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친일청산에 우려" vs "섣부른 발표 아니었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친일 교수 명단 10명을 발표하면서 대학가에 `친일 청산'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 총교우회(회장 박종구)가 이를 비판하고 나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고려대 총교우회는 31일 오후 총학생회에 전달한 편지를 통해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기본적인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모교에 봉직했던 선배 교우나 스승을 폄하하면서 너무 성급하게 비교육적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교우회는 이어 "작금의 상황은 친일 청산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소모적인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등 마치 1960년대 후반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절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친일 청산은 방대한 사료를 엄정하게 검증할 객관적인 능력과 뚜렷한 역사관을 가진 전문학자의 학문적 탐구과정이 필수적"이라며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당시 현실적인 제약까지 고려해 공과를 총체적으로 조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국 총교우회 국장은 "어제 정기총회 자리에서 후배들의 친일청산 움직임이 민주화 운동하듯 성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논의가 오갔다"며 "아직 배워야할 학생이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를 치고 나가는 방법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애정어린 편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친일 교수 명단은 이미 알려진 자료를 정리해 발표한 것일 뿐"이라며 "항상 `역사적 검증이 되지 않았다. 섣부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상식적이고 사회통념적으로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사들이었다"고 반박했다. 총학생회는 또 "선배들이 우리의 취지에 공감을 한다면 방향을 흐리지 말고 먼저 지지를 표명한 뒤 방법적인 측면에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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