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전쟁 침공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각국의 대학가에서도 반전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반전 행진부터 각종 반전 토론회가 열리는 등 한 목소리로 반전을 외치고 있다. 본지 미국,중국,독일 해외통신원들이 보내온 각국의 반전 운동과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모아본다. <편집자 주> 미국은 「아이비 리그」(브라운대,코넬대,콜롬비아대,하바드대, 프린스톤대,펜실베니아대,예일대등)를 중심으로 교수, 학생,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하버드대 학생들의 반전 행진을 시작으로 미국 전 지역에 걸쳐 각 대학의 평화 단체(Peace Group)를 중심으로 반전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봄 방학을 마치고 돌아올 학생들의 참여로 반전 행진은 더욱 거세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하버드대 2학년인 사라 터커군은 " 반전행진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라고 말하면서 "이번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군인들은 아이비 리그에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해군에 입대하려고 준비하던 겟틀린 군은 이번 전쟁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위해 해군이 되어야 하는가에 회의를 느껴 해군 입대를 철회했다고 한다. 아이비리그의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미 감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미국 외교정책의 실패를 성토하면서 무엇보다도 이라크 민간인 희생을 우려하고 있다 . 물론 미국 국민의 안보와 세계 민주주의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있으며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전쟁을 시작한 이상 미국인은 한마음으로 미국의 승리를 기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군사침략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중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서 대규모 반전시위가 계속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일반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 반전시위는 열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군사침공이 시작된 지난 20일 중국외교부 대변인 콩추안(孔泉)은 기자회견회에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중국은 군사행동의 즉각 중지와 이라크문제의 유엔안에서의 정치적 해결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21일 각각 반전성명을 발표하였고, 24일에는 중국의 신임 총리 원쟈바오가 24일 중국을 방문중인 파키스탄 총리를 회견하는 자리에서 "미국은 전쟁을 중지하고, 이라크 문제를 유엔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라크침공에 반대하는 것은 학생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북경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있는 왕푸하이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원유를 얻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동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일차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독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사담 후세인은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지만, 민주를 핑계로 한 무력 침공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 행동을 비난했다. 이라크 침공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중국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공개적인 반전 시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천안문 사태와 파룬공의 교세 확장 이후 시위 활동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군사공격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한 중국 정부가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해 쏟아내는 각종 전쟁반대 보도와, 미국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과 지난해 중국전투기의 미국 정찰기와의 충돌사건 등으로 격앙된 중국인의 반미감정을 바탕으로 반전분위기는 주도적인 여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에서도 반전시위는 활발하다. 전국 동시의 대규모 집회도 잦고 각 지방 자치단체나 개인의 반전시위는 전쟁 시작 이후 계속되고 있다. 학교 게시판에도 전쟁관련 토론회 등의 모임 정보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전쟁이 시작된 날 저녁, 하이델베르그내 미군 사령부 앞에는 약 6천명의 시민이 집결하여 반전 시위를 했으며 오후 10시 30분경부터는 수백명의 반전운동가 행렬로 차량이 통제되기도 했다. 라이프찌히에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대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반전 시위에 참석한 약 3만여명의 시민행렬은 ‘우리는 어떤 전쟁도 원하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를 행진, 평화지대인 니콜라스 교회에 도착했다. 이날 행사에서 프리드리히 쇼레머 신부는 “우리는 거짓과 폭탄이 난무하는 이 상황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고 외쳤다. 베를린에서는 4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하여 '전쟁 중지 , 미국전투기에 영공을 내주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알렉산더 광장에서 브란덴 부르크문까지 행진했다. 지난 3월 24일 함부르크에서 진행된 중 고등학생의 반전 시위에서는 미 총영사관에 접근하려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물을 뿌려대는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독일내 거주하는 한국유학생들도 반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29일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생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반전시위를 개최했다. 독일내 교수들도 반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뮌헨지역 한 대학의 교수인 클라우스 부흐너는 “유감스럽게도 미군의 야밤습격외에 다른걸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라크에서 전쟁소식은 내게 충격이었다”며 “단지 이제는 살상무기가 대량으로 투입되지 않기를, 그래서 무고한 시민들이 이 재앙에서 무사히 버틸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이 혹은 누가 옳고 그른지는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전지에서 비춰진 공포에 찬 아이들의 커다란 눈동자와 폭격으로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절규하는 중년의 남자, 포로가 된채 죽음의 문전에 선 한 미군의 확대된 동공을 바라보며 느낀 전율은 전쟁의 명분 따위가 과연 누구에게 의미 있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해외통신원 종합 = 김정진<미국 코넬대 한국학 강사> 이철환<청화대 법학원 석사과정> 온현정<독일 슈트트가르트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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