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의 힘! 개미군단을 공략하라

‘큰 손이 한건씩 해주던 때는 지났다. 이젠 개미에게 눈을 돌리자’. 몇 해 전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이던 대학의 기부금 모금 정책이 이젠 확실히 물꼬를 잡았다.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하던 할머니나 돈 많은 대기업이 학교를 찾아주기를 기다리던 종래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셈이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고액 기부가 가뭄에 콩 나듯 뜸해지자 대학도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개미의 쌈짓돈에 시선을 돌리는 한편 기부자 관리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올해 발전기금 모금 사이트인 ‘Future 경희’를 개설한 경희대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순수 현금만 7억4천8백여만원을 모금했다. 이중 동문들이 4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희대 김동선 대외협력팀장은 “인터넷 모금을 통해 소액 다수 기부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계기가 됐다”면서 “발전기금 모금 사이트를 포털화해 동문 찾기나 쇼핑몰 운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가 15일 오픈하는 ‘LG-POSCO 경영관’에 들어서면 라운지에 기부자의 면면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경영관은 기업체(LG, 포스코 각각 1백억원 기부)와 동문들로부터 2백80억원을 모금해 건립된 것. 어윤대 총장은 지난 1일 기부자를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사은의 밤 행사를 가졌다. 이에 앞서 고려대는 박종구 교우회장이 1백20억원을 기부해 지은 교양관의 명칭을 박 회장의 호를 따 ‘우당 교양관’으로 지었다. 오는 2006년 개교 1백주년을 맞는 동국대는 교직원과 동문, 불교계 신도들을 대상으로 ‘1백만 등 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천억원의 모금을 목표로 지난 8월 ‘건학 1백주년 D-1000일’ 행사로 시작된 이 운동은 한달만에 12억원 가량이 모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일정금액 이상을 헌등하는 사람에게는 동국대 대각전에 불상을 봉안하고, 학교부속병원 이용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VIP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이재규 대구대 총장은 사외이사 보수와 특강료 등 외부활동 수익 전액을 발전기금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총장은 약 3억원 가량의 기금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대는 총장실 입구 벽면에 기탁자의 이름을 부착하는 등 예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기금 1천억원 확보 공약을 내건 김인세 부산대 총장도 오는 12월 동문과 지역인사들을 대학으로 초청해 만찬을 열고, 학교 발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기부금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연세대는 오는 28·29일 학부모들을 초청해 종합검진과 특강, 지도교수와의 만남, 영화감상 등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연세대는 매년 10월을 ‘학부모의 달’로 정해 행사를 갖고 있다. 2~3백여명의 학부모를 초청하는 최우등생 학부모 초청 행사의 경우 참가율이 60%를 상회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으며, 건강검진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연세대는 특히 올해 유학이나 고시, 기독모임 등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학부모들을 교수와 연계시켜‘학부모 동우회’를 만들 계획이다. ‘연세기독학부모모임’ 등 5개 카테고리별로 동우회를 조직·지원하겠다는 것. 이번 학기부터 학교에 일정액 이상을 기부한 기여자에게 멤버십 카드를 발급해 주는 제도를 도입한 연세대는 학부모들에게 이 카드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영남대는 지난해 여름부터 재학중 장학금을 받은 동문들을 일일이 찾아내 후배들에게 장학금 되돌려 주기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 지금까지 5백여명의 동문들로부터 4억여원을 기부 받았다. 이화여대는 용돈의 2%를 장학기금으로 내는 온라인 ‘E-pro(2%) 모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1천원부터 1만원까지 참여하는 이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기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이화인닷넷 장학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내년 4월 개교 50주년을 맞는 인하대는 지난 9일 ‘D-200일’ 행사를 열고 동문들을 대거 초청해 분위기를 띄웠다. ‘인하인 명부’ 발간을 준비중인 인하대는 교직원과 동문 2천6백여명을 개교 50주년 사업 추진위원으로 위촉, 학교 발전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중앙대는 지난 11일 올해 입학 30주년이 되는 73학번 동문 4백여명을 초청해 ‘홈커밍데이’행사를 가진데 이어 내달에는 박명수 총장이 동문들을 초청, 골프대회를 열 계획이다. 학교측은 특히 기부자 예우 차원에서 내년 6월에 완공되는 교수연구동에 인테리어 대신 기부자의 사진과 이름 등을 담아 영구 보존할 수 있는 대형 벽화를 걸 예정이다. 중앙대 김영찬 대외협력부장은 “기부자들이 학교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예우 차원에서 벽화에 이름 남기기 캠페인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동문재상봉’ 행사를 개최한 한양대 역시 동문 소모임을 조직화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한양대 유행권 발전협력팀장은 “모교가 나를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냐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학교 발전에 참여하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잠재 기부자를 발굴하기 위해 동문들을 조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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