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 고사 끝나면 8월 말까지 방학이 두 달이다. 교수들은 채점과 다음 학기 강의 준비도 있지만 이에 비하면 학생들은 좀 여유가 있다. 두 달 동안의 방학은 정말 소중한 기회다. 왜냐면 일생에 있어서 두 달의 시간을 누구의 무슨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회는 대학시절의 방학 말고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훗날 퇴직하고 아무도 받아 주지 않는 인생황혼기가 되어도 대학시절의 방학기간만큼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간섭하던 배우자마저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혹시 실직자가 되면 더 긴 방학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때는 마음이 따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은 길고 짧음과는 상관없이 쓰지 않아도 그대로 흘러가 버린다. 그러므로 시간은 쓰는 자만의 것이다. 비싸게 쓰면 비싼 시간, 싸게 쓰면 싼 시간으로서 쓰는 자가 원하는 만큼 가치를 발휘해 주는 것이다. 이런 시간은 단위에 따라서 용도가 다르다. 때로는 아주 긴 시간이라야 할 때가 많다. 방학이 바로 그런 때다. 그렇다면 이 여름방학을 어찌 가장 비싸게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학생은 뜨거운 한낮에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는 경우가 있다. 꼭 아르바이트를 위해서 만이 아니라 자기가 일생동안 얼마큼 무거운 짐을 지고 남들과 경쟁하며 달릴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겨 낸다면 그는 아마도 일평생 자신감을 갖고 이 세상의 어떤 난국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실력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 그런 것도 이겨 냈는데 이런 것쯤이야'하면서.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불운이 만들어 준 이런 시련을 통해서 오히려 크게 성장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또 자기 전공분야에 대해서도 그렇다. 두 달이면 자기 또래 중에서 아무도 따르지 못할 실력을 쌓을 기회도 될 수 있다. 수재다 천재다 하는 것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남들 한 눈 파는 시간에 앞서 달리면 그가 천재이고 수재가 아닌가? 이 나라는 더럽게 대학 서열주의가 판치지만 이 때문에 주눅 들고 미래의 꿈을 조금이라도 접는다면 비싼 등록금 내고 굳이 대학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 방학 중에는 배낭 메고 멀리 외국으로 나가서 기차여행 하며 독서하고 새 세상을 만나고 고생을 흠뻑 하고 ‘돌아온 탕자’처럼 한심한 모습으로 귀향해도 좋다. 옛 사람들이 사랑하는 자식에게는 여행을 시키라고 했던 것도 이것이 자식을 훌륭히 키울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긴 방학기간이야 말로 대학생활의 낭만을 최고로 만끽할 기회라고 한다면 그 낭만은 편하게 해외 다니며 어학연수 좀하다가 시간 다 보내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 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보며 사명의식도 찾아보고, 그리고 자기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야망과 모험을 통해서 도전하는 인생을 시작해 보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젊은이의 낭만이다. 그럼으로써 뜨거운 한여름에 더 크는 저 나무들처럼 방학 중에 성큼 더 성숙하고 자신 있는 나를 만들어 새 학기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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