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려면
[이필상 교수]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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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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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부당내부거래 등으로 사법처리 되었다. 주식거래를 둘러싼 부당내부 거래와 총수의 변칙적 소유·지배구조 강화는 재벌비리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재벌기업들은 우리경제가 지난 40년간 고속성장을 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창업주의 개척자적인 기업가 정신에 입각해 국제적 기업을 일으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은 창업주와 가족들이 소유와 경영을 독점하고 사금고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편법금융거래를 통해 불법상속이나 증여를 하고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가 만연했다. 비상장계열사의 주식이나 전환사채를 저가에 인도하고 상장 후 높은 가격에 팔아 막대한 차익을 얻은 후 차익금으로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인수하는 방법으로 모든 계열사의 대주주가 되는 수법을 이용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의 지분으로 재벌그룹전체를 통제하는 불법 경영세습이 관행화되었다. 그 결과 자금의 사적유용, 지배주주 이익을 위한 내부자 거래, 시장지배를 위한 문어발식 다각화 등 경제비효율이 누적되었다. 더 나아가 정치권력과 유착관계를 형성하여 정치비자금을 제공하고 특혜를 받는 비리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기업경영이 주주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주와 가족 그리고 정치권력을 위한 비밀자금원으로 기능을 발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재벌기업들의 경영 부실화는 부실채권을 누적시켜 IMF위기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벌의 지배구조개선은 경제개혁의 핵심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평가와 감시, 기업의 투자자본조달, 투자자의 재산증식과 유동성 확보 등 시장경제의 중추기능을 하는 증권시장을 투명하게 발전시키고 건전한 경제성장을 위한 핵심제도로서 도입이 필요하다. 소송남발과 기업의욕저하 등 부작용이 우려되나 범법행위를 명백하게 규정하고 법원의 판결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행 조세체제 하에서는 상속,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14개 유형으로 규정되어있어 이를 피하면 불법 상속, 증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유형에 관계없이 사후적으로 과세가 가능하여 불법 세습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상속,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필요하다.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반대논리가 있으나 현행 법률상 유형별 포괄주의를 확대적용하면 별문제가 없다. 한편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재계의 반대가 있으나 전문계열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 등 필수적인 투자에 대해서 예외규정을 허용하면 문제가 없다. 예외규정을 허용함에도 불구하고 반대를 한다면 이는 과거의 문어발식 확장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재벌그룹들은 보유 금융기관을 지주회사처럼 운영하며 선단식 경영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자금을 그룹소속 계열사들에 독점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공적목적을 가진 금융기관을 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재계에서는 시장규율에 맡기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개혁은 기존의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과감하게 뜯어 고쳐 구성원전체에 희망을 주는 변화를 의미한다. 재벌개혁이 성공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될 경우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이 유기적인 발전체제를 구축하여 세계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성장의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한다. 다음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법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한 곳의 이익을 빼앗아 다른 곳에 넘겨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플러스 게임이 되도록 개혁을 해야 한다. 재계는 개혁이 자신들도 살고 경제도 사는 윈윈 게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스스로 나서야 한다. 기득권에 안주하고자 개혁에 반발하고 정부와 힘의 충돌을 벌일 때 양자 모두 패자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개혁을 막기 위해 불안을 과장하거나 투자의 거부 등 경제를 인질로 삼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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