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들 ‘낙하산 총장 반대’

성신여대 제7대 총장으로 선임된 이상주 신임 총장이 취임전부터 대학 안팎으로부터 반대여론에 부딪치면서 학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학내·외 교육단체들은 이사회의 낙하산식 총장 선임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사회와 이 총장의 동반사퇴를 촉구하고 있어 지난 99년 총장 선임과정에서 촉발된 내분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학내·외 교육단체 ‘이상주 총장 안돼’ 학교법인 성신학원(이사장 김명숙)이 지난달 23일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를 제7대 총장으로 선임하자, 이 대학 교수평의회·노동조합·총학생회·총동창회는 “이 총장 영입은 내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며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학내 단체들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한 총장후보를 배제하고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은 학내 반목과 불신을 되풀이 하자는 것”이라며 “특히 이 총장은 교육부총리 시절 교육시장화 정책으로 교육의 공공성을 악화시켰던 인물”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수노조·국교협·사교련 등 7개 교수단체도 성명을 통해 이 총장의 자진사퇴와 성신학원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전교조도 이례적으로 ‘최악의 인사’라며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이 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학내·외 단체들은 현재 연대 투쟁 방안을 모색중이며, 총학생회는 1일 첫 출근하는 이 총장의 교문 진입을 저지하는 등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사회는 “총장 선임권은 이사회의 고유권한”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총장을 선임한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이상주 총장 선임자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재단측은 그동안 교수평의회의 총장선거 내규 조항이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지난 6월말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해 선출한 2명의 총장후보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달 14일 외부총장 영입을 결정한 후 이 총장 선임을 발표했다. ■ 학내 갈등 봉합여부가 관건
성신여대 총장으로는 첫 외부 영입 케이스인 이 총장은 ‘만년 총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원대·울산대·한림대 등 3개 대학에서 총장만 17년을 지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을 거쳐 제2대 교육부총리를 역임했으며, 지난 6월부터 ‘안티전교조’ 단체로 일반에 알려진 ‘교육공동체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사회가 외부인사 영입을 결정하자 학내에는 ‘자파인사 총장 영입설’이 난무했으나 정작 이 총장의 영입을 점친 이들은 별로 없었다.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총장이 80년 교육문화수석 비서관 시절, 학원장인 고 리숙종 박사가 종합대학 승격을 위해 동분서주할 때 처음 만나 도움을 줬던 인연이 있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재단 한 관계자는 “3개 대학 총장과 교육부 수장을 지낸 경륜있는 인사인 만큼 행정능력은 이미 검증된 게 아니냐”며 “학내 갈등을 잘 수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교직원은 “지난 4년동안 겪은 갈등을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시점에 이사회가 법적 권한만을 주장, 또다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 다른 교직원은 “학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 시작 8일 전에 선임된 총장이 얼마나 학교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총장후보 선거에서 1, 2위를 차지한 안명수·김혜영 교수가 이 총장 취임에 대해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총장 선임을 놓고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어온 이사회가 외부 총장 영입이라는 공세 카드를 내민 것이나, 실제로는 지난 99년 학내 분규에서 파생된 내부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이 총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교육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장은 한 저서에서 “대학 총장은 두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아니라 여러 색깔로 변신할 수 있는 칠면조가 돼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성신여대는 지난 99년 총장 선임을 놓고 이사회와 구성원들이 충돌, 이사장 퇴진과 총장의 해임과 복귀 등 장기간 학내 분규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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