문 논란은 이제 더 이상 국내 차원이 아닌 국제적인 이슈로 확실히 부각됐다. 문제는 피츠버그대의 향후 움직임이다. 피츠버그대측은 섀튼 박사가 보고한 의혹들과 논문 재검토 결과를 검증하고 적절한 시기에 조사가 끝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서울대보다 먼저 조사에 착수한 피츠버그대에서 논문 진위 여부가 먼저 규명돼 외국에서 먼저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츠버그대의 중간 조사결과가 언제 발표될 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봤을 때 이제 겨우 조사위원회 구성 단계에 머물고 있는 서울대보다 한발 앞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생명과학계 인사들은 정확한 재검증을 위해 신중을 기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국내 조사의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하지 않느냐고 주문한다. 조사 결과가 해외에서 먼저 터져 나올 경우 자칫 국내 과학계의 검증 능력에까지 의문의 시선이 쏠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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