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 활성화가 곧 학교발전 '밑거름'

“예전에는 대학 입학식·졸업식장 단상에 동창회장 자리가 없었다. 요즘은 학교 주요 행사때마다 동창회장 자리가 마련돼 있다. 동창회 입지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A대학 총동창회 임원) “모교에 대한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비서실과 홍보실, 동창회 사무실로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B대학 홍보실 과장) “학교 발전과 동문회 활성화는 정비례 관계다. 모교가 발전해야 동문들이 애정을 표출한다. 동문의 영향력이 큰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C대학 총동문회 관계자) 대학들이 졸업생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한 묘안 짜기에 골몰하면서 캠퍼스에 동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올해 캠퍼스에서 굵직굵직한 행사가 줄지어 열리면서, 각 대학 동창회가 ‘동문 끌어안기’ 프로그램을 연달아 가동하고 있다. 동문들의 애교심을 수면위로 끄집어내 발전기금 모금 등 학교 발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함이다. ◆ 산 넘고 물 건너 모교 나들이 = 지난 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는 1천여명의 국내외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교 60주년 기념 ‘건국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은 졸업생들은 동기·선후배, 대학시절 은사들을 만나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으며, 건국대 출신인 이영표·김영철 선수의 선전과 월드컵 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세대는 지난달 25일 원로동문 초청모임을 진행했으며, 이화여대도 지난달 30일 모교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동창의 날’ 행사를 갖고, 졸업 50주년과 30주년 동창 재상봉 자리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열린 숙명여대 개교 1백주년 기념식장에는 미주총동문회 소속 1백여명의 동문들이 모교의 생일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포스텍(포항공대)은 개교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전체 동문을 초청한 특별한 홈커밍데이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0일 서울역에서 출발한 새마을호 ‘홈커밍데이 특별열차’를 타고 동문과 가족 등 7백50여명이 모교를 방문한 것. 왕복 열차비는 모두 학교 측에서 지불했다. 경북대도 지난달 25일 개교 60주년 기념 ‘경대인의 밤’을 열어 동문들의 애교심을 상기시키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자리를 가졌다. 내년에 교우회 창립 1백주년을 맞는 고려대는 지난달 13일 86학번을 대상으로 한 입학 20주년 모교 방문 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기존 프로그램 대상 층이 50대 이상이다 보니 졸업 후 모교와의 간극이 크다는 점에서 10년 앞당긴 행사를 기획한 것. 한양대는 오는 10월 전세계 한양인의 축제인 ‘2006 세계한양인의 만남’을 개최한다. 매년 해외에서 열리던 동문초청친선 골프대회를 10월9일 국내에서 진행하고, 10일에는 1천여명의 동문들이 참여하는 ‘한양인의 밤’을 마련할 계획. 이처럼 대규모 행사들이 속속 준비되는 데는 동문 네트워크 형성이 그만큼 중요해 졌기 때문. 큰 행사를 치러봐야 졸업생 현황이 파악되고, 한번이라도 참여해본 동문이 모교와의 끈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 동국대 총동창회 송재만 사무처장은 “동문들에게 학교의 변화상을 알려줌으로써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모교 이슈에 즉각 반응 = 최근에는 학내 이슈에 대한 동문들의 발언에 부쩍 힘이 실리고 있다. 단국대 총동창회는 지난 4월 학교 측의 수지캠퍼스 건설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신 캠퍼스에서 공부하게 될 후배들을 위한 ‘책걸상 기증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최근 ‘교수 감금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고려대의 경우 지난달 5일 교우회가 학교당국의 학생 징계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학 교우회 관계자는 “그간 중요한 시점마다 교우들의 뜻을 피력해 왔다”고 말했다. ‘강정구 교수사건’과 관련, 동국대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직위해제 조치를 내린 데는 동문과 기업들의 강경 입장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 지난달에는 강 교수의 직위해제에 항의하는 졸업생들이 학교 측에 졸업장을 반납하기도 했다. 건국대는 오는 9월 재단과 대학당국, 동문 등 구성원들이 한데 모여 학교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건국발전 워크숍’을 갖는다. 총동문회 주최로 매년 연초에 열리는 이 행사는 이번 주 신임 총장이 선임됨에 따라 개최 시기가 늦춰졌다. ◆ ‘동문회관 건립’ 최대 역점 사업 = 올해 개교 60주년은 맞는 서울대는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동문회관을 ‘장학빌딩’으로 재건축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3백억원을 확보, 연내 착공하는 장학빌딩은 현재의 동창회관 자리에 지상 19층, 지하 6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서울대는 특히 총장후보 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한 이장무 후보자가 “동창회 네트워크를 활용, 2010년까지 3천억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앞으로 동창회와의 공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국대 동창회도 새로 건립되는 수지캠퍼스에 동문회관을 건립하고자 모금운동에 착수했다.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회관 건립을 위해 추진위원단을 구성한 상태로 각 기별 및 동문 CEO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2년간 소요 공사비 55억원을 모금한다는 복안. 동국대도 교내에 동문회관 건립을 위해 재단·학교 측과 협의 중이며, 경일대, 목포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인하대, 장로회신학대, 한림대 등도 동문회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문회관 건립은 안정적인 임대수익금으로 재학생 장학금과 교수 연구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창회 최대 숙원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명록 발간· 취업지원 서비스 확대 = 동문 조직 활성화에 필수요건인 동문인명록(동문명부) 제작 작업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인명록을 발행하거나 계획 중인 곳은 건국대, 강남대, 경원대, 목원대, 목포대, 우석대, 조선대, 한림대 등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숭실대와 경원대는 각각 10월과 11월 취업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세종대도 오는 10·11월 중에 관광, 호텔, 여행, 외식 중심의 취업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일대, 원광대, 전북대 등도 취업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연세대 동문회는 올 1월부터 ‘동문진료우대서비스’를 시작했다. 동문회비를 낸 졸업생에게 세브란스병원 이용시 20~30%를 할인해 주는 것으로, 2개월만에 2천여명이 넘는 동문들이 이용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창원대 총동창회는 오는 30일 모교 발전기금 후원기업을 방문하는 ‘비즈니스 현장체험’ 행사를 실시한다. 이날 행사에는 총장과 보직교수, 학생대표단 등 8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들어 영남대, 우석대 등이 동창회 홈페이지를 오픈 했으며, 중앙대는 7월초 런칭을 목표로 홈페이지 및 동문 DB 재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대학 동창(문)회 실무자협의회’ 곽무영 회장(건국대 총동문회 사무총장)은 “동문은 학교의 울타리”라며 “재단과 대학당국, 동문회가 삼위일체가 돼야 학교발전을 견인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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