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부 기개 갖춘 ‘철의 여인’

“저는 무엇을 하든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초심을 잘 간직하는 것이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에서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비결이지요.” 가천의대 길병원을 비롯한 가천길재단 설립자이면서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이길여(李吉女) 경원대학교 총장은 지난 7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총장은 이날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제31회 보건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국의료계의 발전과 사회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이 상을 받았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일반 국민이 받을 수 있는 훈장으로서는 가장 큰 상이다. 정부는 공적조서에서 ‘이길여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듬해인 1958년 인천에 산부인과의원을 개원해 의료계에 첫발을 디딘 이후 지금까지 길의료재단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의료봉사 등 참인술 실현에 헌신해 왔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회봉사도 훈련을 해야 잘 할 수 있습니다. 자선이나 봉사도 처음에는 실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봉사하다 보면 그 의미의 신선함을 깨닫게 되지요. 물론 보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실천이 어려운 만큼 정부나 사회단체가 봉사에 관한 많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훈련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의료계의 신화’를 창조한 이 총장은 학교법인 경원학원 운영자로서 경원대학교 총장뿐만 아니라 가천의과대학교를 설립한 재단이사장으로서 의료인재 양성에 힘쓰는 한편 경인일보사와 가천문화재단,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와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 등을 설립, 사회봉사와 언론문화 창달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총장은 여성재단 이사이자 모금위원회 위원으로 ‘새생명·새희망 나눔캠페인’을 펼치며 봉사활동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이 총장이 여성재단에 지원하는 재원은 모금 방법부터 남다르다. 생명의 탄생을 희망의 빛으로 승화시키려는 의미에서 2001년 5월부터 길병원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1만원을 가천모성기금으로 적립, 소외여성의 건강지원 사업으로 쓰고 있다. 박애 봉사 애국을 강조하는 그의 말을 새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젊음이란 참으로 좋은 것입니다. 가능성이자 신선함이고, 또 유연함이기도 하지요. 저는 늘 젊음을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생각이 젊으면 몸도 따라서 젊어지게 마련이잖아요.” 언제나 소녀 같은 순수와 아름다움. 이길여 총장에게 따라붙는 그런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그는 외모로 보아서는 나이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결국 이 같은 젊음의 비결은 그의 삶 자체가 대변해 준다. “우리 경원대학교는 10대 명문사학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목표는 뚜렷하고 방법이 구체적이어야 실효성이 있지요.” 이 총장은 여장부 같은 기개도 물씬 풍긴다. 실제로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인생의 그림을 크게 그리는 에너지가 넘쳐난다고 말한다. ‘철의 여인’이라는 얘기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후하다’는 말도 그에게 붙는 수식어다. 지난 날 한국경제를 주름잡았던 한 재벌 총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는 가장 지독한 구두쇠’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구두쇠를 다른 말로 바꾸면 자신에 대한 엄격성이라고 대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총장이 세운 경원대학교의 ‘10대 사학 진입’이란 목표도 그의 실천적 삶과 대비해 보면 결코 허장성세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대학의 서열을 뛰어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보수적 인식의 틀을 송두리째 바꾸는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총장이 98년에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경원대는 ‘발전하는 대학’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혀 놓았다. “정보화사회는 2등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교수나 학생 모두 자기 브랜드의 가치를 최고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고 맙니다. 교수의 경쟁력은 연구에서 나오고, 학생의 경쟁력은 창의력과 신지식에서 나옵니다.” 이 총장은 지난 2001년 경원대에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대학을 신설했다. 신선한 발상임에 분명하다. 단일학과에 머물러 있는 소프트웨어 관련 학문을 단과대학으로 집결시켜 전문화했다는 것은 생산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경원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에서 연구비를 가장 많이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SCI 논문 한 편에 700만원, 국내 최고수준이다. 연구업적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이 총장의 포부가 숨어 있다. 이 총장은 교수들의 연구가 빈약한 대학은 이미 죽은 대학이며 경쟁력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저는 욕심이 많아요. 일에 대한 욕심이지요. 그래서 저하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고생을 많이 합니다.” 이 총장은 지난 95년부터 5회 연속 서울대 의대 동창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창회 성금모금을 주도해 서울대 의대 동창회관인 함춘회관을 건립했다. 탁월한 리더십과 왕성한 기획력, 그리고 활동력의 결과다. 이런 그의 실천보다 더 힘있는 여성운동은 없다. 그래서 그는 뜻하지 않게 여성운동까지 겸하는 셈이다. 이 총장은 이 같은 활동으로 지난달 21일 서울대 총동창회에서 수여하는 관악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명예를 소중하게 여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언제나 그의 활동에 신선미를 유지시켜 주는 소금이다. 그는 이를 부끄러움과 염치를 아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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