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학단협 상임대표, ‘강사 처우개선’ 촉구 1인 시위

서울대 강사 자살 사건 이후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온 대학 강사의 ‘존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이 교육인적자원부 후문에서 강사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후배이자 학문적 동료인 대학 강사의 고통을 수수방관해온 책임을 고해하며 교육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1인 시위의 첫 번째 주자는 22개 학술단체를 이끌고 있는 학술단체협의회 조희연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 지난 9일 ‘서울대 시간강사의 의로운 죽음 앞에 깊이 자성하며’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인 조 교수는 “자신도 이 비극적인 사건의 공범”이라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시간짜리 한 강좌에 30만원을 받는다 해도 3개 강좌를 맡으면 한달 강사료가 90만원입니다. 그나마 방학 때는 아예 없고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보다도 못한 것이 대학 강사의 현실이죠.” 긴급조치 세대로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을 주도한 조 교수는 연세대 이화여대 한신대 등에서 8년간 시간강사를 전전하며 보따리 장수의 애환을 절절히 경험했다. 시국사건으로 감옥에 끌려간 전력 때문에 비판지식인으로 낙인찍혀 교수임용에서 여러 차례 좌절했던 조 교수는 “그래도 교수가 되니깐 다 잊혀지더라”며 “자성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토로했다. “교수와 시간강사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가로막혀 있습니다. 교육부와 대학은 재정난을 이유로 강사문제를 방치하고 강사들은 교수가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학적 생존을 하고 있습니다. 사립대에서는 강사들의 불안한 지위를 이용해 교수 채용을 빌미로 1~2억원씩 뒷돈을 챙기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교수노조와 학술단체협의회 등에서 정부와 대학당국에 강사의 교원 지위 확보와 처우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으로 교육부총리 면담 요청도 NEIS 등 현안에 밀려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조 교수는 기왕에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이 교수 충원율을 높이고 시간강사 연구교수화에 쓰일 수 있도록 교육부가 강제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대학은 정원 늘리기에만 급급했으며, 교원 확보보다는 시간강사를 착취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습니다. 이제는 학생이 부족해 문을 닫는 다는 이유로 더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죠. 강사 문제는 아예 의제로도 삼지 않고 있으며 교수들까지도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병폐를 고치지 않는 한 대학 개혁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 교수는 “경제력이 비슷한 대만이 우리보다 교수 수가 4배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대학 강사 문제는 선택 가능한 변수가 아니라 선결과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학술단체협의회 교수들로 시작된 1인 시위는 교수노조 민교협 등 교수단체들의 릴레이 시위로 이어져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비정규직 교수노조 소속 강사들도 다음주부터 기획예산처 앞에서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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