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학가에도 정치개혁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카이로의 알-아즈하르 대학 등 4개 대학에서는 5일 1만여명의 학생들이 비상계엄 철폐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교내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는 카이로의 사학 명문인 카이로 아메리칸대학(AUC)에서 4백여명의 학생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5차 연임 반대, 비상계엄 철폐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31일에는 범야 정치 연합체인 '키파야 운동'이 주도하는 전국적인 시위에 수천명이 참가해 정치개혁 및 개헌 확대, 무바라크 대통령의 추가 연임 반대, 비상계엄 철폐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주도해온 정치 시위에 대학생들의 참여가 급속히 늘어나자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最古) 이슬람 대학인 알-아즈하르 대학 교정에서는 이날 4천명의 학생들이 '비상계엄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승리를 상징하는 '브이(V)'자 신호를 하고 코란을 흔들며 교내를 행진했다. 학생들은 의회가 개헌에 소극적이라고 비난하고 시민 사회단체들에 대한 보안기관의 감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카이로의 아인 샴스 대학과 카이로 근교 헬완 대학에서도 각각 1천명의 학생들이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학생선거에 보안기관이 간섭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나일 삼각주 지역의 카프르 알-셰이크 대학과 만수르 대학에서도 각각 2천명의 학생들이 비상 군사법정 폐지, 민주개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대학가 시위는 최대 이슬람 정치운동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소속 학생들이 주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집트 정부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 암살 이후 비상계엄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두집회와 시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당국은 그러나 대학교정과 모스크 주변에서의 시위는 일반적으로 묵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카이로 도심에서 열린 무슬림 형제단 주도 가두시위 당시 시위 현장과 자택 검문 등을 통해 2백명의 동조자들을 연행, 이 가운데 60여 명을 구금조치했다. 당국은 이후 가두시위를 일절 금지한다고 경고했다. 1981년 이후 24년째 집권중인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는 9월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할 뜻을 비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학생들은 대선 후보가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야당 후보의 선거운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공정한 자유선거가 실시될 수 없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출마 포기를 촉구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2월 26일 국내외의 정치개혁 압력에 굴복, 공화제 도입 53년만에 처음으로 다수 후보가 출마하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카이로 도심 광장과 의사당 주변, 전국 주요 도시 대학교정은 단골 정치 시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4일에는 유럽에 망명 활동중인 이집트 반체제 인사들이 키파야 운동 등 국내 정치세력과 연대해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