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의사결정구조의 민주화 ③행정 전문화

서울의 모 대학은 지난 2001년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 학사 및 경영업무 등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 총장, 보직교수, 직원 등 담당자들이 징계 조치됐다. 하지만 당시 이 대학 경영 책임자로서 징계를 면치 못했던 기획실장은 “2년 임기의 보직이다. 무슨 권한과 책임이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대신 그는 ‘막강한 권한의 소지자’였던 ‘총장’과 수년간 해당 업무를 관장해 온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 대학 사례를 통해 본 우리의 ‘대학 행정 전문화 현장’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책임 행정’, ‘전문 행정’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학 본연의 기능인 연구와 교육의 효율성을 배가하기 위해 전문적인 ‘행정력’의 뒷받침이 시급한 때다. ‘대학 경쟁력’을 언급하는 자리면 이제 어디서든 ‘교육’, ‘연구’와 더불어 ‘행정’의 중요성도 빠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지는 ‘대학 행정 전문화’를 주제로 대학 현장과 전문가들의 진단을 담았다. 전문가 진단에서는 지난 1월 아주대 교육대학원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행정 전문화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를 지면에 소개한다. 장기원 전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행정의 전문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평균 보직 수행기간이 2년을 넘지 못하는 현행 보직교수제 대신 ‘보직전문교수제’ 도입을 주장했다. 장 전 국장은 “보직교수의 전문성 향상 등을 위해 ‘연구전담교수제’ 등과 같이 행정업무 수행을 하나의 고유 영역으로 고려하고 보직을 전문으로 경력 관리를 하는 ‘보직전문교수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의 기능이 올바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본적인 동력은 ‘집행기능’에 기인한다”며 “일반 행정직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직원 선발·양성, 교육·훈련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직무분석으로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직무 수행기간 중 계속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장 전 국장은 특히 전문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행정업무 분야로는 ‘인사행정’을 꼽았는데, “교수업적평가제, 연구비관리 및 지원제도는 대학의 연구기능을 지원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며 제도가 합리적으로 정착·운영될 수 있도록 평가기준, 결과의 활용 방안에 대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대학입시전형 개발·운영, 대학정보화 등의 분야에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대학 행정은 ‘지원·봉사’의 성격이 커 직원들은 조직의 목표와 무관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이에 따라 보람과 성취욕을 상실하게 된다. 비전문가인 보직교수가 고위전문직을 맡게 되므로 직원들의 동기유발 요인이 미흡하고 승진 및 보직 제한은 교직원간 신분갈등을 초래한다” 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대학 행정의 실태에 대해 이처럼 진단했다. 이밖에 그는 정형적·반복적 행정으로 인한 과거답습, 자기개발 소홀, 전문성 미흡, 계절적 업무편중 현상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행정은 △분권화 △슬림화 △단순화 △일원화 △투명화를 목표로 환골탈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분권형으로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며 행정업무 단위를 전문화하고 참여행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적 중심의 인사관리 체제 구축도 강조했다. 강 원장은 또 ‘지식경영’ 기반의 대학행정으로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식경영을 위해 대학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관료주의적 구조를 타파하고 팀웍과 네트웍을 강조하며, 인적자원개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용 대천대학장은 “직원의 행정전문화 추진은 대학발전을 위한 개혁의 구체적 담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도래한 ‘학생 소비자 시대’에 알맞은 대학 발전 전략은 철저한 학생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대학의 패러다임 변화와 전략경영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 학장은 특히 “사무행정직의 직책이나 직무 어디까지를 전문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학별 분석에 따른 인력운용이 필요하다”며 “행정기능 세분화 등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극히 전문화된 분야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을 통한 외주형태로 행정업무 효율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직원의 임용·평가·보수제도의 변화로 성과주의 전략을 강화하며, 다양한 프로그램 연수 기회를 통해 직원의 전문행정 능력을 배양해 대학 환경 급변에 적극적 대응자세를 갖게 함으로써 개인별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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