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재벌 서열 3위인 SK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최태원회장을 구속하면서 신속하고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국민들의 관심 못지않게 이를 보는 언론의 시각도 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주요 일간지의 논조를 분석해 보면 재벌 기업의 불법행위와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비난보다는 검찰의 수사 배경과 왜 하필 이 시기에 SK 가 걸려들었는지 그 이유를 찾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사건에 대한 일간지들의 시각을 사설을 통해 보자. 조선일보는 2월18일자 사설에서 ‘새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고 전제한 후 ‘권력이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고 기업은 납작 엎드려 할 말을 못하는 것은 개혁의 모양새가 아니다’면서 현대를 의식한 듯 재벌기업에 대한 수사는 공정해야지 형평에 어긋나면 안 된다고 점잖게 타이르고 있다. 소위 재벌기업의 편법 증여와 부당내부거래는 흔히 있는 재벌의 약점정도인데 검찰이 너무 요란을 떤다는 얘기다. 또 동아일보 사설은 ‘시기나 형평성에 의문이 있다’면서 ‘기업비리와 불법행위는 반드시 수사해야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이나 다른 의도가 있다면 대외 신인도만 떨어뜨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재벌기업의 부도덕함을 질타하기 보다는 수사의 공정성을 들먹이며 그로인해 외국투자자들이 도망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는 투다. 중앙일보는 어떤가. 한술 더 떠 과잉수사라는 것이다. ‘검찰은 통상적인 수사라고 하지만 믿을 사람은 드물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사람은 중앙일보밖에 없지 않을까. 또 SK의 불법은 새로운 일도 아닌데 검찰의 속전속결 수사에는 뭔가가 있다는 시각을 못내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왜 현대는 수사를 하지 않느냐고 대단히 억울해 한다. 한마디로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논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시기론, 배경론을 내세우는 언론은 무엇을 했는가? 이미 이 사건은 “참여연대”에서 오래전에 문제제기가 있었던 사안이고 조,중,동 등 각 신문사들도 인지하고 있었을 터에 왜 입 다물고 있었을까?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관행으로 지나친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이를 빌미로 SK그룹 계열사들이 던져주는 광고라는 먹이에 입 다물고 말았던 것일까? 물론 재벌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올라서는데 적지 않은 기여도 했다. 그러나 재벌 기업이 성장해 온 이면에는 온갖 편법과 특혜가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해외를 떠돌고 있는 대우 김우중 회장의 경우 내가 얼마나 고용을 창출하고 외화를 벌여 들였는데 분식회계 좀 했다고 이 지경을 만드느냐고 억울해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오히려 문어발식 몸짓 불리기에 재미 들린 재벌기업의 오만함은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쓸만한 기업들은 거의 4대 재벌로 편입됐고, 지나친 경제력 집중은 사회통합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재벌기업의 고질적인 폐해는 이번 기회에 고리를 끊어야 한다. 투명하고 정직한 기업에는 정당하게 지원을 하되 부도덕하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기업은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특히 이번 SK의 최태원 회장처럼 재벌 2세들이 부의 세습에 무임승차했음에도 편법증여, 부당내부거래, 시세차익, 불법적인 지배구조 등 부도덕하고 안하무인적인 경영행태는 반드시 철퇴를 가해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망각하고 갖가지 부당한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세금 안내고 내 이익만 찾을 수 있을까 골몰하고 있다면 이미 그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통스럽더라도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한다. 그것이 결국 우리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대외 신인도를 걱정하지만 재벌의 엄살에 불과하다. 오히려 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대외신인도도 올라가는 것이다. SK를 믿고 투자한 외국투자가나 소액 주주들이 정당한 이익을 얻기는커녕 젊은 경영자 배만 불려 준 꼴이 되었으니 이러고도 어떻게 재벌 개혁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재벌의 개혁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재벌 길들여서 뒷돈이나 받아내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또 재벌 개혁에 무슨 시기가 필요한가? 그런 면에서 언론도 분명한 입장에 서야한다. 재벌 개혁은 가십거리가 아니다. 지금처럼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논조로 사안의 핵심을 비켜나간다면 언론도 역시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언론은 SK수사를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의 심정을 올바로 헤아려야 한다. 재벌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국민의 진정한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바로 설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의 칼날을 결코 거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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